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독이 든 성배’일까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31 11:07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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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원 부채 파리, 올림픽 후 빚잔치 우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는 9월13일, 2024년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전혀 긴장감은 없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2024년과 2028년 올림픽을 두고 후보 도시들 간의 유치경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후보 도시들이 줄줄이 개최 의사를 철회하며 빚어진 초유의 상황이다.

 

2024년 개최지로 공식 발표만 앞두고 있는 곳은 바로 프랑스 파리다. 경쟁 후보였던 미국 보스턴, 캐나다 토론토,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탈리아 로마 등 경쟁 도시들이 여론 수렴을 거쳐 유치 의사를 철회했다. 마지막 남은 경쟁 도시였던 미국 로스앤젤레스마저 2028년으로 개최 시기를 조정하자, 최후로 파리만 남게 된 것이다. 부전승으로 승리를 한 셈이다.

 

파리의 올림픽 유치 도전 역사는 3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2008년 그리고 2012년까지 세 차례나 유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5년, 당시 파리 시장이었던 베르트랑 들라노에를 필두로 2012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올인’했으나 영국 런던의 막판 뒤집기에 석패했다. 당시 스포츠계 인사들이 주를 이뤘던 런던의 유치 홍보단에 비해, 정치권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랑스의 선거전략이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됐다.

 

네 번째 도전을 하려던 2016년엔 ‘같은 대륙에서 두 번 연속 치르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도전조차 하지 못한 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기회를 빼앗겼다. 2020년엔 ‘원전 사태’를 딛고 일어선 일본의 개최지 선정을 그저 목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는 2024년 올림픽 개최국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월11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4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표내용을 듣고 있다. © 사진=EPA연합

 

역대 올림픽이 남긴 심각한 재정난

 

오랜 시간 기다려온 만큼 이번 선정을 반기는 국민들이 많다. 물론 올림픽의 손익 계산을 따져보기 전, 단순히 유치전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게다가 2024년은 파리가 지난 올림픽을 치렀던 1924년에서 꼭 100년이 되는 해다. 100년 만의 올림픽 개최는 매력적인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올림픽 성공의 관문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이번 올림픽 후보지 선정에 많은 도시들이 난색을 표한 것은 악명 높은 올림픽 유치 비용 때문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이후, 199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든 개회 도시가 비용 초과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겪었다. ‘승자의 저주’ ‘독이 든 성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올림픽의 후유증은 매섭기만 하다.

 

최근 반세기 동안 치러진 하계올림픽의 개최 비용 초과 비율은 평균 167%에 이른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경우 주경기장 건설 비용을 30년 동안 지불해야 했다. 프랑스 파리 1대학 블라디미르 안드레프 경제학과 교수는 “몬트리올올림픽의 재정 초과는 올림픽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고 지적한다. 당시 초과 지출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퀘벡주는 관할 지역의 담배세에 추가 세금을 부과해 2006년까지 거둬야 했다고 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치른 그리스는 현재 국가 도산 상태에 있다. 올림픽 유치로 그리스의 외채가 2~3% 증가했다는 사실은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도 인정한 부분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른 브라질은 부채가 420억원을 넘어 재정난이 가중됐고, 2020년 개최지인 도쿄는 벌써 예상 금액의 2배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최국 입장에선 올림픽의 성패가 메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도산을 하지 않는 것이 돼 버렸다. 이러한 재정적 우려에 대해 파리올림픽 유치를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대표적 논리는 ‘파리의 경우 올림픽 경기를 위한 95%의 시설물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간지 ‘파리마치’의 에릭 아크망 대기자는 “가장 크게 비용이 들어갈 수영장의 경우 파리 북쪽 센 생드니 지역에 선수촌과 함께 들어선다”며 “이러한 시설물은 보름간의 경기 일정 후 센 생드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선수촌은 공공주택으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림픽에 부정적인 인사들은 결국 비용 초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2024년 파리올림픽 유치에 소요되리라고 추산되는 비용은 약 66억 유로(약 8조8000억원)다. 이 중 절반인 30억 유로(4조2000억원)가량은 IOC로부터 전달된다. 경기 중계권과 스폰서 비용 그리고 매표 수익이다. 프랑스 정부는 15억 유로(2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나머지 비용인 20억 유로(2조6000억원)는 올림픽 유치에 나선 파리시와 조직위원회 측이 마련해야 하는 몫으로 남아 있다.

 

 

치안·보안 예산은 잠정 집계조차 불가

 

올림픽 비용이 초과 지출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중요한 또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현재 주최 측이 예상하고 있는 비용에 치안이나 보안 관련 예산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치안 비용은 잠정 집계조차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올림픽은 7년 후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근 바르셀로나 테러와 같은 치안 불안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운영비는 추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 직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설 경호 인력을 추가해야 한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때처럼 ‘팬존(Fan Zone·펜스로 둘러싼 관람객을 위한 안전지대)’을 설치한다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예상 지출을 3배나 초과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 역시 안전과 보안 관련 지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였다.

 

파리시의 재정 상태도 이번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우려하는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현재 파리시 부채는 51억 유로(6조8000억원)다. 이는 파리 시민 한 사람이 2880유로(375만원)를 떠안고 있는 수준이다. 올림픽 개최 비용에 버금가는 규모이기도 하다. 프랑스 경제 전문지 ‘캐피탈’은 지난 5월 “파리 시정의 부채 수준이 통제를 벗어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프랑스 역시 올림픽 개최 비용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의 경우 초과된 개최 비용을 메우기 위해 1992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지방세를 초과 징수해야 했다. 올림픽의 빚을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던 것이다.

이번 유치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두 사람은 안 이달고 파리 시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지난 6월 이달고 시장은 센 강변을 수상·육상 경기장으로 만들고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위에 테니스 코트를 설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테니스 경기에 직접 참여하며 땀을 흠뻑 쏟았다. 화려한 이벤트로 언론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바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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