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발 위해 인재 집결된 ‘네트워크 허브’ 만들겠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2 13:25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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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출범 후 새로 임명된 김민석 민주연구원장·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정치를 ‘정책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가교(架橋) 역할 할 것.”

 

자유한국당 전신 민주자유당은 1995년 2월 정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여연)’를 세우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여연은 한국 정치 사상 첫 싱크탱크로, 1973년 설립돼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을 벤치마킹했다. 석·박사급 인재 13명으로 처음 꾸려진 여연은 지난해 기준 78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민연)’의 뿌리는 여연 출범 약 10년 후인 2004년 11월 탄생한 열린우리당의 ‘열린정책연구원’이다. 그해 3월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의 정책연구소 운영이 법제화되면서 열린우리당은 싱크탱크 구성을 서둘렀다. 이후 2008년 8월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정책 연구활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로 ‘민주정책연구원’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싱크탱크를 구성했다. 지난해 11월 ‘민주연구원’으로 간판을 바꿔 단 이곳은 현재 75명의 연구원으로 꾸려져 있다.

 

 

활동 절반 ‘여론조사’…예산낭비 지적

 

각 싱크탱크의 이사장은 당 대표가 겸임한다. 따라서 민연은 2016년 8월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연은 지난 7월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때문에 싱크탱크는 줄곧 당 지도부에 종속돼 당 예속기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실제 원장 인사 때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측근 인사가 주로 임명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이 있어왔다.

 

20여 년 전 여연의 설립 배경처럼 정당 싱크탱크의 핵심 임무는 다름 아닌 정책 개발과 연구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 달리 그간 정당 싱크탱크들은 정책 연구보다 사실상 여론조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두 곳이 진행한 연구활동 중 절반이 여론조사였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 수년간 “싱크탱크로 투입되는 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각 당 싱크탱크는 당내 부설기구 중 매년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조직이다. 정당법이 개정된 2004년 3월 정당 국고보조금의 30%를 의무적으로 당내 싱크탱크에 할당하도록 하는 정치자금법도 함께 개정되면서, 해마다 1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각 당 싱크탱크로 투입돼 왔다.

 

지난 5월과 7월 각각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김민석 민주연구원장과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싱크탱크를 향해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들을 보완하고 정책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공통된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김대식 원장 취임 후 서로의 연구원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정책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등 이전 원장들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원장 모두 2년 임기 내에 싱크탱크를 정책 개발에 필요한 인재들이 집결된 ‘네트워크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7월18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김민석 “대선백서 만들어 재집권 준비할 것”

 

대선 승리 약 일주일 후인 5월15일 더불어민주당은 김민석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민연)의 새 수장으로 임명했다. 1996년 32세 나이로 15대 국회에 입성해 재선까지 지낸 김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황본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그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당내 진통을 겪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7월18일 대면 인터뷰와 8월17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대선을 거친 김 원장의 소회와 이후 민연 운영계획을 들었다.

 

 

대선 승리 과정을 총망라한 ‘대선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애초 계획보다 다소 미뤄져 8월말에서 9월초 발간을 생각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체계적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5년 후 대선 때 좋은 참고서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이번 대선이 결국 국민에 의한 승리였기 때문에 그들이 제출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실을 예정이다. 정당 사상 최초로 전자책으로도 만들고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이 7월15일 종료됐다. 여기서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당 차원에서 어떻게 이어갈 계획인가.

 

집권여당으로서 이 국정과제에 대한 국민들 공감을 확산시키기 위해 각 시·도당과 우리 연구원들이 합동으로 한 달여 동안의 ‘국정과제 지역순회 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에 참여했던 분들도 연사로 초청할 계획이다. 또한 국정과제 중 좀 더 심화된 연구를 필요로 하는 항목을 몇 가지 선정해 후속 연구도 진행할 것이다.

 

 

선대위 상황본부장과 민주연구원장 임명 당시 추 대표 측근 인사라는 이유로 당내 잡음이 있었다. ‘추미애의 남자’로도 불리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나.

