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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과시용인가, 허위 정보 유출인가

[평양 Insight] 김정은, 북극성-3형 추정 영상 등 기밀사항 스스로 공개

이영종 중앙일보 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8(Mon) 11: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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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의 눈길은 최근 북한이 공개한 몇 장의 사진에 쏠렸다.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은 물론 서방국가에까지 전해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공개활동 영상에 북한의 미사일 관련 개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본토 타격 같은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8월23일 일제히 보도한 이 사진에는 김정은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해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김정은이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와 재진입 기술에 필요한 소재 개발 등을 독려했다는 게 북한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연구실 건물 벽에 걸린 게시물을 확대해 정밀 분석해 보면 뜻밖의 정보가 드러난다.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글자와 도면, 그리고 앞부분의 글자가 일부 가려졌지만 ‘…모의 시험 후’라는 문구와 미사일 탄두로 추정되는 윤곽이 드러난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올 2월에는 이를 지대지 미사일로 변형시킨 ‘북극성-2형’을 쏘아 올렸다.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북극성-3형의 모습과 제원을 추정할 수 있는 영상을 북한이 스스로 공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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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상 노출은 기만전술 가능성

 

이뿐만이 아니다. 김정은의 뒤편 벽면에는 ‘화성-13’이라고 쓰인 미사일 도면과 설명 문구도 드러났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의 중간 모델인 화성-13형이 생산을 마쳤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그림 옆에는 ‘3계단 발동기’ 등의 글자와 추진체가 3단계로 분리되는 모습까지 드러나 화성-13형이 3단 로켓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기밀사항이 담긴 장소에서 중요 정보가 포함된 전시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도 없었지만, 설사 촬영됐다 해도 공개 전 철저한 검열을 거쳐 삭제한 뒤 내보냈기 때문이다. 체제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받았다. 집권 초 아예 자신의 집무실이나 회의 공간을 공개하는 바람에 작전 상황판이나 보고서 내용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3년 3월 최고사령부 집무실을 담은 사진을 내보낸 게 대표적이다. 당시 사진에는 벽면에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이란 지도가 걸려 있는 상황이 드러났다. 또 그 옆에는 ‘주요 전력의 현황’이란 차트가 걸려 있었다. 잠수함 40척, 소해함 6척, 보조함선 27척 등 작전에 동원될 북한군 주요 전력이 담겨 있었다. 북한군 최고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김정은은 당시 미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훈련에 대응한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했고, 북한 매체들은 회의 장면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미 본토 타격능력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기 위해 비밀회의 내용까지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정은의 파격행보는 꼬리를 물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운용할 신형 반(半)잠수정으로 추정되는 함정에 김정은이 오른 모습이 공개된 적도 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김정은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며 핵탄두 실물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은빛 구형(球形)의 핵탄두 기폭장치와 함께 핵탄두 도면의 원뿔형 윤곽도 드러났다. 모두가 대북 정보망 가동으로 확보하려면 막대한 노력과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는 고급 정보라는 평가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노동당 군수공업부나 군부 간부들이 노출시켰다면 혹독한 처벌을 각오해야 할 정도의 핵심 정보”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정보 등을 정밀 분석해 대북 정보 판단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정보 관계자들은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 유추해 보는 데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북 첩보위성 활용 등으로는 수집하기 어려웠던 정보라는 점에서다. 김정은의 과시적 통치행보 때문에 우리 정보 당국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 수확도 있었다. 북한은 청와대 상공까지 침투했던 무인기를 두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과거 유사한 소재와 색상의 무인기를 생산하는 군부대 산하 공장을 방문한 모습이 북한 TV를 통해 공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개발 상황이나 북한 전략군의 운용체계를 직접 소상하게 언급한 대목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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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즉흥적·과시적 성격

 

물론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영상노출 과정에서 기만전술을 펼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뻔히 외부에 포착될 것이란 점을 노려 자신들의 능력을 부풀리거나 전혀 사실과 다른 정보를 허위로 드러낸다는 얘기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북한은 마치 준비가 끝난 것처럼 연구 인력이나 경비병을 철수하는 수법을 쓴 적이 있다. 진짜 감추고 싶거나 민감한 정보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영상 등을 내보내며 흐릿하게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는 점에서다.

 

북한 관영TV나 노동신문이 전하는 김정은의 최근 발언 내용을 분석해 보면 매우 즉흥적이고 과시적 성격이란 점이 드러난다. 핵과 미사일을 거머쥐고 미국과 담판하겠다며 ‘최후승리’를 운운하는 대목을 두고는 과대망상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를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파괴적 행동양식을 보이기도 한다. 평양 외곽에 청와대 건물을 본뜬 훈련시설을 갖춰두고 대남 특수부대를 동원해 타격훈련과 대통령 납치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다. 그때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생생히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뒤처진 체제란 점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물론 평양으로 돌아가 후계수업을 받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열패감과 콤플렉스를 느꼈을 수 있다. 33세 청년지도자 김정은이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민감한 내부 정보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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