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값이 오르는 이유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5 13:20
  • 호수 14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북한 핵 문제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금값 상승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달러 가치 하락과 중국의 금 수요 증가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금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값은 달러로 표시된다. 그래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금 가격은 오르게 되는데,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200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6%였으나, 지난해엔 24.7%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으로 5년 정도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이란 그 나라의 경제력을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아직도 세계 경제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으로는 높지만, 상대적으로는 그 비중이 줄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9월4일 금 현물 가격이 급등, 전거래일보다 0.86% 치솟은 온스당 1천336.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미국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9일 이래 10개월 만에 최고 가격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내부에 금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순환 측면에서 봐도 달러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2009년 9월을 저점으로 현재까지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경기 확장 국면이 올해 8월까지 98개월 지속되고 있는 셈인데, 이보다 경기 확장이 길었던 경우는 과거에 두 번 있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때 106개월, 1990년대 정보통신혁명 시기의 120개월이다.

 

이번 경기 확장을 이끌고 있는 정책 효과가 점차 줄면서 조만간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정부가 돈을 쓸 여지가 크지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정책도 정상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상업용 부동산이나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침체 국면에 빠지고 달러 가치도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달러 가치 하락과 더불어 중국이 금을 사면서 금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2016년 3월 현재 중국 중앙은행은 금을 1798톤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년 전에 비해 71%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의 65~70%에 비해 훨씬 낮다.

 

올해 6월말 현재 중국은 미 국채를 1조1465억 달러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가격으로 시산해보면 약 2만4000톤의 금을 살 수 있는 돈이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8100톤)의 3배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일부를 팔아 금을 살 수 있다. 여기다가 거품 상태에 있는 중국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중국 국민들도 투자 수단으로 금을 찾게 될 것이다. 2008년 주가가 폭락한 이후 개인 자금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이동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가 급하게 오면 금 가격은 폭등하고 달러 가치는 폭락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이 줄어들고, 세계가 새로운 금융질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