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울렸다! 일단 지하로 달려가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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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방 안내방송 때는 고지대로 도망쳐야

 

한이 남한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내일(23일) 전국의 주요 시설이 북한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의 타깃이 된다. 북한 전투기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40개 도시에 대해 공습을 감행할 예정이다. 그간 계속돼온 무력시위가 결국 도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가상 시나리오다. 8월23일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진행될 민방공 대피 훈련을 위해 정부가 설정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훈련은 북한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엄중하고 실질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16년 8월24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서화산 대피소에서 을지연습 민방공 대피훈련이 열려 초등학생들이 방독면 착용 방법을 배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내일 오후 2시 민방공 훈련 실시

 

이에 따라 내일 오후 2시에 사이렌이 3분 동안 울리게 된다. 실제로 적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일 때도 이와 같은 공습경보가 울린다. 시민들은 늦어도 5분 이내에 대피를 마쳐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어떻게 도망쳐야 할까. 

 

일단 가장 가까운 지하 공간에 몸을 숨겨야 한다.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 또는 큰 건물의 지하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외에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들어가면 지역별 대피시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군기지가 있어 북한의 첫 번째 공습이 예상되는 서울 용산구의 경우, 총 68곳의 대피시설을 갖추고 있다. 후암동 용산도서관, 용산동 전쟁기념관, 남영동 주민센터 등이 그 예다. 

 

아파트나 고층 건물에 있는 시민은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해 대피하는 것이 좋다. 운전 중이라면 도로 오른쪽에 차를 댄 뒤 대피시설로 도망쳐야 한다. 다만 내일 훈련의 경우 운전자는 도망칠 필요까진 없다. 시동을 끈 채 차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된다. 내일은 오후 2시부터 5분간 차량이 통제된다.  

 

이번 대피훈련은 화생방 훈련과 함께 실시될 계획이다. 화생방 무기란 독가스 등의 화학무기, 탄저균 등의 생물학무기, 그리고 중성자탄과 같은 방사능무기를 가리킨다. 정부는 적의 화생방 공격이 있거나 예상될 때 음성방송을 통해 경보를 내린다. 일반 공습경보와는 다르다.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화생방 경보가 떨어졌을 때는 지하가 아닌 건물 꼭대기나 고지대로 도망쳐야 한다. 화학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지하로 내려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도망칠 때는 손수건이나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고, 피부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공습경보 울리면 지하로, 화생방 경보가 울리면 건물 위로 

 

이미 대피시설로 도망쳤다면 모든 문을 밀폐해야 한다. 오염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뒤이어 대피시설에 갖춰진 방독면을 써야 한다. 방독면은 개인이 미리 사놓을 수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반 방독면 KSM6685’라고 검색한 뒤 ‘KSM6685’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고르면 된다. 가격대는 5만~6만원이다. 

 

2016년 8월24일, 을지연습과 연계된 민방위의 날 민방공대피훈련이 실시돼 서울시 세종대로에 차량이 통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강의 화생방 무기인 핵무기가 날아올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도 평택 오산 미군기지에 있는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는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리는 곳이다. 이곳의 김창석 주무관은 22일 “핵무기 공격 때 울리는 사이렌의 종류는 일반 공습경보와 똑같다”면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탑재된 탄두가 핵탄두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핵무기 공격이 예상될 때도 일단 지하 공간으로 재빨리 피해야 한다. 이어 폭발지점의 반대방향으로 머리를 향하고 엎드린다. 이때 배와 가슴은 지면에서 떼고, 입을 벌린 채로, 눈과 귀를 막아야 한다. 핵폭발로 인한 충격파로부터 내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다. 요즘 유행하는 복근운동인 ‘플랭크’ 자세를 떠올리면 쉽다.

 

핵폭발이 일어난 뒤에는 방사능과 낙진을 조심해야 한다. 김창석 주무관은 “핵폭발 전에 지하 공간에 있었다 해도 그 곳이 낙진 지역 안이라면, 해당 지역을 벗어나 더 멀리 있는 지하 공간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는 우산이나 우의로 몸을 가린 채 움직여야 한다. 핵무기 및 화생방 공격에서 도망친 뒤에는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정부의 안내를 듣고 행동하면 된다. 

 

 

지하로 대피하면 핵공격에도 생존할 수 있어

 

그런데 막상 핵무기가 터지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반핵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2004년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보고서는 “서울 용산구 상공 500m에서 TNT 1만5000톤급 위력의 핵폭탄이 터지면, 40만 명이 즉사하고 22만 명이 추가 사망하는 등 총 62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하지만 생존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2009년 아시아-퍼시픽 저널에 실린 논문 ‘히로시마: 시각의 기록’에 따르면, 노무라 에이조(野村英三)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 때 목숨을 건졌다. 당시 그가 있던 장소는 폭발 지점에서 약 170m 떨어진 콘크리트 빌딩의 지하실이었다고 한다. 노무라는 이후 방사능의 부작용에 시달렸다. 그래도 1982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7년을 더 살았다. 

 

©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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