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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이 만든, A급 부럽잖은 톱스타들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1(Sun) 13:00:00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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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양아치 정서’, ‘쌈마이 정서’, 자극적이고 노골적이며 촌스러운 표현방식 등이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 콘텐츠 대접을 받게 됐다. 그러면서 B급 스타의 연대기가 시작된다.

 

일단 악동 DJ DOC가 ‘양아치 이미지’로 톱가수 자리까지 올랐다. DJ DOC의 ‘막가파’적 행태는 결국 그룹 리더 이하늘의 ‘MB 블랙리스트’ 등재로 귀결됐다. 박진영도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태도로 파란을 일으켰는데, 오늘날 가요계 권력으로까지 성장했다. 탁재훈·신정환의 컨츄리꼬꼬는 촌스러움을 강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00년대 벽두에 신바람 이박사는 ‘뽕짝’을 트렌드의 최전선으로 밀어올렸다. 21세기가 B급의 시대가 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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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도 1970~80년대의 문예물 정서가 아닌, 장르 오락물 정서를 내세운 감독들이 주류로 떠올랐다. 류승완 감독은 과거 《용팔이》 시리즈 등에서 나오던 액션을 《다찌마와 리》로 재현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킬빌》로 《죽음의 다섯 손가락》 등 과거 액션 장르를 재현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최동훈 감독은 가벼운 팝콘 오락물 형태인 《도둑들》로 ‘천만 영화’ 감독 반열에 올랐다. 김기덕 감독은 B급 표현 양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감독이 됐다. 비를 월드스타로 만든 《닌자 어쌔신》도 B급 액션 영화였다. 낸시랭은 이발소 핀업걸의 싸구려 화보 콘셉트 미술 활동으로 유명인이 됐다. 조영남도 화투를 차용한 개념으로 유명 미술가가 됐다.

 

2010년대엔 더 노골적인, 더 가벼운 B급 스타일이 득세했다. 김보성이 의리를 ‘으리’로 발음하며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유세윤과 뮤지의 UV는 1980년대 나이트클럽 정서의 《이태원프리덤》을 성공시켰다. 오렌지캬라멜과 크레용팝은 일부러 싸구려 콘텐츠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떴다. 신동엽은 섹드립으로 순식간에 톱MC 고지를 탈환했다. 박나래·안영미·황제성 등의 B급 감성은 《개그콘서트》조차 어려움을 겪는 코미디 퇴조기에 《코미디 빅리그》를 떠받쳤다. 지상파·종편·케이블 채널을 거쳐 이젠 인터넷 개인방송이 대두되며 노골적인 B급 감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연예인 음란 합성사진으로 ‘개죽이, 광년’에서 시작된 인터넷 B급 문화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우리 근엄한 권력이 이렇게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이 권장하는 엄숙주의와 점잖음에 저속함이란 ‘빅엿’을 날리는 것에 정치적 통쾌함까지 수반된다. B급 트렌드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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