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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용납할 수 없는 자유는 금기가 된다

마광수를 애도하며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1(Mon) 16:0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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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의 쓸쓸한 부고를 접하니 잠시 동안 일상이 정지됐다. ‘마광수 사건’은, 한 천재 문학교수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소설로 써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간 사건이다. 이 사건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들여다보려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시간대였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흔히 ‘3S 정책’으로 알려진 전두환 정권의 문화정책은 우리 사회의 포르노그래피 허용지수를 한껏 높여 놓았다. 정치로부터 멀어져서 관음에 몰두하라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명령이었다. 국가의 공생활에 관여하지 말고 개인의 사생활에 몰입하라는 명령. 그런데 시대가 바뀌자 ‘권력’은 도대체 왜 마광수를 단죄했을까.

 

마광수 수사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3차장 검사였던 심재륜은 회고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나는 ‘정말 이런 것을 문학이라 해야 하는가. (중략) 다른 하나는 이런 글을 써대는 사람이 과연 국내 명문대 교수로서 남을 가르치고 지도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월간조선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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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의 지배’를 대신한 ‘담론적 지배’

 

‘이런 것을 문학이라 해야 하는가’라는 ‘불쾌감’은 심재륜 검사의 문학적 무지의 소산이다. 《즐거운 사라》는 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며, 성(性)과 문학과 개인·여성의 자유가 어떻게 관련 맺는가에 대한 마광수의 작가적 탐구의 산물이다. 그것은 9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문학적 실험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문학을 읽는 눈의 낙후성이 실험적인 문학을 단죄한 엽기적 사건이다. 이러한 단죄야말로 성을 인간을 장악할 도구로 삼은 근대적 권력의 특기 가운데 하나다. 성에 대한 표현을 문학이다,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권력을 국가와 일부 계층이 지니겠다는 것. 무력의 지배가 물러간 자리에, 개인의 자유를 갈가리 찢어 허용하고 금지하는 담론적 지배가 들어선 것이다. 여기에 맞서 가장 첨예한 자유, 어린 여성의 성적 자유를 말한 것은 정면도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심재륜 스스로 날카롭게 인지한 대로, 진정한 단죄의 사유는 ‘국내 명문대 교수’에 있었다. 군사독재와 냉전에서 풀려난 90년대 초반 한국 사회가 제대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가부장적 지배 권력이 그를 희생 제물로 삼았던 것이다. 심재륜 검사와 김진태 검사는, 시인 겸 소설가 마광수가 아니라 명문대 교수 마광수를 공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마광수가 지은 죄는 뒷구멍에서, 골방에서, 룸살롱에서 은밀히 해야 하는 상상을 언어로 까발린 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하필 ‘명문대 교수’가 언어로 써서 햇볕 아래 풀어놓은 죄가 더 컸다. ‘이중적으로 점잔 빼’지 않고 말이다.(마광수, 이슈페이퍼 2011년 12월)

 

마광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었으나, 당대의 그 어떤 자유주의페미니스트들도 못 해낸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다. 여성은 어디까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어디까지 개인의 성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자유를 어디까지 ‘표현하는 자유’를 지닐 수 있을까. 87년 항쟁 이후의, 깨어 있는 개인이 되고자 하는 각개전투의 최전방에서 짓밟힌 사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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