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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스웨덴에 살면서 왜 스웨덴어 배우지 않는 거야?”

스웨덴의 구걸금지법과 인종차별 논란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2(Tue) 18:3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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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웨덴에서는 ‘구걸금지법’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과거 몇몇 기초자치단체(코뮌)가 입법을 추진하던 것을 최근에는 중앙정부 공공행정장관인 아르달란 세카라비가 입법 추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쟁이 더 뜨거워진 것이다.

 

스웨덴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소도시에서도 심심찮게 구걸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과는 매치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쿱(Coop)이나 이카(ICA) 등 주요 대형마트 앞이나 지하철역 입구는 구걸하는 이들이 없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구걸금지법에 대한 논란 중 하나는, 이들 구걸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인종차별, 트럼프의 미국도 아니고 관용과 포용의 상징으로 15만 명의 난민까지 받아들인 스웨덴에서 인종차별이라니. 하지만 구걸금지법은 인종차별과 전혀 무관하다는 게 이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한결같은 의견이다. 왜냐하면 구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른 인종’이 아닌 유럽의 다른 국가 출신들, 즉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의 집시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스웨덴인과 ‘다른 국가’일 뿐 ‘같은 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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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인 대부분 루마니아·불가리아 집시들

 

그렇다면 스웨덴에서는 인종차별이 어떨까. 스웨덴에서 회사에 다니는 일본인 오다기는 최근 회사 내 분위기가 전 같지 않은 것을 느낀다. 전에는 회사 동료들이 피카(Fika·커피와 쿠키 등을 먹으며 대화)를 하거나 모여서 담배를 피울 때, 스웨덴어를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당연한 듯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설령 스웨덴어를 모르는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일종의 배려로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오다기의 팀에는 스웨덴어를 못하는 인도 직원이 있다. 그런데 팀원들이 회의할 때는 물론 피카를 하거나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스웨덴어로만 이야기를 한다. 인도 직원이 굳이 “영어로 얘기하자”고 권해야 그제야 영어로 대화를 한다. 그러다가도 또 자연스럽게 스웨덴어로 바뀐다. 인도 직원은 어느 날 오다기에게 “이거 혹시 의도적인 인종차별 아냐?”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스웨덴에서 1년 반째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황희연씨는 최근 한 여성 의류매장에서 언짢은 경험을 했다. 매장 직원이 황씨의 체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키가 작고, 다리 길이가 짧아서 오늘은 맞는 옷이 없다느니, 피부 색깔이 옷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하는 등등. 황씨는 “너 그거 인종차별처럼 들려”라고 항의했다.

 

황씨는 매장 매니저에게 “난 지금 인종차별적 처사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으며 그래서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을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인종차별이 아니다”고 단언하면서 직원 편을 들었다.

 

 

자국어 무료로 가르쳐주는 스웨덴

 

최근 스웨덴에서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종종 느끼는 이런 일들이 생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에게 너무 친절했던 그들인데 언젠가부터 태도가 달라진 이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계 난민들과 이민자들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졌다”고 나름의 분석들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스웨덴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난민을 15만 명 이상 수용했다. 유럽연합(EU)이 난민에 대해 의무할당제를 실시한 이후 스웨덴은 독일에 이어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또 스웨덴은 현재 중동 지역 국가들은 물론 인도나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이민 대상국이다. 매해 적지 않은 ‘이방인’들이 스웨덴에 정착하고 있다. 그러니 이를 바라보는 ‘원래’ 스웨덴 사람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국가차별’ 또는 ‘언어차별’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이 차별하는 것은 피부색이나 외모에 대한 차별이라기보다 스웨덴어를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즉 스웨덴 사람일 수 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스웨덴 회사에서 차별 받았다는 인도인은 스웨덴어를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이질감을 겪고 있다. 오히려 인도인보다 외모의 이질감이 더 강한 일본인 오다기는 스웨덴어를 잘하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는다. 

대학원생 황씨는 스웨덴의 옴부즈만(Ombudsman)에 문제제기를 했다. 옴부즈만에선 이를 명백한 차별로 규정하고 해당 매장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그 일로 매장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매장 직원과 매니저는 수차례에 걸쳐 황씨에게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민자에게 자국어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나라는 스웨덴뿐이다. 스웨덴에는 각 코뮌에서 운영하는 SFI(Svenska för Invandrare·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라는 것이 있다. 스웨덴에 들어가 신분 번호(Personal Nummer)만 받으면 무료로 스웨덴어를 배울 수 있다. 심지어 난민은 SFI를 듣는 것만으로도 매월 현금이 지급된다. ‘자기들의 세계’에 편입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스웨덴에도 명백히 ‘차별’은 존재한다. 특히 외모로 구분이 명확한 외국인에 대해 차별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또 스웨덴어를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여행자 신분이 아닌 것을 인지한다면 “왜 스웨덴에 살면서 스웨덴어를 배우지 않는 거야?”라는 의도의 차별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다만 몇 마디의 스웨덴어를 어색하게 구사하려고 애쓰거나, SFI를 다닌다고 하면 반색한다. 스웨덴어를 못하는 미국인이 느끼는 차별을 스웨덴어를 하는 한국인은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3년간 대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는 다니엘 요한손은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없는 사회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피부색이나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스웨덴은 그것을 차단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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