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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한 일밖에 없는데…”

박근혜 청와대 작성 《박근혜 정책백서》 논란 “탄핵당한 대통령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비난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8(Mon) 09:3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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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마지막 회. 한조그룹의 이윤범 회장(이경영 분)은 횡령과 탈세, 정치인과의 유착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다. 사위인 이창준(유재명 분)의 치밀한 준비로 인해 검찰에 많은 증거들이 넘어갔지만, 이 회장은 조사실에 마주 앉은 검사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거 어쩌나.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한 일밖에 없는데.”

 

드라마 속 이야기와 현실의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8월21일 출간된 《박근혜 정부 정책백서》는 마치 드라마 속 재벌 회장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에서 작성한 정책백서에는 온갖 긍정적인 평가가 가득했다. ‘국정농단 의혹’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권에서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는 후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탄핵된 대통령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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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정권 국정계획 85% 달성”

 

정책백서는 8권 1질로, 권당 500여 쪽씩 모두 4700쪽 분량이다. 총론과 경제부흥1·2, 국민행복1·2,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일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으로 구성돼 있다. 총론은 이련주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집필책임을 맡고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감수책임을 맡았다. 각 분야별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들이 집필을 맡았고, 수석비서관들이 감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집필한 정책백서 3000질을 제작해 8월17일부터 국회와 행정부처 자료실, 공공도서관, 민간 학술단체 등에 배포했다고 8월21일 밝혔다.

 

당초 박근혜 정부의 정책보고서는 ‘백서(白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대통령 임기 동안 시행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 형식의 백서를 발간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한 데다 국민의 반감이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백서를 출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백서’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게 됐다.

 

1권 총론은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간사로 시작한다. 한 전 비서실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민이 중심이 되고, 국가와 국민이 상생하며,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시대’를 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4대 국정기조를 바탕으로 낡은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혁신하며, 국민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굳건한 안보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 블랙리스트·세월호 언급 없어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에 대해 매우 후한 점수를 스스로에게 줬다. 140개 국정과제, 총 619개 세부과제별로 점검한 결과 85%의 과제를 완료했거나 정상적으로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14%인 89개 과제만이 일부 지연됐다고 밝혔다. ‘일부 지연’으로 평가한 과제들의 원인은 대부분 국회나 이해관계자, 부처 탓으로 돌렸다.

 

“입법지연의 경우 서비스발전기본법, 노동개혁 관련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58개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이해관계자 간, 여·야 간,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처리가 지연되던 가운데 2016년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법안이 일괄 폐기되어 현재 재추진되고 있다. 시간선택제법, 국가인권정책기본법, 군인사법 등 8개 법안은 이해관계자 간,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법안 마련이 지연되었다.”(1권 301쪽)

 

정책백서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문화계 블랙리스트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며 외면했다. 본격적으로 문화융성 정책에 대해 다룬 6권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내지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전반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문화융성’ 기조는 외래 관광객이 1700만 명을 돌파하고 문화콘텐츠산업 수출도 지속 증가하는 등… 다만, 비리·의혹 사건으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이 전면 재편되는 등 문화정책에 대한 국민신뢰가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1권 309쪽)

 

반면 체육계 비리 및 부정행위 척결에 대해서는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었던 승마계 비리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제도개선 노력에 대한 자화자찬이 가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체육계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체육단체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작으로 ‘스포츠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개설’… 다양한 제도개선과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6권 467쪽)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대응과정에 대한 여론의 질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를 계기로 추진된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긴급한 재난상황에서 인명구조와 사고 수습과정에 적지 않은 혼선이 발생함에 따라 국가의 재난안전 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진단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폭발하게 되었다.(중략) 강력하고 효과적인 재난안전 총괄·조정기구로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과 수습체계를 마련해 달라는 국민적 염원 속에 출발한 ‘국민안전처’는 안전 및 재난에 관한 국가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것은 물론…재난안전관리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5권 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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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합의 “가장 진전된 내용 담아”

 

논란을 낳았던 일본과의 종군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했다. 또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측 인사들의 평가 내용을 인용하며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위안부 실제 피해자들의 반응이나 국내 여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 위안부 문제임을 지적하고…위안부 협상 타결에 중요한 모멘텀을 마련하였다.”

 

“1991년 위안부 문제 공론화 이후 제시된 일본 측의 그 어떠한 해결방안보다도 우리가 원하는 바에 가장 근접하며, 일본 정부가 그간 제시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중에서도 가장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의 보수적 특성과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이다.”

 

“고(故) 와카미야 아사히신문 전 주필은 ‘위안부 합의는 박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일본 정부 책임 인정, 아베 총리 사죄 표명, 정부예산 10억 엔 출연 결정은 과거 아베 총리 입장에서 보면 획기적 진전이며,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어 가능’하였다고 평가하였다.”(7권 385~387쪽)

 

백서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 측에서는 강하게 성토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실패한 정부가 국민혈세를 들여서 낯 뜨거운 자화자찬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실패한 역사도 배울 것이 있으니 백서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치욕적인 합의에 대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반성 없이 재해 예방의 질서를 확립했다고 뻔뻔하게 평가를 하는 것은 국민들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권에겐 백서가 아니라 흑역사를 고백하는 반성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8월22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은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 따라서 애초부터 정책백서를 펴낼 자격조차 없다”면서 “굳이 백서를 쓴다면 참담한 흑역사를 낱낱이 기록해 이 땅에 다시는 그 같은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백서는 《전두환 회고록》에 이어 폐기 처분을 받아 마땅한 또 하나의 잡서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청와대는 정책백서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월2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박근혜 정부 정책백서가 발간됐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지적에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언론보도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고 답했다. 임 비서실장은 “죄송하다. 확인을 못하고 왔다”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취해 달라’는 조 의원 요구에는 “알겠다”고 짧게 답했다. 

 

 

“불투명성·불공정성 없애겠다”-박근혜 어록

 

 

《박근혜 정부 정책백서》의 마지막 8권은 어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했던 말들을 토대로 엮었다. 여기에 소개된 박 전 대통령의 말 중 일부를 발췌했다.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소신은 변함없습니다.”

 - 2013. 10. 31 수석비서관회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을 없애겠습니다.” 

- 2013. 7. 15 수석비서관회의

 

“학벌 중심 사회에서 개개인의 꿈과 끼가 존중받고 능력에 따라 성과를 거두는 능력 중심 사회로 바꿔 나가야 하겠습니다.” 

- 2015. 1. 22 국민행복 업무보고

 

“국정과제를 증세 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중요합니다.”

- 2013. 4. 9 제16회 국무회의

 

“오래전부터 고착화된 비정상적 관행이 이런 대형 사고를 초래했습니다.” 

- 2014. 4. 29 제19회 국무회의(세월호 참사 발생 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새롭게 만드는 데 저의 모든 명운을 걸겠습니다.” 

- 2014. 5. 19 대국민 담화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이 더욱 중요합니다.” 

- 2016. 1. 26 정부 업무보고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면 통합될 수 없습니다.” 

- 2013. 7. 8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촉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의 토대입니다.” 

- 2013. 7. 25 문화융성위원회 위촉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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