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프간 추가 파병하며 광물전쟁 나섰다
  • 강천구 영진회계법인 부회장・한국광물자원공사 前 본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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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차 산업 핵심사업 성공여부는 자원 확보에 달려

 

1979년 12월24일 새벽 소련군 제40군단은 아프카니스탄(이하 아프간) 접경 테르메즈 인근의 아무다르야강에 부교를 설치하고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1980년부터 1985년까지 5년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진 판지시르 계곡에서 벌어진 소련군과 카르말 정권 간의 전쟁은 9차례에 걸쳐 계속됐다. 소련군은 아프간의 영웅인 마수드 군대를 제압하기 위해 많은 병력과 물자를 투입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소련군은 1986년 공세를 중단하고 공식적으로 1988년 판지시르 계곡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그리고 13년 후 아프간은 미국과 또 다시 전쟁을 벌였다.

 

2001년 9월11일 미국에서 발생했던 9․11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일으킨 전쟁은 2001년 10월7일 시작됐다. 이 전쟁은 2014년 12월28일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아프간에는 시설유지 명목으로 미군 8400명이 파견돼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회동 중인 트럼프 대통령 © 사진=AP연합

최근 뉴욕타임스와 NBC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의 광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아프간 주둔 병력의 증원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 특사를 파견해 자원개발을 협의하고 있다. 아프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도 이를 논의했다. 그는 통화에서 “중국은 아프간에서 희귀광물을 채굴하는데 우리는 왜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하느냐”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을 해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8월2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4000명을 아프간에 추가 파병하는데 동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석유(398억 배럴・세계9위), 가스(1조8200만㎥・세계 17위), 우라늄(43만7000톤・세계3위)을 비롯해 크롬, 연, 아연, 철광석, 몰리브덴, 카드뮴, 구리, 망간, 티타늄 등 산업에 필요한 광물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량 세계 10위 이상의 광물자원이 10여 종류나 된다.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조 달러가 넘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이념전쟁, 무기전쟁이 이제는 자원전쟁으로 그 성격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中, 新자원전쟁 가장 앞선 국가

 

이러한 신(新)자원전쟁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전 세계 코발트의 절반 이상은 아프리카 콩고에서 생산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정련돼 주요 IT기업에 공급된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자국의 동팡, 진천그룹, 저장화유 등 기업을 앞세워 콩고 내 주요 광산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자원 보유 국가를 대상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광산개발권을 확보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도 쓸어 담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광산인 호주 탈리슨의 경영권은 중국 티앤치가 가져갔다. 호주 마리온 리듐광산 개발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도 중국 간펑리튬이다. 최대 탄산리튬 매장국인 볼리비아에서도 2013년 7월19일 중국은 볼리비아 정부와 리튬 배터리 조립 공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우리나라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가 개발하다 포기한 틈을 중국이 파고든 것이다.

 

일본은 중국만큼 많은 광물자원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해외자원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자국 앞바다 해저탐사를 통해 광물자원을 채굴하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느 국가보다 자원 확보가 필요한데도 투자 속도는 느리다. 국내 산업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일본 소재부품산업 전체를 위협하던 2010년의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급을 독점하는 일부 국가나 기업이 물량조절에 나서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포스코, LG상사, 삼성물산 등이 다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이유인즉 자원공기업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자국의 2차 전지 산업을 키우기 위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리튬의 공급을 줄이게 되면 우리로선 속수무책으로 당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내세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은 무시한 채 관련 공기업을 때려잡겠다고 나섰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에너지와 광물자원 확보의 근간이 되는 자원개발은 정부정책 로드맵에 없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정부 4년에 이어 또다시 자원 확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다가올 4차 산업의 안정적 안착을 위해서라도 자원개발을 독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부국과의 외교를 확대하고 자원 탐사 및 투자를 늘리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자원개발은 빨라야 5년 내지 10년, 늦으면 2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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