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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경찰관이 오히려 공무집행방해죄 뒤집어씌웠다”

[사정•사법기관 인권실태 (2)경찰] 경찰관의 불법체포감금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7(Wed) 16:04:23 |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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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국정운영의 기본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위축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다시 제고할 방침이다. 각 국가기관들이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라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사정·사법기관이다. 시사저널은 검찰·​경찰 등에서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유종화씨(47)는 열차를 타기 위해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유씨는 영등포역 인근에서 한 여성 노숙자가 엉덩이를 내놓고 앉아 있고, 그 옆에서 다른 남자 한 명이 희롱을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유씨는 여성 노숙자에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찜질방으로 가라며 1만원을 줬다. 이 과정에서 주위에 있던 한 남자가 유씨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시비를 걸었다. 이 남자는 오히려 유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 남자의 말만 믿고 유씨를 가해자로 몰았다. 유씨가 이에 항의하자 경찰은 유씨의 손가락을 잡아 꺾고,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이 와중에 유씨는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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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도우려다 공무집행방해죄 뒤집어써

 

경찰은 유씨를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송치하기까지 했다. 노숙자를 도우려다 졸지에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인 유씨는 영등포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지구대와 인근 CCTV를 확보해 달라며 수사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CCTV 보관기간인 1개월이 다 돼 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건현장 주위의 CCTV를 확보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유씨는 지역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의 주장과 달리 파출소 처마 밑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CCTV를 통해 경찰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사건 장면이 촬영된 CCTV 동영상을 살펴보면, 경찰관 이○○이 먼저 피의자를 밀었다. 이는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씨를 불기소 처리했다.

 

유씨는 “폭행 경찰관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공무집행방해죄의 범죄자로 몰렸다”며 해당 경찰관의 불법체포 및 독직가혹행위 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됐고 위 체포 과정에서 손가락과 팔뚝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진정인에 대한 체포행위는 헌법 제12조가 정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면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정인의 요구에 의해 역전파출소 CCTV 영상이 확보되지 못했다면 진정인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보다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피진정인의 소속기관장인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피진정인에 대한 징계를 권고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유씨는 “해당 경찰관은 나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기 불과 몇 개월 전에도 다른 시민을 공무방해죄로 처리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힘없는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실적 쌓기를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징계 권고…검찰은 ‘나 몰라라’

 

경찰은 인권위의 징계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해당 경찰관에게 ‘불문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유씨는 “경찰징계위에서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효력도 없는 불문경고를 내렸다”면서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의 솜방망이 결정으로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 지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포기하지 않고 해당 경찰관을 불법체포, 불법감금, 독직가혹행위, 독직폭행, 직무유기, 증거인멸, 무고,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유씨는 “사건현장을 비추고 있는 백화점 CCTV를 확보해 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면서 “그런데 검찰은 객관적 증거자료인 백화점 CCTV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가 요청이 있은 지 4개월이 지난 뒤 ‘이전 자료는 삭제돼 복원할 자료가 없다’고 통보해 왔다. 이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위가 해당 경찰관에게 징계권고 결정까지 내렸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 있던 노숙자가 소재불명이라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씨는 “검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숙자들의 진술을 이미 청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검찰이 억지에 가까운 자의적 판단을 내렸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유씨는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내려지자 해당 경찰관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경찰관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자신을 공무집행방해죄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마저도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유씨는 “검찰은 해당 경찰관이 직무 중에 작성한 서류들이 직무상 작성한 서류가 아닌 사문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검사의 말이 곧 법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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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공권력 남용”…국가에 배상청구 소송

 

유씨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다행히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유씨를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나섰다.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경찰관이 유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법체포한 후, 파출소로 연행해 수갑을 채우는 등 약 1시간 동안 감금했다”면서 “민변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공권력 남용 사건으로 판단한다. 적법한 공무집행은 존중돼야 하지만 공권력에 부여된 막강한 권한에 따른 남용의 위험 또한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사피의자 및 참고인 등에 대한 경찰의 독직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한 사건 접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기소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한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15년 독직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고소·고발한 건수는 2011년 792건, 2012년 904건, 2013년 1035건, 2014년 1204건, 2015년 6월말 기준 554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독직폭행 및 가혹행위로 기소된 경우는 6건으로, 기소율은 0.13%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범죄에 대한 기소율 39.4%(2012~14년 평균)에 비해 3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유씨는 “경찰관에게 손가락을 꺾이는 폭행을 당해 손가락 안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인대가 손상돼 깁스를 하는 등 4개월이 넘도록 치료를 받았다”면서 “경찰·검찰이 사과를 두고 파인애플이라고 하면 파인애플이 되고 있다. 이건 법치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권력을 가진 그들만을 위한 사회일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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