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일자리 만드는 혁명”
  • 김상현 세종취재본부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3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인 석학들 대전에서 미래 직업을 이야기하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은 이 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지 않고 지원과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본다.”

 

“5만 개의 드론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시대가 오면 수많은 신규 직업군이 탄생할 것입니다. 미래의 비전에 따라 현재 역시 변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세계를 가져올까? 과연 우려처럼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고된 삶을 겪게 될까? 현실이 돼버린 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클라우드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2016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공표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겨줬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연일 관련된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고,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아이디어를 얻고자 발품을 팔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라는 새로운 조직까지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9월10일 대전광역시에서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대전시는 9월10일부터 13일 사이에 ‘2017 아시아태평양도시정상회의(APCS)’와 ‘2017 세계과학도시연합(WTA) 대전 세계 혁신포럼’이라는 국제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서 열린 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강연과 토론 내용은 미래 일자리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종을 울렸다.

 

 

새로운 기술은 직업의 유연성을 가져온다

 

대전 세계 혁신포럼의 개막식에서는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의 데틀레프 췰케(Dtler Zuehlke) 소장이 연사로 나섰다. 췰케 소장은 이날 독일의 스마트팩토리 연구 사례를 통해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제조공장을 결합해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한 기술이다. 처음에는 지멘스와 BASF 등 7개 기업과 연구소의 참여로 시작해 현재는 49개의 회원사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세계적인 프로젝트다. 

 

췰케 소장은 강연에서 “자동화는 사람의 직업을 뺏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 환경이 변함에 따라 사람의 역할도 변화할 것입니다. 1940년대나 1950년대에는 기계, 전기가 산업의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한 부분 역시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는 오히려 사람이 미래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췰케 소장은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욱 많은 해택을 누릴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처럼 극적인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오히려 기술 발전을 더디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시민, 기업체, 정부가 함께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론을 꺼냈다.

 

다빈치연구소(Davinci institute)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소장도 APCS에서 진행한 기조 강연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예전에 저는 2030년이 되면 20억 명의 사람이 직업을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로 여러분에게 공포감을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일자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경고를 던진 것뿐입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혁신이 없애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산업의 예를 들었다. 프레이 소장은 “100년 전에는 2만6000명의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있었으나 자동화가 되면서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수리공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업군이 사라진다고 해서 관련한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좌)과 제라드 코엔 직소 대표는 강연을 통해 미래 산업에 대해 준비해야 할 점을 시사했다. ⓒ 시사저널 김상현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

 

프레이 소장은 “자동화의 발달로 인간의 노력은 기하급수로 감소하지만, 능력은 같은 비율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850년 자동차 평균 속도는 6km/h 정도였습니다. 당시에는 한 사람이 평생 이동하는 거리는 고작 1만km였습니다. 2000년이 되자 인류는 평균 219만km로 움직이게 됐습니다. 이 추세로 가면 2050년에는 한 사람이 평생 1100만 km를 여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래의 일자리는 미래의 산업에서 비롯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은 지금까지 없던 플랫폼을 만들고, 산업을 일으키고, 혁신을 키워낸다는 것이다. 프레이 소장은 “드론의 발달에 따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겠지만 반대로 드론 통제실 운영자, 데이터 분석가, 드론 파일럿, 모니터 요원, 규제 담당자 등 무수히 많은 직업이 생길 것”이라면서 “2030년 정도가 되면 약 10억 개의 드론이 머리 위를 떠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모습의 산업이 생겨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PCS에서는 제라드 코엔(Jared Cohen)도 기조 강연을 펼쳤다. 제라드 코엔은 구글 아이디어스의 후신인 직소(Jigsaw)의 대표로 전 구글 CEO이자 알파벳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의 자문가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4차 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동화하는 산업이 증가하면 실업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자체는 활용에 따라 어마어마한 강점을 가질 것입니다. 의료, 교육 분야 등의 발전을 위해 데이터는 어마어마한 역할을 할 겁니다. 새로운 석유자원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활용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인공지능은 효율적 측면에서 많은 기회를 주지만 모든 개인이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좋거나 나쁘다는 이분적 사고로 예단할 수 없으며 올바른 발전과 활용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면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자의 말대로 4차 산업 혁명은 이미 시작했다. 그리고 미래가 다가오는 속도는 과거보다 점점 빨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토마스 프레이 소장의 “미래가 현재를 바꾼다”라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