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명확한 기준 마련될 때까지 유예해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9 11:21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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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강석 목사 “세속화된 한국 교회,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면죄부 판매에 대해 반대하며 95개의 반박문을 게시하면서 시작된 종교개혁이 올해로 500주년을 맞이했다. 당시 루터는 타락한 로마 가톨릭을 비판하며 ‘솔라 피데-오직 믿음으로’ ‘솔라 그라티아-오직 하나님의 은혜’ ‘솔라 스크립투라-오직 성경’ ‘솔라 글로리아-오직 하나님의 영광’, 즉 신앙의 본질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종교개혁이 있은 지 50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교회에서도 또 다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속화되고 보수화된 기독교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소득 과세라는 새로운 변화 앞에 놓여 있다. 국회는 2015년 12월 종교인들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시행일은 2018년 1월1일이다. 목사를 비롯해 신부, 수녀, 스님 등 모든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한 종교단체 역시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단체는 영적인 일을 하는 성직자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국회개헌특위에서는 동성결혼·동성애 합법화를 허용하는 개헌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독교는 교리에 따라 동성애를 허용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기독교는 현재 변화를 촉구하는 다양한 시대적 요구 앞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현재 한국 교회는 성장주의·속도주의·성과주의에 매몰됐다. 이를 벗어나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다양한 시대적 요구에 발 맞춰 교회 역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포퓰리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교회는 진리를 추구하며 시대정신을 이끌고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강석 목사 © 시사저널 이종현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기독교 내에서도 다양한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 하지만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었던 당시와 현재 한국 교회의 상황은 다르다. 종교개혁 당시에는 로마 가톨릭이 종교의 본질을 잃었다. 너무 타락했다. 그 때문에 루터가 ‘아드 폰테스(근원에서 새롭게)’를 외친 것이다.

 

현재 기독교는 교리나 신학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한국 교회의 ‘세속화’다. 그것이 한국 교회의 개혁 목표이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초기에 민족의 아픔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한 종교였다. 민족의 고난을 함께했다.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 그 이후 근대화 시기까지는 기독교가 시대정신이었다.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정신적인 동력이 됐다.

 

기독교는 산업화 시기에도 정신적인 동력으로 건전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교회도 함께 성장주의·속도주의·성과주의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렸다.

 

 

교회다움이란 무엇인가.

 

교회의 거룩성, 즉 영적인 영광성이다. 물질만능주의·세속주의가 들어오면서 교회도 때 묻고 자본주의화됐다. 교회는 자본주의 흐름 속에서도 도덕성, 투명성, 영성을 지켜야 한다. 그런 부분이 퇴색되면서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에서도 자정능력을 갖추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소 목사는 서울 가락동 지하에서 시작해 현재 3만 명 이상의 신도를 둔 대형 교회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기독교의 세속화를 얘기할 때 교회의 대형화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나 자신도 성장주의·속도주의 시절에 교회를 개척했다. 당시에는 교회가 부흥하는 것이 선이고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시대의 한계에 함몰된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의 흐름과 조류를 보니까 그것이 아니더라. 교회가 성장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나눔의 정신을 갖고 작은 교회를 돌보고, 이웃과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교회를 키우려고만 하면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따른다. 변칙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교회 개혁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앞으로 미국은 목회적 대형 교회에 의해서 이끌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적 대형 교회란 대형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본질을 잃지 않고, 사회에 이바지하고 역사에 헌신하는 교회를 말한다. 국내 사회복지 관련 업무의 70% 이상을 한국 교회와 관련 단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는 선교적인 비영리단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교회는 시대정신을 이끌어가고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인은 포퓰리즘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는 진리를 추구한다. 교회는 여론을 주목하면서도 여론에만 편승해서는 안 된다. 1000명의 사람이 앉았을 때 홀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교회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다.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교인 과세를 2020년까지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기독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인들도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종교인도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고, 대형 교회 목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법안이 ‘종교인’ 과세인지 ‘종교’ 과세인지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종교인 과세는 목사에게 해당하는 것이고, 종교 과세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는 사업자번호도 없는 비영리단체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과세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정운영이 마비되면서 종교인 과세를 위한 준비가 전혀 이뤄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과세 당국은 각 종교, 종단 등과 긴밀히 협의해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는 종교단체별로 다양한 소득원천과 비용 인정 범위, 징수 방법에 대해 상세한 과세 기준을 협의·마련해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법안의 유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단체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려는 것이 아니다. 보다 명확한 과세 기준을 만들어서 예상되는 악영향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이다.

 

소강석 목사가 종교인 소득 과세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어떤 부분을 우려하는 것인가.

 

현재 법안에 따르면, 국세청이 교회 장부를 열람하고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자칫하면 종교 탄압이 될 수 있다. 국가가 종교를 간섭할 수 있게 되면 종교는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이른바 이단·사이비 종교들이 정통 종교와 마찬가지로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세금을 내게 되면 종교의 정당화를 이루게 된다.

 

종교인 과세가 이뤄지게 되면 종교인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저소득 종교인들에게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 근로자·사업자 가구에 연간 최대 23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종교인 과세를 통해 예상되는 세입은 많아야 200억원 수준인데, 오히려 근로장려세제로 나가는 세출은 800억원 상당이다. 이에 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종교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동성애 합법화도 논의되고 있다.

 

교회는 성경 말씀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교리를 앞세워 국민 모두에게 동성애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동성애를 사회적·법적으로 벌주고 탄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동성애 역시 개인의 자유다.

 

다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교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설교도 못하게 된다. 성 소수자 외의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있는데 차별금지법은 이를 억압하는 것이다.

 

 

기독교가 정치적으로 권력화·보수화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보수화됐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독재정권 때 보수화된 교회들이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성경은 개혁적인 부르짖음도 있지만 상당부분 보수성향이 짙다. 사도 바울은 악한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권을 위해 기도하라고 했다. 교회는 MB 정부, 박근혜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 왔다.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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