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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北 외무상의 말폭탄이 ‘물폭탄’인 이유

리용호 외무상, “트럼프가 선전포고 했다”… 사실 전쟁선포는 의회 권한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8(Thu)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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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갈등의 불씨를 남기고 미국을 떠났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그는 귀국을 앞둔 9월25일(현지시각),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가 선전포고를 했다”고 발표했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걸 공언하면서 끝내 선전포고를 하였다”고 말했다. 이는 9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트위터에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they won't be around much longer!)”이라고 적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가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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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무상, “트럼프가 끝내 선전포고 했다”

 

그런데 미국 법률상 대통령은 선전포고를 할 권한이 없다. 미국 헌법 제1조 8절에 따르면, 전쟁을 선포하는 권한은 의회에 있다. 게다가 의회는 1973년에 대통령의 전쟁 권한에 제약을 가한 ‘전쟁 권한법(War Powers Act)’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총사령관으로서 대통령의 역할에 의회가 개입하게 됐다. 미국 독립연구기관 ‘위더스푼 인스티튜트’는 2011년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통령은 외국의 침략에 반격할 권한이 있지만, 스스로 전쟁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백악관은 리 외무상의 성명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월25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다”면서 “솔직히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absurd)”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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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전포고권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어

 

이 외에도 리 외무상은 “전 세계는 이번에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될 것”이라며 “유엔 헌장은 개별 성원국들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리 외무상의 말대로 유엔 회원국의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 명시돼 있다. 단 조건이 있다. 다음은 외교부가 번역한 유엔 헌장 제51조의 일부다.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유엔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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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자위권 인정?”… “무력공격의 대응책으로만 허락”

 

해당 조문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의 자위권은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때’ 인정된다. 캐나다 비영리기관 ‘세계화연구센터(CRG)’는 9월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유엔 헌장은 자위권으로서 힘을 사용하는 것을 오로지 무력공격의 대응책으로만 허락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다만 유엔 헌장은 ‘무력공격(armed attack)’의 정확한 뜻을 밝히고 있지 않다. 대신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는 무력공격에 대해 ‘힘을 극도로 위험하게 사용하는 형태’라고 정의한 바 있다. 

 

앞서 9월23일 밤에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의 동쪽 하늘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을 쓰진 않았다. 전략폭격기의 진출로 북한이 극도의 위험에 처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즉 무력공격이 없었기 때문에 유엔 헌장을 근거로 자위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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