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 인증은 그만…프리미엄 인증 민간에 맡겨야”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6 10:14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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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식품안전 전문가 김태민 변호사 “소비자 안전 관련 기준은 인증 아닌 法으로 강요해야”

 

정부의 인증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식품안전 전문가인 김태민 변호사는 “정말로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에만 인증이 주어질 수 있도록 민간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조건 민간에 맡기자는 의미가 아니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기본적으로 안전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인증이 아니라 법으로 강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옛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관리 인증(HACCP)팀에서 근무한 독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식품안전 전문가’다. 동시에 식품법률연구소 대표를 맡아 공무원, 기업 임원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최근 햄버거병, 살충제 계란 등 대규모 식품안전 논란이 벌어지면서 그의 일정은 더욱 빠듯해졌다. 김 변호사로부터 현행 인증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들어봤다.

 

김태민 변호사 ©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먹거리나 생필품의 인증제도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증제도의 본래 목적은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인증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주도하다 보면 본래 목적보다 실적이 중요해진다.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문책을 받기 때문이다. 공무원 입장에선 인증기관을 늘린다든지 인증제도를 더 많이 홍보했는지 여부가 성과 지표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HACCP 제도는 사전 예방적 조치를 통해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올해 몇 개 업체, 몇 개 농가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도록 하느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 인지도를 15%에서 20%로 올려야 하니까 TV 광고 몇 회, 신문 광고 몇 회 했는지가 성과 지표로 나타난다. 제도는 국민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놨는데, 공무원들이 운용하면서 제도가 변질된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인증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지 않은가.

 

엄연히 다르다. 이번 살충제 계란과 같은 경우 농가를 방문했던 인증 심사기관 직원들은 몇 해 전부터 살충제 사용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현장에 가면 농약통이나 농약 분무기 등이 있었을 것이다. 이때 인증제도 본연의 목적이 달성되는 시스템이라면 직원들은 정부에 현장 상황을 시급히 전달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이 개선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론 불가능하다. 현장의 상황을 전달해 봤자 공무원들이 좋아할 리 없다. 현재의 구조에선 담당 공무원이나 민간 업체 모두 기계적으로 인증 몇 개, 사후관리 달성률 몇 퍼센트 등의 목표가 설정된다. 현장에서 문제가 있어도 인증을 취소하기보단 농장주에게 “이런 문제가 있으니 잠깐 개선하면 인증제도를 유지해 주겠다”고 회유하고 만다.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민간에 위탁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위탁은 정부가 인증 업무를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인증제도를 바라보는 인식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인증의 경우 ‘친환경농어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농가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법이다. 모든 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장 관리하는 업체가 컨설팅 업체를 맡고, 인증 업체가 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힘 있는 관료 출신 기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프리미엄 인증제도를 차라리 민간에 맡겨야 한다. 우리가 SH공사나 LH공사에서 짓는 게 분명히 싼데, 왜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겠는가. 당연히 민간 업체가 신뢰도를 더 주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에 인증 업무를 넘기면 남발할 것 같은가. 오히려 그렇지 않다. 민간 업체가 인증을 남발한다는 소문이 나면 소비자들이나 유통 업체들이 신뢰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철저히 관리하게 된다.

 

 

민간에 넘길 경우 유해성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나.

 

적어도 민간에서 운영하게 되면 책임성이 명확해진다. 현재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인증제도를 믿고 물건을 샀다가 유해성 논란이 불거져도 누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하지만 민간에서 인증을 주도하면 인증을 믿고 프리미엄 제품을 산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선 농장주나 인증 업체에 명확히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인증 업체도 분쟁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더욱 철저히 인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인증 업무를 민간에 맡기자는 의미인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안전과 관련된 기준은 법으로 정해 모든 농수산식품이나 가공식품 생산 과정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규정하면 된다. 그럼 인증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식품이나 가공식품이 이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다. 굳이 인증마크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아무거나 사 먹으면 된다. 그런데 이걸 안 하고 단계적으로 차등을 두면서 소비자들에게 “이런 인증 붙은 게 더 좋은 거다”라고 강요한다. 그렇게 더 좋은 인증제도를 우후죽순 만들고 보니 너무 많아진 거다. 공무원 1인당 200개 업체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후 관리만 해도 모자랄 상황이 만들어진 거다.

 

 

인증 비용이 비싸질 것 같다. 영세업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겠나.

 

영세업자들조차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재 제도의 역설이다. 누구나 다 인증을 받아야 할 만큼 국민 안전과 직결된 것은 법을 통해 일괄적으로 의무화시키면 된다. 모든 제품이 안전하다고 여긴다면 모든 소비자가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인증이란 정말로 소수의 프리미엄 제품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민간에서 인증을 맡으면 비용이 더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 차별화하고 싶으면 그 비용을 추가한 만큼 가격을 높게 팔 수 있는 거다. 적어도 지금처럼 유명무실한 인증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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