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영어 원하세요? 잘 써야(筆) 잘 씁니다(用)”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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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어 교육법 '카테' 창시자 안정호 대표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전체를 휩쓸고 있다.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구글 등 해외 유명 IT 기업이 신체 이식형 번역기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어 교육 시장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금껏 우리는 왜 외국어를 공부했을까? 대학 진학용인가? 취업용인가? 그렇게 한정짓는다면 들인 품에 비해 얻은 성과는 너무 적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일자리마저 주는 마당에 취업용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크나큰 시간 낭비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영어 공부를 포기할 수도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화제의 실전 비즈니스 영어 《카테 잉글리시 총론》을 쓴 안정호(39)씨는 “모든 영어교육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이는 먼 훗날의 일이다.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다. 현재 영어 교육 및 홍보 컨설팅 회사 카테 난조(C.A.T.E. NANZO)를 운영하고 있는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나와 영국 코벤트리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안 대표는 “저출산 여파로 2091년이 되면 지금보다 약 1000만명 가량의 인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실질성장률 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교역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영어 회화는 필수”라고 전망했다.

 

안 대표가 주장하는 카테 교육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쓰기를 기반으로 놓고 말하기, 듣기, 읽기 능력을 배양하는 방법이다. 안 대표는 “글을 쓰지 못한다는 뜻은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며,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는 뜻은 말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 “모든 영어 교육의 기초는 ‘쓰기’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전 감각을 위해 그는 2014년 6월부터 ‘영작의 끝판왕’ 이라는 무료 수업을 진행했다. 강남 민병철어학원에서는 쓰기와 말하기부문 강사로 활동했다. 그가 사명으로 사용하는 카테(C.A.T.E.)는 비평적(Critical) 집중적(Attentiv), 전략적(Tactical), 효율적(Efficient)의 줄임말이다.

 

안정호 카테난조 대표 © 사진= 카테난조 제공

 

문장 못 만들면, 회화 실력 향상은 힘들다

 

그의 교수법에서 중요한 것은 '작문'이다. 쓰는 만큼만 말이 나오고, 귀로 들린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때문에 문장을 멋지게 쓰는 게 가능해진다면, 유창한 영어 회화 역시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에 출간된 카테 잉글리시 총론은 일반 영어 회화 책과 달리 문법이 바탕이 됐다. 문법적으로 잘못된 문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시절처럼 명사, 대명사, 관사, 시제 등 뻔한 문법책이 아니다. 명사를 갖고 문장을 만들 때 어떤 문장 구조로 만드는지가 핵심이다. 단문, 중문, 복문 만들기 위한 설명은 아예 한 챕터를 할애해 설명했다.

 

안 대표는 “국내 영어 교육이 회화 중심인 이유는 강사 대부분이 실무를 경험하지 않은 다시 말해 대학에서 영어를 배운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면서 “회화용 영어와 실전용 비즈니스 영어는 엄밀히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대학원 졸업 후 싱가포르에 있는 기업에서 근무했다. 이는 그가 카테 영어를 실전 비즈니스 영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안 대표 역시 유학시절 영어 공부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유학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살 때는 영어 잘하는 학생으로 통했지만, 초창기 현지에서 그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유가 왜일까?

 

“한국말 보세요. 어른들이 쓰는 말이랑, 아이들이 쓰는 말이랑 문장 구조가 뭐 얼마나 다릅니까? 어휘력만 다른 뿐 말은 다 똑같아요. 영어로 마찬가지입니다. 머릿 속에 구조가 자리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단어만 많이 알면 되는 겁니다. 우리가 해외 나갔다 2~3년 후 돌아왔다고 해서 한국말을 까먹나요? 아니죠. 그게 왜인지 아십니까? 바로 한국어로 문장을 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카테영어 교육법을 가르치고 있는 안 대표 © 사진= 카테난조 제공

해외로 유학 간 한국 학생들이 에세이 작성에 애를 먹는 것도 쓰기 훈련이 덜 돼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최근 정부가 영어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이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공교육의 영어교육이 절대평가가 되면 초중고 영어 사교육비는 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영어 교육의 하향평준화가 이뤄져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취업 시 영어 교육을 위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법은 없을까? 안 대표는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한다면 분명 나중에는 스스로 수준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이것이 내가 가르치는 ‘카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의 발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외국인들은 우리 발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로리시(글로벌+잉글리시 합성어)라고 하지 않습니까. 발음은 각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영어 회화의 핵심은 콘텐츠에요. 논리성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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