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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먹거리, 그 신뢰의 값

남인숙 작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8(Fri) 16:00:00 |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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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지인이 한국에 장기 체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들어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의 답을 했다. 한국에 있으니 오히려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다. 요사이 아무리 중국의 인건비와 물가가 올랐다 해도 평균 물가가 한국과 비할 바는 아니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가 머물던 곳은 물류비 탓에 한국에서도 비교적 물가가 비싼 제주도였다.

 

내 의문에 그가 한 부연설명은 이랬다. 웬만큼 경제력이 있는 중국 사람들은 아무거나 먹고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해로운 성분을 거리낌 없이 쓰는 기상천외한 음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쓰는 비싼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수입 먹거리들을 구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먹고, 바르고, 입는 기본적인 비용이 오히려 한국에서 덜 든다는 게 납득이 된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돈도 돈이지만 손에 닿는 것 아무거나 사 먹어도 된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이다. 신뢰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이처럼 비싼 것이다.

 

이것은 중국을 건너다볼 것도 없이 근래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아도 확인해 볼 수 있는 명제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이 들어간 음식들의 소비가 줄고, 느닷없이 오리알·타조알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유해 성분이 들어 있는 생리대 파동으로 수입 유기농 생리대는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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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순히 눈에 보이는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믿지 못하는 물건들 사이에서 믿을 만한 것을 골라내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와 기회비용은 어떻게 환산해야 할까?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불신의 값이다.

 

그렇다면 쉬쉬하며 이런 낭비를 차단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 것일까? 답은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중국처럼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영영 잃게 되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고 중국만큼의 성장동력이 없는 우리에게는 더 혹독한 대가가 돌아올 것이다. 더구나 예전처럼 권위자가 일방적으로 흘리는 정보를 맹신하지 않는 요즘 소비자들은 집단지성으로 정보를 교차검증하고 재생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신뢰가 진짜 신뢰여야 하는 시대다.

 

해답은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관리감독 기능, 자정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이곳에서만큼은 아무것이나 손 가는 대로 골라도 안심할 수 있다는 믿음, 신뢰의 필요조차 의식되지 않는 사회가 실은 생산성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8월2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에 이와 관련된 예산이 확정 배정됐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농산물 안정성 조사를 확대하고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 계란 등 일련의 사태의 주원인이라고 지목되는 밀집형 사육시설을 현대화한다는 게 골자다.

 

어느 새 추석이 코앞이다. 언제인가부터 매번 명절 때마다 ‘명절 차례상 비상’이라는 제하의 뉴스를 보고 있는데 요즘은 살충제 파동 속에서 어떻게 전을 부쳐 먹을까가 이슈다. 불신을 조장하는 이런 사태 후 정부 대책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걱정거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다음 명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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