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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뽑히는 민선시장마다 어김없이 ‘철창행’

지역 토착세력, 거제시 막대한 개발사업 이권 주물러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9(Fri) 11:00:00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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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 치욕적인 흑역사는 언제까지 되풀이될까. 권민호 거제시장 비리 의혹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한숨 또한 깊어지고 있다. 거제시는 1995년 지방선거부터 뽑혀온 역대 민선시장 3명이 모두 비리 혐의로 구속된 아픔을 갖고 있다.

 

거제시는 1995년 1월 정부의 시·군 통합정책에 따라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합쳐져 탄생했다. 통합 거제시의 초대 시장(관선)은 6개월 근무한 김계현 전 시장이다. 그러다 그해 1995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첫 민선시장을 뽑았다. 당시 거제군 기획실장과 장승포시 총무과장을 거쳐 진해시 총무국장을 지낸 조상도씨가 민자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간판을 달고 출사표를 던져 무소속 양정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조상도 전 시장은 시장 재직 시절인 1998년 4월 거제시 장목면 장목리 석산 개발 과정에서 보성산업 대표 김아무개씨로부터 골재 채취 허가가 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5차례에 걸쳐 4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1년 4월 구속됐다.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1심 재판부는 조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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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지역 비리에 연루

 

뒤를 이은 민선 2기 양정식 전 시장은 4년의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2002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취임 후 5일 만에 또다시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당시 양 전 시장을 조사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양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1999년 7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칠천도 연륙교 건설공사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시공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53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 전 시장은 그해 7월 행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듬해 7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48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민선 4~5기 시장을 역임한 김한겸 전 시장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했다. 공무원 출신인 두 명의 전임 시장과 달리 김 전 시장은 두 차례 경남도의원을 지낸 경력을 앞세워 ‘클린 시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10년 11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아무개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김 전 시장을 구속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에게서 1억원을 받아 일부를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고 시장에 당선된 뒤 임천공업에 공유수면 매립 관련 인허가와 관련해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았다.

 

거제시는 다른 경남의 지자체처럼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지역으로 평가받아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탓에 상도동계 인사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12~14대 의원을 지낸 김봉조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낸 이후부터는 보수색이 더욱 짙어졌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5~17대까지 내리 3선을 지낸 곳이 거제시다. 하지만 거제시 출신 역대 국회의원들 역시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8대 의원을 지낸 윤영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의 경우, 부인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시·도의원 후보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로 그해 7월 구속됐다. 19대에 이어 현 20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내고 있는 김한표 의원(자유한국당)의 경우도 지난해 9월 지역구 사무국장이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1심에서 김 의원은 무죄를 판결을 받았지만, 해당 사무국장은 벌금 200만원에, 추징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자신의 친구가 소유한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18개월 동안 사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도대체 거제시에서 역대 시장과 지역구 의원들의 비리 행위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지역 정가에서는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정치권력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데다, 이들 정치권력이 지역 토착세력과 결탁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배동주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지역 토착세력과 정치권이 이해관계를 놓고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기 때문에 시장 구속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색도 불법 카르텔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외지 사람에 대한 배타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시장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자리는 오랜 시간 거제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사람들끼리 나눠먹는 식으로 변질됐다. 이러다 보니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권력 교체를 열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김한표(득표율 44.19%) 새누리당  의원은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43.47%)에게 불과 730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토착세력이 각종 지역 비리의 온상”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해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영향력이 상당해 시장이나 국회의원에 도전하려면 김 전 실장 세력의 재가를 얻어야 가능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에서는 조선업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국내 조선회사 ‘빅3’ 중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거제에 공장을 두고 있다. 때문에 조선업이 호황을 기록하던 시절, 거제는 전국에서 1인당 GRDP(지역총생산액)가 가장 높은 도시였다. 가장 최근 기록인 2014년의 경우, 1인당 GRDP가 3만6870달러로 울산시 다음으로 높았다. 한 해 전인 2013년은 1인당 GRDP가 5만152달러를 기록했다.

 

풀린 돈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재투자 등 선순환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지만, 각종 이권과 청탁의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전임 민선시장 3명이 내리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도 지역 개발을 미끼로 거액의 부정한 돈을 수뢰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다 보니 고가의 아파트 분양도 줄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개발 인허가를 얻기 위한 부정한 돈은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2009년대 말부터 추진해 온 고현만 재개발사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거제시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10%만 보유하고 있다. 그 대신 막대한 개발 이익은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다. 이 밖에도 거제시는 그동안 500억원짜리 한려수도 조망 합동케이블카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원종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민주평통·예총 등 주요 관변단체는 사실상 토착세력의 손아귀 아래 있다”면서 “이들이 지역경제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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