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강남 재건축 비리 수사 본격화되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8 10:59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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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본지가 지난해 8월 ‘[단독] 삼성물산, 강남 일대 1조7000억원대 재건축사업 부당 수주 의혹(제1399호)’ 기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보도한 지 1년여 만에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삼성물산에 대한 검찰수사가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이 도정법 예외규정을 통해 수주한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솔아파트 외에도 11곳에 달한다. 이곳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재건축사업장에서는 이미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온 바 있다.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사업비 8431억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삼성물산이 2002년 8월9일까지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음에도 동의자 수를 임의대로 조작해 시공사 신고 절차를 마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건축이 한창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현장. © 시사저널 고성준

해당 재건축사업은 1997년에 시작됐다. 그해 7월 창립총회를 열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정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창립총회 속기록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665명 가운데 직접 참석 820명과 서면결의서 202명 등 모두 1022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902명이 단독 시공사로 나선 삼성물산에 동의했다. 

 

그러나 2003년 삼성물산이 강남구청에 시공자 선정 신고를 할 때 동의자 수는 990명으로 둔갑했다. 문제는 동의자 수의 근거가 1997년 7월 열린 창립총회였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실제 토지 등 소유자 수가 1970명으로 파악되면서 과반수 이상의 동의율(50.3%)을 맞추기 위해 임의로 동의자 수를 늘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물산이 2003년 8월29일 시공자 변경 신고를 내는 과정에서도 동의자 수는 다시 한 번 늘어났다. 직접 참석자 902명이 동의를 했고, 서면결의서를 통한 동의자가 141명이라는 것이었다. 역시 동의자 수의 근거는 ‘창립총회’였다. 상기한 창립총회 속기록에 따르면, ‘902명의 동의’는 직접 참석자와 서면결의서를 합한 수다. 결국 141명의 추가 서면결의서를 통한 동의자가 갑작스레 생겨난 것이다. 이번에도 전체 조합원 수가 2038명으로 재확인되면서 과반수 이상(51.2%)의 동의율 확보를 위해 허위 신고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변경한 동의자 수가 창립총회 참석자 수를 넘어서자, 이마저도 기존 1022명에서 1105명으로 늘렸다.

 

강남구 서초동 우성1차아파트 재건축사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삼성물산은 2001년 10월 열린 추진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 안건에 대해 조합원 786명 가운데 49.7%에 해당하는 391명의 동의를 얻었다. 2002년 8월9일까지 조합원 절반 이상 동의라는 도정법 예외규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도정법 시행 이후 삼성물산은 서초구청에 시공사 선정 신청을 했다. 2003년 조합원 12명으로부터 서면결의서를 받아 부족한 동의 수를 메운 것이다.

 

대법원 판례상으로는 이런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은 무효다. 대법원은 롯데건설의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과정에서 2002년 8월9일 이전, 총회에서 토지 등 소유자 40.3%의 동의를 받고 신고기간에 16%의 추가 동의를 받은 시공자 신고 수리는 법규 위반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시영·우성아파트 조합원들은 관할 구청을 상대로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 신고수리 무효 확인 청구 소송 등을 벌였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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