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조선의 슬픈 역사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7 10:20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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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보면 이 말이 맞는 듯합니다. 두 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내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그렇습니다. 안보를 둘러싸고 양대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임진왜란 2년 전인 1590년 일본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나란히 일본을 다녀온 황윤길(서인)과 김성일(동인)이 벌인 신경전과 판박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주장한 서인의 말이 옳았습니다. 문제는 동인 김성일은 왜 일본의 침략전쟁 준비 장면을 놓쳤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면 오랫동안 준비를 해야 합니다. 황윤길이 본 일본의 침략 준비를 김성일이 못 봤을 리 없습니다. 다만 반대세력이 주장하는 견해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조선식 당파싸움의 폐단이 “침략 가능성 없다”는 엉터리 보고로 나타난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정치인들이 외국에 가서 애걸복걸하는 모습입니다. 9월13일부터 나흘간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6명이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지만 부정적 답변만 듣고 돌아왔습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명이 지난 1월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방침에 대한 야당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도 별 성과는 없었습니다.

 

송영길 의원(왼쪽 다섯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1월4일 베이징 외교부 감람청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여섯 번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드든 전술핵이든 안보문젭니다. 안보문제는 여야가 의논하면 되는 사안입니다. 편 가르기가 너무 심해 상대방을 타도 대상으로만 보니 의논이 될 리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강대국에 우르르 몰려가서 “제발 우리 부탁을 들어주세요” 하고 읍소 경쟁을 벌입니다. 이런 꼴사나운 사대적(事大的)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습니까. 신유박해(1801년) 당시에 발생한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이 그렇습니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국내 좌우 대립과 국회의원들의 방중·방미 행각은 우리가 겉모습만 갓을 쓴 선비에서 양복 입은 신사로 바뀌었지 내면세계는 조선시대와 똑같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사대의 대상이 조선시대는 하나였는데 지금은 최소한 2개라는 것뿐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질타했던 우리의 사대근성은 지금도 그대롭니다.

 

최근 시사저널이 북핵 위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런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생각과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자주국방을 못하는 나라는 진정한 의미의 나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김정은만 보지 마시고 시공간으로 시야를 넓혀 보십시오. 우리가 천우신조로 남한 주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더라도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 아닙니다. 중국은 반만년 동안, 일본은 삼국시대부터 우리의 숙적(宿敵)이었습니다. 더욱이 이들 나라와는 이어도와 독도라는 영토분쟁이 걸려 있습니다. 이웃 나라와 영토분쟁이 심한 경우 민간교류를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도로아미타불입니다.

 

우리가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하는 까닭은 자명(自明)합니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에 적화통일 당하지 않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지만, 통일 후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웃 나라 국민을 개(北狄)나 벌레(南蠻)로 여기는 사람들이 중국인입니다. 일본의 잔인무도함은 말할 나위도 없고 이들은 여차하면 군국주의로 돌아갈 것입니다.

 

드골의 프랑스도 국제제재로 인한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고 핵무장에 성공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결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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