'제시안' 내놓은 현대차 vs "못 받아들인다"는 노조
  • 최재호 기자 (sisa511@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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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한 현대차 사장 "고임금 시대 지났다" 발언 이틀 만에 공개해

현대자동차 노조가 8월 이후 네 번째 부분파업을 벌인 가운데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이 8월18일 제24차 임단협 본교섭에서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선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현대차 사측이 8월20일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윤 사장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공개됐다. 사측이 소개한 윤 사장의 발언의 요점은 "생산 주문의 격감에 따라 가까운 시기에 특근이 불가능한 시점이 오게 되고, 노무비도 이미 한계에 봉착했으니 노조는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달라"는 것이다. ​​8월18일 24차 본교섭이 끝나고 이틀이 지난 후 윤 사장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사측이 향후 임금 협상에서 더 이상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여름 휴가가 끝난 직후인 8월10일 이후 2~3일 간격으로 2~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여 온 노조는 향후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년 만에 진행된 전면 파업이 올해에도 이어질 지도 모를 상황에 지역경제계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왼쪽)과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임단협 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사측, 윤 사장 발언 공개 '여론戰' vs 노조 '상경투쟁' 예고

 

윤 사장은 "올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현대차의 노무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사드 문제와 중국차의 국내 시장 진출, 남북한 경색 상황으로 인한 해외 투자심리와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 어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우려하며 "미래 생존을 위해 노사가 기본으로 돌아가 생산성과 품질에 충실하고 휴지 하나, 물 한 방울도 아끼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020년까지 이런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위기가 누구의 책임인지 공방을 나누기 전에 노사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4차 본교섭에서 나온 윤 사장의 강경한 발언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사측은 8월16일 열린 제23차 본교섭에서 올해 임단협 교섭 이후 처음으로 제시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노조에 전달된 안은 호봉승급(4만2879원)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성과금도 예년과 비교해 '200%+100만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음 담고 있었다. 지난해 노사 합의안은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지급 △​전통 시장 상품권 50만원 지급△​주식 10주 지급 등이었다.​ 

 

 

당초 노조의 올해 요구는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우리사주 포함) 성과급 지급이었다. 여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의 자동차산업에 대비해 ‘총 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도 임단협 요구 안에 포함됐다. ​윤 사장의 강공에 대해 노조는 앞으로 파업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 8월21일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뒤 22일 노조 간부들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인근 선착장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해 전면 파업 재발하나…지역경제계 '전전긍긍'

  

노사 측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지난해 있었던 전면 파업 이상의 노사 대결 구조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하청업체와 지역 경제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 하청업계 관계자는 "8월10일과 14일, 노조의 2시간 부분 파업과 주말 특근 중단으로 차량 6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1300여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사측의 발표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수치가 아니라 이대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을 지 걱정할 만큼 초조한 상태다"고 말했다. 2016년 현대차 노사는 협상 초기 '임금피크제 확대'를 놓고 치킨게임을 펼쳤다. 결국 사측의 임금피크제 철회와 노조 측의 임금인상폭 양보로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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