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든 김정은이든 한 명이라도 제정신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5 13:10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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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트럼프의 ‘횡설수설’하는 대북 발언 비난

 

“우리는 북·미 간의 대치 과정에서 당신(트럼프)이든 김정은이든 한 명의 제정신인(sane) 지도자가 필요하다.”

 

7월9일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의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 제목에서 말해 주듯이, 미국민들이 보면 연일 위협과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문제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비판이 그대로 묻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횡설수설’은 이미 유명하다. ‘막말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가 횡설수설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미 언론들이 연일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꿈(flip-flops)’ 사례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보도하는 것은 거의 관례가 되고 있다. 한 언론은 최근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에 관해서도 트럼프가 24시간 안에 세 번이나 오락가락했다고 꼬집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가장 심각한 사항인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횡설수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8일(현지 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행정부 관계자들과 회의하던 중 발언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미친→똑똑한’ 김정은 평가도 오락가락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든다. 트럼프는 4월29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에 관해 “핵무기를 가진 미친 사람(madman with nuclear weapons)”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무기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면서 “그의 생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는 한순간에 미칠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4월30일,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많은 사람이 그를 정신병자라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가 매우 똑똑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을 바꿨다. 또 하루 뒤인 5월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honored) 그걸 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불과 며칠 사이에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얼마나 냉온탕을 들락거리고 있는지 다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대북 정책도 갈피를 못 잡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It won’t happen)”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북한은 7월에 두 번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평가되는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트럼프를 난감한 상황에 빠뜨린 셈이다. 이에 트럼프는 8월8일 “김정은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나 매우 위협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 세계가 과거에는 결코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8월11일 오전에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할 경우 (사용할)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면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에는 기자들에게 “(모두) 희망을 갖고 보는데,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며 “단언하는데, 나보다 더 평화적 해법을 선호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만 하루도 되지 않아 180도 뉘앙스를 달리하는 발언을 쏟아낸 셈이다.

 

 

전문가 “‘쇼맨십’ 트럼프, 군 통수권자라 문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북 발언을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횡설수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미 간의 긴장이 다소 완화되자, 7월22일에는 지지자들 앞에서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북·미 관계가 그렇게 강하게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매우 존중한다”면서 “아마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북한이 7월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국제사회에 경멸을 표시한 것”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초강경 발언으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더 나아가 7월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 왔고, 터무니없는 돈도 지불했다.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며 외교적인 해결책을 일축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방을 총괄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에 관해 “우리는 결코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찾고 있고, 결코 안주하지도 않는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거론하며 “대화는 필요 없다”고 대북 강경론을 천명했지만, 국방을 담당하는 국방장관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이례적인 ‘엇박자’를 노출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아니고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요한 한반도 문제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것에 대해 연일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 CNN 방송도 “트럼프의 호언장담하는(chest thumping) 언급이 대통령의 최신 발언인데, 이는 핵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담판의 길을 찾으려는 백악관 관료들과는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쉽게 말해 대통령 발언의 권위는 다 사라지고 허언과 엄포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거의 ‘쇼맨십’(showmanship)에 가깝다”면서 “불과 며칠 전에는 북한 문제에 대해 ‘존경’이나 ‘긍정적인’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하루 만에 ‘경멸’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따라서 트럼프의 이러한 ‘말 바꿈’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사람이 미국의 군 통수권자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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