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시장의 무법자 ‘리셀러’
  • 홍주환 인턴기자 (shotshot93@naver.com)
  • 승인 2017.08.23 14:29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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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피해 사재기·담합·탈세 등 시장경제 교란

 

일부 ‘리셀러(Re-seller)’들의 편법·탈법적 행태로 인해 온라인 마켓과 소비자, 세정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리셀러들이 버젓이 사재기·담합·탈세 등을 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별다른 방법도 없다. 오히려 법망을 피해 가려는 리셀러들의 수법만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셀러는 상품을 되팔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리셀러는 주로 온라인 중고거래 및 리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신발·옷·가방·레고·전자제품 등을 웃돈을 붙여 되팔며 이윤을 얻는다. 되파는 상품이지만 웃돈을 얹을 수 있는 이유는 리셀러들이 노리는 상품이 주로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이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상품은 희소가치가 있어 출시 후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다. 미국의 유명 힙합가수인 칸예 웨스트가 디자인에 참여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신발 ‘에어이지2 레드 옥토버’의 경우 출시가는 20만~30만원이었지만, 현재 리셀 사이트에선 500만원을 호가한다. 그동안 리셀러들은 높은 이윤을 얻으려 한정판을 판매하는 매장 앞에서 수일 전부터 대기한 후 상품을 싹쓸이하는 등 사재기를 해 왔다.

 


 

사재기하려 알바까지 동원…가격 담합도

 

리셀러들의 싹쓸이에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자 몇 년 전부터는 1인당 구입 가능 수량을 한정하는 매장도 생겼다. 하지만 사재기는 여전하다. 리셀러들은 상품을 대리 구매해 주는 알바생을 고용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리셀러로 활동했던 손정수씨(가명·34)는 “알바생이 매장 앞에서 줄을 대신 선 다음 상품을 대리 구매해 리셀러에게 돌려주는 형식이다. 그럼 매장에서 1인당 구매 수량을 한정해도 리셀러는 상품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이외에 매장과 미리 짜고 상품을 빼돌리는 리셀러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산 상품은 리셀러에 의해 가격이 몇 배씩 뻥튀기되기도 한다. 손씨는 가격 담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품의 가격을 2~3배 정도 높게 책정해 판매 게시물을 리셀 사이트 여러 곳에 올린다. 그다음 동업자들이 같은 상품을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한다는 유사 내용의 판매 게시물을 또 여러 개 올린다.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어느 사이트를 가도 가격이 비슷하니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뻥튀기된 가격에 상품을 살 수밖에 없다. 손씨는 “보이지 않을 뿐, 요새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리셀러도 여럿 있다. 이들은 리셀할 상품을 구하고 가격을 담합해 파는 것까지 전 과정 동안 함께 움직인다. 나도 1년 전쯤, 100만원에 샀던 상품을 담합을 통해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 적이 있다”고 밝혔다.

 

리셀러들의 사재기·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평소 신발·옷 등을 좋아해 자주 리셀 상품을 산다는 김성주씨(26)는 “일부 리셀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담합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이런 리셀러들은 사이트 측에서 탈퇴시키든지 제재해 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전업 리셀러들은 리셀을 통해 한 달에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현직 전업 리셀러인 전성현씨(가명·33)는 월 500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최근 6개월 동안 통신판매의 거래 횟수가 20회 이상이고 거래 규모가 1200만원 이상인 경우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해 사업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 한 번에 수백만원어치도 거래하는 전업 리셀러 중 대부분은 이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리셀러는 많지 않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전·현직 리셀러 5명 중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낸 세금은 리셀할 상품을 해외에서 들여올 때 납부한 관세 정도가 전부였다.

 

온라인 거래 커뮤니티에서는 웃돈을 붙여 파는 리셀 상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온라인 거래 커뮤니티 화면 캡처

 

세금 안 내려 각종 편법 동원하기도

 

전씨와 같은 리셀러들이 세금을 안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보통 리셀 거래는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1대1 직거래로 이뤄진다. 금전의 이동도 현금거래나 계좌이체를 통해 이뤄진다. 리셀러가 직접 사업자등록을 하고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이들의 소득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근래에는 리셀 거래가 중고나라·번개장터 등 기존 커뮤니티 사이트 중심에서 벗어나 SNS·개인 블로그 등에서도 자주 이뤄지고 있다. 리셀러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수록 이들을 추적하기란 더욱 어렵다. 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 측은 “광범위한 온라인 공간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는 힘들다. 사실상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물론 소비자가 리셀러를 세정 당국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 리셀러가 세금·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리셀러는 소비자의 신고를 피하려 이미 편법을 쓰고 있다. 소비자는 주로 리셀 사이트에 올라온 판매 게시물 화면을 캡처해 신고한다. 사이트에 판매 게시물을 많이 올릴수록 소득이 높을 것으로 보여 신고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 그러므로 리셀러들은 판매 게시물을 올렸다가 구입자가 나타나면 바로 삭제하고, 계정도 주기적으로 다시 만들며 신고를 피한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판매 게시물을 분산해 올리는 리셀러도 있다.

 

리셀러들의 편법·탈법 행태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딱히 없다. 관련 당국이나 업계는 소비자와 판매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 강한 처벌을 통한 예방 이외의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온라인 거래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이 생활에 더욱 밀접해지며 개인 간 리셀 거래도 훨씬 증가할 것이다. 그럴수록 판매자들의 행태를 파악하기는 갈수록 어렵다. 우리 업체에서도 판매자들에게 사업자등록을 하라는 등 권고 조치만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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