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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보안, 가뜩이나 불안한데…

6전7기 도전하는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추진 둘러싼 논란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ㅣ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31(Thu) 11: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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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베니토 후알스 국제공항 출국검색대를 용케 통과한 마약상 A가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캐나다 밴쿠버를 경유해 18시간 만에 인천에 도착한 A는 국내 공급책과 접선하기 위해 몇 시간째 공항면세점을 배회하고 있다.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연이어 들어오는 비행기의 입국자들 속에 섞인 A, 혼란한 틈을 타 마약조사과 직원을 따돌리고 국내 공급책과 접선에 성공했다. 포섭된 공항 관계자였던 국내 공급책은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해 공항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범죄 예방 대책 없는 상태에서 매우 위험”

 

인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됐을 경우, 관세청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마약 범죄 가상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은 지난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관세청이 범죄 취약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시시저널e와의 통화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마약 밀수입 등 범죄를 공모하는 자들에 대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행객들이 신속히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 추적·감시가 수월한데, 면세점이 설치되면 범죄자들이 면세점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자체 확보한 블랙리스트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협약에서도 입국장 면세점은 권고사항이 아니다. 검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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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벌써 7번째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위해 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수하물 수취지역 동·서측에 각각 190㎡와 제2여객터미널(T2) 1층 입국장에 326㎡의 공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곳은 16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인천공항공사는 현재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외국 공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인천공항에도 반드시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이미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은 공사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2월 공항과 항만에 입국장 면세점 19개소를 신설하는 것을 승인하고 베이징 수도공항을 비롯해 4곳에서 이미 영업을 개시했다. 곧 광저우(廣州)·청두(成都) 등 13곳 공항의 입국장 면세점이 추가로 문을 연다. 일본은 지난 4월 입국장 면세점 허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9월이면 나리타공항에 일본의 첫 입국장 면세점이 문을 연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입국장 면세점 추진을 바라보는 국내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관세 업계 관계자 역시 “임대수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잡힐 순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내 면세품 매출은 시내 면세점 증가 등으로 인해 점점 감소하고 있고, 여기에 입국장 면세점까지 도입되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두 항공사의 기내 면세품 연간 매출액은 약 33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입국 절차를 더디게 만드는 것은 물론, 수화물 회수 지연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면세점 확장보다 고객 불만 1순위인 인도장 설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여객동과 탑승동에 총 6곳의 인도장이 있지만, 장소가 매우 협소하고 여행객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고객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는 인도장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법과 관세법 등 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관세법 제196조를 보면, 보세판매장에서는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 외국물품을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로 반입하는 입국장 면세점 운영은 법상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또 부가가치세법의 경우 물품이 소비되는 국가에서 과세하는 소비지국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다만 관련 업계의 반대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 추진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발의했던 의원 91명 중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한병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등이 현 정부 청와대 요직에 있다는 점도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관세청의 강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음에도 이번만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인천공항공사, 연 임대수익 300억원 기대

 

정규직 전환에 따른 대규모 비용 마련이 필요한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통해 관련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협력사에 고용된 비정규직은 7400여 명이며, 내년 1월 제2터미널이 문을 열면 99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점 설치로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한 해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충당에 충분한 자금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변국들이 앞다퉈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고 있는데 우리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중소기업 위주로 사업권이 돌아가면 냉담한 여론도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8월3일 인천공항공사는 세종시에서 국토교통부 주재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과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와 관련해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공사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 의사를 드러냄에 따라 새 정부도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13년 8월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따른 마약·테러 우범자 추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의 뜻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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