 

추 대표하고는 15대 국회의원을 같이 시작했다. 역사는 길지만 같이 일하는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리 사이가 가깝지 않았다.

 

 

국민들로부터 정책제안을 꾸준히 받고 있다. 어떻게 반영할 계획인가.

 

새 정부의 ‘광화문 1번가’ ‘문재인 1번가’가 히트 치지 않았나. 학자들이 구상한 것보다 훨씬 괜찮은 정책들이 많았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당에도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 예전부터 정책 제안은 받아왔지만 피드백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여의도 1번가가 됐든, 민주당 1번가가 됐든 제안들을 모으는 당내 기구를 곧 만들 계획이다.

 

 

임기 동안 민연이 정치권 내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나.

 

민연이 국정에 기여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정립이 확실히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민연이 정부여당의 입장을 잘 정리해 보여주는 곳, 그리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던지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민주연구원장 다음 행보는.

 

정계에 돌아왔기 때문에 어찌 됐든 정치 본무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겠다. 언제가 됐든 적절한 기회에 원내에 들어가 활동하길 바란다. 다만 오래 정치를 쉬었기 때문에 국민들 선택 속에서 다시 복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8월11일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4층에 위치한 여의도연구원에서 김대식 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 김대식 “젊은 세대 마음 잡을 방법 찾겠다”

 

여의도연구원(여연)은 7월17일 김대식 동서대 교수를 신임 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지난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아 같이 현장을 뛰었다. 8월11일 여연 원장실에서 막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김 원장을 만났다.

 

 

임명 당시 홍준표 대표 측근 인사라는 당내 반대가 있었다.

 

기존의 예상보단 오히려 반대가 적었다. 그동안 여연 원장 임명할 때 이렇게 반대가 약했던 건 역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선 때 홍 대표를 도우며 민심을 체감한 소감은.

 

보수우파와 자유한국당에 돌아선 민심을 뼛속까지 느꼈다. 이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여연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보수는 ‘꼴통’이고 진보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잡을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겠다.

 

 

홍 대표와 오랜 인연이 있다. 그를 평가한다면.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사실상 원맨쇼를 했다. 당의 전체 시스템이 잘 가동되지 않았다. 선수는 마음가짐을 갖췄는데 감독·코치가 일찍 패배주의에 빠졌다. 그럼에도 꽤 선전(善戰)을 이룬 홍 대표의 정치력을 높이 산다. 내게 멘토가 3명 있다. 교육은 돌아가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행정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치는 바로 홍준표 대표에게서 배웠다. 홍 대표는 정치적 혜안을 가진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제 막 내각 구성을 마쳤는데 기다려줘야 한다. 연말쯤 평가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인사는 지나친 ‘편식 인사’였다고 얘기하고 싶다. 또한 재원(財源) 대책 역시 미래의 카드 값을 생각지 않고 열심히 신용카드만 긁는 모양새라 우려가 많다.

 

 

과거 여연의 부족했던 점을 꼽자면.

 

소속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원장 임기 동안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07명과 모두 일대일로 교류하고 이들의 의정활동을 적극 서포트 하려 한다. ‘열심히 밥상 차리고 마음껏 설거지해라. 그릇 깨는 건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뒤에서 돕겠다.

 

 

여연의 주 업무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요즘 우리 보수가 몸이 아프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모르고 계속 잘못된 처방만 하고 있다. 정확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절실할 때다. 그 역할을 앞으로 여연이 해 줘야 할 것이다. 임기 내 목표는 각 분야 인재들을 이곳으로 모아 거대한 ‘싱크넷(Think-net)’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책자문위원 300명을 위촉하고 각 상임위별로 이들을 나눠 해당 의원들에게 자문해 주겠다. 다른 당 의원들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우리 싱크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을 것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8월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 있는 여의도연구원을 방문, 김대식 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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