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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LH 청년전세임대

최대 8000만원 지원하지만, 전세 매물 적고 집주인도 싫어해

김예린 인턴기자 ㅣ yerinwriter@naver.com | 승인 2017.09.05(Tue) 14:30:00 |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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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아무개씨(남·25)는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년전세임대주택 입주대상자로 당첨됐다. 여태껏 살던 고시원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곧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4개월째 전세 매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소(부동산) 40곳 넘게 돌아다니며 문의했지만 “전세가 없다” “집주인이 꺼린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당첨되는 것도 힘든데 집 구하기는 배로 힘들다. 이럴 거면 왜 지원해 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LH의 청년전세임대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복잡한 절차 탓에 집주인과 부동산이 청년전세임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전세임대로 집주인이 전세가를 올리면서 오히려 주거 안정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월세화하는 시장의 흐름과 청년전세임대를 외면하는 현실을 고려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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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없고 절차 복잡해 부동산·집주인 “NO”

 

청년전세임대는 국토부가 LH와 함께 전국 단위로 실행하는 주거 지원 정책이다. 입주자로 선정된 청년이 전세 주택을 구해 오면, LH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후 청년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타지 출신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저소득층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지역별로 1가구당 최대 8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지원한다. 당첨자는 임대보증금 100만~200만원에 전세금의 1~3%에 해당하는 이자를 LH에 내면 되므로 주거비 부담이 크게 준다.

 

문제는 전세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전세의 월세화로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가인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부동산업자는 “전세 매물이 워낙 없고, 그중에서도 LH가 가능해야 하니까 구하기 더 힘들다”면서 “8월에만 20명이 청년전세임대주택을 문의했는데 입주한 건 2명뿐”이라고 밝혔다. 창천동의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대학가에서는 전세 8000만원에 좋은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올 초 당첨돼 매물을 구하고 있는 송아무개씨(여·23)는 “대부분 낡은 반지하층이었고 지하철역과 멀거나 후미진 골목에 위치했다. 밤에 다니기 위험해 보여 입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남에서 서울로 올라온 김씨도 “냄새가 나거나 벽에 곰팡이가 낀 집도 있었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서울 변두리의 한 다가구주택에 전세 8000만원, 월세 20만원으로 입주했다. 그는 “집은 깨끗하지만 월세·관리비·LH 이자로 매달 40만원이 들어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학교 인근에 매물이 없다 보니 외곽으로 빠지면서 통학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올 초 경기 용인시에 입주한 최아무개씨(남·24)는 “학교 인근 부동산 30곳을 돌아 매물 2곳을 봤는데 집이 작고 상태가 별로였다. 학교에서 30분 떨어진 집이 상태가 더 좋아 입주했는데 교통이 불편하고 학교와 멀어 통학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집주인과 부동산 업계가 LH를 꺼린다는 점도 문제다. 일반 전세 계약보다 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해 집주인도 부동산도 손사래를 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일반 전세는 주인하고 세입자가 만나 계약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LH는 서류 넣어 승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계약서 작성할 때 법무사까지 대동해야 하니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LH는 임대차 계약 전에 해당 주택에 융자가 있는지, 소유권 분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권리분석을 한다. 해당 주택이 LH가 지원한 전세보증금을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권리분석 결과 승인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 집주인도 부동산도 계약을 꺼린다는 것이다.

 

청년전세임대 당첨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한몫한다. 부천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문아무개씨는 “당첨자가 LH 이자를 못 내거나 반전세의 경우 월세가 밀리게 되면 집주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동산·집주인 ‘갑질’에 전세가만 올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질’하는 부동산과 집주인도 나온다. 부동산 100곳 가까이에 전화를 했다는 송씨는 “청년전세임대 가능하냐고 물으면 안 된다면서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 볼 거 아니면 전화하지 말라는 곳도 있다”고 불평했다. 청년전세임대주택 카페에도 비슷한 사례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아이디 ‘퍼***’는 며칠 전 모 부동산에 찾아가 매물 세 곳을 봤는데 한 집은 외졌고, 다른 집은 너무 비좁았으며, 나머지 한 집은 월세를 부담해야 해서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중개사가 가계약하지도 않을 거면서 집은 왜 보러 오느냐고 하더라. 방을 보여주는 게 그분들 일이고 계약 안 하는 건 입주자 마음이다. 청년전세임대라서 조건 따질 권리도 없다는 건지 서러웠다”고 했다. 집주인의 경우도 권리분석에 시간이 걸린다며 당첨자와의 가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려 하거나, 내년 3월말 계약이 끝나는데 8월초에 천장 공사를 해야 한다며 한 달 내 집을 빼달라고 한다는 등의 사연이 다수 올라와 있다.

 

청년전세임대로 전세가가 뛰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중랑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LH로 나오는 주택들은 거의 구옥(舊屋)이라 세가 비싸지 않았다. 그런데 LH 지원 상한가가 8000만원인 사실을 아는 집주인들이 4000만~5000만원인 전세물건을 상한가까지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씨에 따르면, 부동산에서 LH 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배로 받을 수 있다면서 집주인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뛴 전세가가 8500만~9000만원까지 오르면서 “전세 8000만원에 해 줄 테니 월세 10만~20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집주인도 있다. 이씨는 “청년 주거 문제 해소는커녕 전세가만 높여 놨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고 꼬집었다.

 

LH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한 주거복지기획처 차장은 “전세가 많이 줄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LH전세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월세화라는 주택시장의 변화에 부합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국토부와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대안으로 임차료 지급보증제도를 실시해 왔다고도 했다. 임차료 지급보증은 입주자 월세가 밀리면 LH가 가입한 보증기관에서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반전세 전세임대주택을 계약할 경우 입주자는 전세보증금과 별도로 집주인에게 1년 치 월세보증금을 내야 한다. 이때 1년 치가 부담이 되면 3개월 치만 입주자가 내고 나머지는 보증으로 대체가능하며, 월세 체납 시 대한주택보증이 대납해 입주자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는 미지수다. 부동산업자 문씨는 “전세임대 당첨자들은 형편이 어려워 월세까지 내야 하는 반전세 주택을 거의 찾지 않는다. 월세보증제도가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 서류도 시간도 많이 드는데 집주인이 응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입주자가 당첨 전 서류를 제출해도 계약 시 또 서류를 요구하는 등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독일과 미국처럼 집주인의 재산세·양도세를 감면하거나 집 수리비를 지원·공제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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