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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통합의 진짜 걸림돌은 '종교 분쟁'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 놓고 회원국들간 이견…"아세안 탈퇴" 주장도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30(Sat)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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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일 경제권을 만들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종교입니다. 2003년 아세안협력선언을 통해 탄생한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는 오는 2020년 발족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아세안공동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바로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과 ‘아세안 방식’(ASEAN Way)이라는 단어죠.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아세안은 회원국의 체제나 문화·가치를 존중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전원합의체를 선호합니다. 그게 바로 ‘아세안 방식’이라는 겁니다. 혹자는 아세안이 유럽연합(EU)과 같은 단일 화폐·단일 시장으로 커나가는데 이 ‘아세안 방식’이 걸림돌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회원국 문화 인정하는 다양성이 통합 걸림돌?

문화에 있어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아세안공동체의 세 축은 정치·안보공동체(APSC), 경제공동체(AEC)와 함께 사회·문화공동체(ASCC)입니다. 특히 사회·문화를 하나로 통합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왜냐면 아세안 역내 국가들은 다양한 종교를 갖고 있습니다. 크게 구분하면 이슬람과 불교, 또는 이슬람과 비(非)이슬람으로 나눠집니다. 제가 보기에는 적도를 기준으로 미얀마·태국·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은 불교 문화권으로 보입니다. 적도 위 국가 중 필리핀만 가톨릭 문화권이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국교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적도 아래 국가를 살펴볼까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가 있는데요. 이 지역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아세안은 각국의 종교나 문화를 암묵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터진 겁니다. 회원국인 미얀마가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탄압했기 때문이죠. 현지 언론과 국제기구 등의 정보를 종합하면, 미얀마 정부군과 무장세력 간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 난민 수가 현재 9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 사는 이슬람교 소수민족이죠. 지난해 10월 1차 유혈충돌이 발생한 이후 인종청소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서부 라카인주를 탈출했던 로힝야족 난민 수가 7만5000명이었습니다. 

 

‘비폭력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치 여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닙니까. 총선을 통해 수치 여사는 집권에 성공했지만 소수민족 탄압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부에서는 수치 여사에게 준 노벨평화상을 박탈하자는 주장을  폅니다. 인종청소 논란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국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하고 있습니다.  

 

무슬림(이슬람 신도)에 대한 탄압을 바라보는 아세안 회원국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당장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가 발끈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을 미얀마로 급파해,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허용을 요청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생각은 더 강경합니다. 9월3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시위대는 인도네시아 주재 미얀마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졌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이 문제로 아세안이 분열의 길을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수린 피츠완 전 아세안 사무총장은 '방콕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만약 역내 국가들이 로힝야족 사태를 계속 외면한다면 이는 아세안은 물론 국제적 평화의 커다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얀마, 중국 영향력 바라보며 사태 해결에 미온적

 

최근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회원국 간 이견을 보여 왔습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이 아세안 회원국들을 서로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단일 시장을 꿈꾸는 아세안의 희망은 더욱더 멀어져 보입니다. 이번 로힝야족 사태가 이토록 오랜 시간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미얀마를 통해 아세안 내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제제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죠. 미얀마의 현 군부 세력은 극단적 성향의 불교주의자입니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하는 극단적 집단이죠. 그게 바로 로힝야족 사태로 표면화 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이 이 문제를 공식화시키기 힘들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로 ‘아세안방식’ 정책 때문이죠. 애초부터 아세안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느슨한 협력체에 불과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줍니다. 

 

그렇다고 모든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걸까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아세안의 4대 강국을 꼽으라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이 꼽힙니다.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는 부국이긴 하지만 규모가 워낙 작아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죠. 다시 말해, 인구수나 경제 규모 면에 있어서 선두권에 있는 이들 네 나라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데, 이중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국교이거나 사실상 국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국 말레이시아, 로힝야족 사태 강력 반발 

 

최근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서에는 “아세안 외무장관들이 최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으며, 민간인의 생명과 가옥 파괴, 엄청난 난민 발생을 규탄한다. 라카인주의 상황이 다양한 공동체의 문제와 역사적인 뿌리로 얽혀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실행 가능하고 장기적인 해법이 마련돼 ‘관련 공동체’들이 허물어진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주요 회원국인 말레이시아가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의장성명에 ‘로힝야’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관련 공동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는 걸 이유로 들며 말이죠. 현재 반군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Rohingya)’라는 단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가 최근 아세안 의장국 주도의 성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9월26일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의장성명이 로힝야족 사태에 관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면서 “이번 성명은 회원국 합의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데는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국내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현지에서는 ‘이럴 바에는 이참에 아세안에서 나오자’는 주장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람 반군과 갈등을 겪는 곳은 이 곳 뿐만이 아닙니다. 태국 남부도 현재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곳 역시 종교가 이슬람입니다. 또 필리핀 남부 역시 민다나오를 중심으로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가 한창입니다. 마찬가지로 이곳의 갈등 뒤에는 이슬람과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아세안이 지금까지 역내 문제에 대해 무조건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 이라와디 삼각주를 강타해 큰 피해를 냈을 때 국제적 구호에 적극 나선 적이 있는가 하면, 1999년에는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던 동티모르 사태에도 개입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부 회원국은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군 활동에 참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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