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보다 본인 선택 중시하는 현대家 가풍 3세도 여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2 14:01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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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회장 세 자녀 모두 평범한 집안과 결혼​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잘나가는 재벌가 황태자였다. 형제들 중에서도 외모가 부친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쏙 빼닮은 데다 경영 스타일도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이 때문에 정 전 회장은 1998년 현대그룹 공동회장에 올랐으며, 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단독 회장이 됐다. 

 

하지만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2003년 타계했다. 현대그룹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기업 경영을 책임진 부인 현정은 회장은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누나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현대그룹 사옥 © 시사저널 최준필


현 회장의 맏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41)는 1977년생으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와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신두식씨와 결혼했다. 둘째인 정영이 현대유엔아이 차장(34)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현대유엔아이에 입사했다. 

 

그 역시 평범한 직장인과 올해 결혼했다. 막내아들인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33)도 누나 정 차장보다 한 해 앞선 지난해 일반인과 결혼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가문보다는 당사자들의 선택을 중시하는 현대가(家) 가풍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세 자녀 모두 회사 내에서 평범한 직장인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가는 다른 재벌가문과 달리 혼맥이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정 창업주가 자식들의 연애에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왕회장’으로 불린 그 역시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인 故 변중석 여사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 했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둣가 막노동꾼을 전전하다 대기업 총수까지 오른 그는 평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력이나 부를 결국 싫어하진 않았지만, 혼사 줄까지 댈 필요는 없다는 신념이 있었다. 

 

때문에 정 창업주와 변 여사는 슬하에 9남매를 뒀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많지 않다. 굳이 꼽자면 5남인 정 전 회장과 6남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도다. 정 전 회장은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 가문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정 전 대표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과 결혼했다. 대부분의 재벌 가문이 화려한 정·관·재계 혼맥으로 연결되는 것과 대조되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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