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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망한 직원 가족과 4년째 ‘진실 공방’ 벌이는 삼성엔지니어링

진실 규명 요구하며 유족들 1000일 넘게 1인 시위 삼성 측, 강제집행 시도하다 법원 제지 받기도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9(Fri) 16:34:47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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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오전 8시,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센터 앞.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이 출근하는 직원들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2014년 8월 이라크 공사현장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 회사 직원 차아무개 선임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이 사망한 경위가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사고 당시 동행한 이라크 경호업체의 초기 사건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이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초기 작성한 경과보고서 ‘허점투성이’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한 지 벌써 1000일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법적 다툼도 벌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차씨의 1인 시위를 막기 위해 강제집행을 시도했다가 법원의 제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도대체 차씨와 삼성엔지니어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그는 1000일 넘게 이곳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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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을 2014년으로 돌려보자. 이라크 현장에서 근무하던 차 선임이 8월3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다음 날 오전 9시로 예정된 이라크 석유장관과의 미팅을 위해 이동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초기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족들에게 2페이지 분량의 사건 경과보고서를 건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경호차량을 포함해 두 대의 차량이 공사현장을 출발했다. 차 선임은 최아무개 팀장 및 경호원과 함께 뒤쪽 승합차에 탑승했다. 이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차량이 5~6번 굴렀고, 차 선임은 열린 차문으로 튕겨져 나가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가 밤 10시45분께였다. 밤늦은 시간인 데다, 사고 장소 또한 고속도로여서 유족들도 회사 측의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족들이 이라크 현지로 건너가 확인한 결과는 보고서 내용과 달랐다. 보고서는 차 선임이 중간 휴식 이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사망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차 선임과 동승한 직원은 유족들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차 선임이 아니라 최아무개 팀장”이라고 진술했다. 펑크가 난 타이어 위치나 차량 속도, 사고 이후 후속처리 등도 보고서 내용과 달랐다. 

유족들은 “삼성이 사고를 은폐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이라크 당국에서도 사건을 교통사고로 처리했다”고 말하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직원들의 진술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서도 “사고 직후라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얼마 후 이라크 법원의 사건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고, 사고 당시 차 선임이 이용했던 차량이 경호업체인 N사가 아니라 이라크 광산부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 A씨 역시 광산부 소속으로 경호업체와 무관했다. A씨나 광산부 대변인 B씨가 이라크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은 이랬다. 사고 당일 A씨는 광산부 지시로 문제의 차량을 타고 바그다드에서 바스라로 이동 중 고장이 났다. 상부에 보고하고 바그다드로 돌아가던 중 택시(렌터카 추정) 한 대가 고장 나서 도로 옆에 서 있었다. 일행 중에 안면이 있는 경호업체 직원이 있어 태우고 가던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차씨 일행이 경호차량을 포함한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현장을 출발했다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초기 보고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 측의 대응에 불만이 많았던 차씨는 이때부터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삼성엔지니어링 상일동 사옥에서 매일 아침 1인 시위를 벌였다. 차씨는 “삼성엔지니어링은 교통사고라고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다”며 “무엇보다 사고 당일 경호업체의 보고서를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7월 N사와 경호 계약을 체결했다. 24시간 연중무휴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동 요구에 무조건 응하고, 차량의 점검 및 보호장비의 철저한 정비, 경호요원 및 경호 대상자들의 기록을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 보고하는 일일보고서와 주말보고서, 월말보고서 등 보고서의 형태 또한 다양했다. 차씨는 “이라크는 전쟁지역이어서 외국인이 이동할 때 반드시 등록된 경호업체가 동행해야 한다. 사고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경호업체의 일일보고서”라며 “삼성 측이 아직까지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법적 다툼을 벌였다. 차씨는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맞서 삼성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타살 의혹이나 사건 은폐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법원이 2016년 1월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한동안 피켓 시위도 불가능하게 됐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2017년 5월 대법원이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성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유가족들은 회사에 가입돼 있는 보험을 통해 거액의 보험금과 장례지원비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추가로 합의금을 요구하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부당하다는 것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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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업체 초기 보고서 공개 안 하나, 못 하나?

 

삼성엔지니어링은 법원 판결을 근거로 올해 6월5일 차씨에 대한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차씨가 5월 재개한 1인 시위가 법원의 간접강제명령 6개 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390만원의 강제집행을 시도한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삼성화재는 최근 2억원의 구상금을 별도로 유족들에게 청구했다.

 

차씨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법원이 차씨의 손을 들어줬다. 8월30일 차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집행문을 취소하고, 강제 결정을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간접강제 결정은 신청인의 모든 시위행위를 금지한 것이 아니다. 피신청인의 명예 및 영업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청인의 피켓 내용은 ‘경호업체와의 계약 규정에 따른 최초 사건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취지로 간접강제 결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차씨는 9월21일 “이라크 경호업체의 보고서 내용만 확인시켜주면 1인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회사에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강제 집행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막은 거대 기업의 횡포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삼성엔지니어링과 사망한 직원들의 ‘진실 공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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