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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학교전담경찰관’

성추행·학교폭력 묵인 등 잇따라 물의…제도 개선 시급하다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1(Sun) 17:00:00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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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일선 학교에 배치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의 안전을 지키고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국에 배치된 SPO는 1109명이며, 1인당 약 10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로 SPO를 도입한 지 5년째지만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강릉, 아산, 서울 등 전국에서 청소년 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SPO가 보호해야 할 학생과 성관계를 맺거나 성추행 등으로 연이어 물의를 빚고 있는 등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는 SPO 2명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고 강제 추행한 것이 드러나 파면됐다. 부산 사하경찰서 김아무개 경장(34)은 같은 해 5월말 자신의 승용차에서 여고생인 A양(17)과 성관계를 가졌다.

 

김 경장에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재판에서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고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성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여고생의 심리 상태를 악용했다며 김 전 경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경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 연제경찰서 정아무개 경장(31)의 경우 지난해 3월초부터 여고생 B양(17)과 수차례 성관계를 하면서 1000건이 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호감을 표시했다. B양은 가정불화로 세 차례나 자해를 시도했던 보호 대상 학생이었다. 정 전 경장은 ‘위계에 의한 간음’이 입증되지 않아 형사 사건에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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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서도 보호 대상인 여중생 자매를 성추행한 혐의로 지역 경찰서 SPO A경위(45)가 구속됐다. 그는 지난 6월말부터 최근까지 자신에게 상담을 받았던 같은 학교 여중생 자매의 신체 일부를 10여 차례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손 가정의 자매는 A경위에게 상담을 요청한 후 상담 과정에서 범행에 노출됐다. A경위는 휴대전화와 옷, 식료품 등을 사주며 자매와 친분을 쌓은 뒤 하굣길 차량 안 등지에서 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SPO 업무 지침에는 담당 경찰관들이 이성인 학생을 상담할 때 지켜야 할 조항들이 명시돼 있다. 교외에서 이성 학생을 상담할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야 한다. 상담받는 학생과 같은 동성 경찰관과 자리를 함께하고, 상담 사실은 학교 및 소속 부서장(여성청소년과)에게 사전·사후 보고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최초 면담 뒤에는 상담 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기관에 연계해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학생과 성관계를 맺거나 성추행한 SPO들은 대부분 이런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SPO 징계 및 전보조치 현황’을 보면, 2012년 SPO 도입 이후 올해 7월까지 징계 처분된 경찰관은 총 20명이다. 이 중 성폭행·성추행 등으로 인한 징계가 7명(35%)으로 가장 많았다.

 

전남경찰청의 한 순경은 술집에서 즉석만남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집으로 데려간 뒤 성추행해 지난 5월 파면됐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사는 성추행으로 정직 3월, 강원경찰청의 경위는 불건전 이성교제로 정직 2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 음주운전, 금품수수, 도박, 비인권적 행위 등도 있었다.

 

이재정 의원은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줘야 하는 학교전담경찰관들이 음주운전, 성희롱, 성추행 등으로 징계·전보조치를 당하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경찰 당국은 학교전담경찰관 선발부터 운영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제도 개선을 시급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SPO 운영 매뉴얼 지키지 않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도 SPO의 관리 미흡이 드러났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자인 한아무개양(14)을 지난 6월 1차로 폭행했다. 한양의 어머니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당시 한양이 가출한 상태여서 제대로 조사를 받지 못했다. 그 후 가해 학생들은 10시간 과정인 ‘사랑의 교실’이라는 전문단체의 위탁 선도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교육 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1 개인 상담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이수한 지 두 달 만에 잔혹한 보복폭행에 나서면서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게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 운영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SPO의 여고생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청과 교육청 공동으로 매뉴얼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가해 학생 조사 후 수사팀에 수료증 등을 통보해 이수 여부를 수사기록 및 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부산경찰청은 해당 내용을 수사기록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도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며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학생이 선도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에도 담당 SPO는 지속적인 연락은커녕 단 한 번도 가해 학생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의원은 “부산지방경찰청은 1년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마련된 SPO 운영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고, 선도 프로그램 운영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울산에서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자살했으나 SPO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학교 측과 공모해 학교폭력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 6월15일 울산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중학교 1학년인 이아무개군(14)이 투신해 사망했다.

 

이군은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반 아이들이 책가방을 숨기고 책을 빼앗고 자리에 앉지 못하게 뒤통수를 때렸다. 또 표준말과 사투리를 약간 섞어서 말하는 것을 따라다니며 놀리기도 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이군은 4월에 학교 3층 복도에서 1차 투신을 시도하다가 학생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군은 자신이 당한 것을 청소년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을 통해 낱낱이 알렸다. 센터에서도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 5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이군이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돌발행동을 자주 한다는 이유로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을 무혐의 처리했다. 또 이군에게 정신과 치료와 함께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병원 진료 및 학업중단 숙려제 실시’를 통보했다.

 

학교는 학교폭력 발생 14일 이내에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18일이 지난 5월16일에야 열었고, 이때 이군의 아버지에게는 참석하라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날 아버지는 이군의 치료비 문제로 학교에 갔으나 학교 측에서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군의 아버지는 5월20일과 22일 두 번에 걸쳐 학교폭력을 신고했다. 그러나 SPO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때 SPO가 제대로 조사하고 조치했다면 이군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학폭위 결정에 상심한 이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이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울산시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그 후 경찰의 재조사가 시작되면서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군의 아버지는 경찰이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다며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군의 아버지는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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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철저하게 이뤄져야

 

경찰청은 지난해 부산 SPO 성추문 사건 이후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상담 전문인력을 뽑는 등 전면적인 제도 손질에 나서기로 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SPO의 전문성 강화’와 ‘남녀 2인1조 배치’ ‘직무 전문화’ 등이 제시됐다.

 

우선 경찰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SPO 전원을 순차적으로 특채인 전문 경찰관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매년 81명씩 3년간 뽑기로 했던 심리상담사, 교직 자격 보유자에 대한 특채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4년부터 아동·청소년 교육·상담·심리학 관련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진 전공자 243명을 특별 채용했지만 이는 전체 SPO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또 SPO를 남녀 경찰관 2인1조로 구성해 남학생은 남성 경찰관이, 여학생은 여성 경찰관이 상담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이 SPO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문인력 확충을 위한 교육이나 상담·심리전문가 채용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SPO 한 명이 담당하는 학교 숫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SPO와 학교 측의 지나친 유대관계로 인한 폐해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 보듯 학교폭력을 조사하고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내려야 할 학폭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가해 학생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 학생을 더욱 억울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SPO는 학폭위의 잘못된 결정을 묵인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일선 학교 어느 곳에서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SPO가 학폭위 등에 참석해 학교 측 입장을 옹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월12일 울산지방경찰청에서 ‘학교폭력·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학폭위에 참여하는 위원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SPO도 평소 학교와의 관계를 고려해 해당 학교 담당 경찰관이 아닌 다른 경찰관을 학폭위에 참석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일부 SPO의 일탈행위나 문제점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SPO가 배치된 후 학교폭력이 대폭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5년 하반기에 초·중·고·특수학교생 13만867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피해를 봤다’는 응답률이 0.7%로 2013년 상반기 2%보다 1.3%나 줄었다. 최근 통계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교폭력 피해자는 3만7000명이다. SPO 도입 첫해인 2012년과 비교해 78.5% 줄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SPO의 활동도 전문화돼야 하지만 관리·감독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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