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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잡는 자가 미래 금융 주도한다

금투 업계 이어 18개 은행들, 블록체인 사업자 선정 나서

송주영 시사저널e. 기자 ㅣ jy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23(Wed) 10:17:11 | 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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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제주코인이 있다. 제주 전역의 관광지·음식점·숙박업소 등에서 사용 가능한 모바일 가상화폐다. QR코드를 이용해 각종 결제는 물론 해외 송금까지 가능하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사용은 간편하고 혜택은 더 크다. 중앙은행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구매력을 갖춘 화폐를 발행하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그 기반은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제주코인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참여한 주체들과의 약속을 통해 화폐 및 거래 규칙을 정한다. 규칙에 따라 범용으로 사용되는 ‘비트코인’이 되기도 하고, 제주코인처럼 특정 목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화폐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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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껴안기 나선 금융권

 

“금융기관과 금융중개기관이 수행했던 투자자와 대출자 연계 업무를 핀테크가 대체하고 사람들은 점조직으로 연결된다.” 블록체인이 그려갈 미래 금융환경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업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조만간 기존 공인인증서는 생체인증과 결합한 공동인증으로 바뀌고 외환 중개업체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화폐가 대안 통화로 자리 잡아 분명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디지털화폐 등장이 잇따를 전망이다. 제주코인이 단적인 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학회장)는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 모델을 파괴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화될 때 제조사들이 겪었던 변화를 금융기관들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금융 변화 진원지로 등장한 것은 기술적 완결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블록체인은 정보가 중앙에 집중되지 않고 각 주체들이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보안 능력이 탁월하다. 시스템을 해킹하더라도 확보한 정보가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블록체인 거래는 분산 저장을 통해 신뢰를 더한다. 그동안 금융거래의 신뢰는 금융기관이 담당했다. 금융 원장(元帳)은 중앙 집중화돼 금융기관들이 맡아 관리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사용자는 물론, 모든 사물에 원장을 저장한다. 자동차·TV·냉장고·의자까지도 블록체인과 연결해 결제 기능과 연계해 서비스할 수 있다. 정보 저장과 처리 방법들을 참여자들이 규약을 통해 정하고, 정보를 분산 저장한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을 ‘분산 원장’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중앙집중제가 아닌 지방분권제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먼저 받아들인 산업은 금융권이다. 업종 속성상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고 중개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전 세계 블록체인 사례의 50%는 금융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험 영역이 22%로 가장 높았다. 크레딧스위스리서치 연구조사에서도 응답자 71%(중복응답 허용)가 블록체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만한 업종으로 금융을 꼽았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블록체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시스템이 연계될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개별 금융기관보다 산업군 단위로 참가했을 때 더 효과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움직인 업권은 금융투자업권이다. 지난해 4월 금융투자 업계가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연이어 은행도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 모두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공동인증서 구축을 블록체인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후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은 급진전됐다. 오는 9월 시범사업에 참여한 16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이다. 공동인증 서비스가 시작되면 사용자들은 인증서를 한 번만 내려받으면 동일한 인증서로 16개 증권사 MTS를 이용할 수 있다. 간편 인증을 도입해 키보드 6자리만으로 인증이 가능하다. 생체인증 기능과 연계해 지문으로도 증권사 MTS 로그인을 할 수 있게 된다. 인증서 갱신 기간도 현재 1년에서 3년 주기로 길어진다. 블록체인의 강력한 보안 능력을 활용한 서비스 개선이다.

 

 

“중개인 없애고, 직거래 가능한 시스템”

 

금융투자업권(금투) 컨소시엄은 지난 6월 공동인증서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핵심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금투 컨소시엄은 시범서비스 준비 막바지 작업으로 증권사와 블록체인 시스템 연동에 나섰다. 블록체인 핵심 시스템을 각 증권사 MTS와 연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킷(SDK) 형태로 제작해 증권사에 배포했다. 시스템 연동은 3주 정도 소요된다. 이외에 시스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이번에 선보인 금투 컨소시엄 블록체인 시스템은 초당 트랜잭션 처리 건수가 3000건에 달한다. 비트코인 시스템의 초당 트랜잭션 처리 건수 7건보다 40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은행 컨소시엄도 내년 상반기 중 18개 은행이 참여해 공동인증 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은행까지 공동인증을 시작하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에서 공동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9개월 만에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9월에 시스템을 개발할 업체를 선정하고 바로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투자 컨소시엄에 이어 은행 컨소시엄까지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면 향후 금융권 블록체인 적용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 컨소시엄은 모두 블록체인 사업을 공동인증에서 끝내지 않고 적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개별 금융기관 블록체인 도입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업체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면서 “시범서비스 시작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빠른 업무 처리가 가능하고 중개 수수료를 없앨 수 있다. 아직 제도적 부문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호 교수도 “블록체인은 신뢰 확보를 위해 필요했던 중개인을 없애고 직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과거 디지털 혁신에 버금가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소니·코닥이 낙오했던 사례처럼 글로벌 금융 판도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을 잡는 금융기관이 미래 금융 산업을 주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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