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11년 만에 다시 ‘문화예술 대통령’에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8 16:52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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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도종환 장관 2~3위 ‘스타 PD’ 나영석도 4위 첫 등극

 

우리나라 문화예술인의 인기와 영향력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는지 여부가 판가름한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다. 시사저널이 매년 조사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 조사에서 2000년 이후 1위를 차지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조수미(2000~02·2004·2006년), 이창동(2003년), 정명훈(2005·2009~11·2014~16년), 고은(2007년), 이문열(2008년), 이외수(2012년), 봉준호(2013년) 등이다. 작가 이문열·이외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많이 알리고 있는 음악인·작가·영화감독들이다. 올해 역시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성악가 조수미가 다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조수미는 현재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적인 소프라노다.

 

조수미 성악가 © 사진=연합뉴스

 

조수미, 평창올림픽 홍보에도 적극 나서

 

조수미는 올해 시사저널이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문화예술인 부문에서 지목률 10.8%를 나타냈다. 조수미가 우리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고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조수미는 유엔총회 연설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9월20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새클러윙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 참석,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노래 《승리의 평창》을 불렀다. 빈민구제 등 자선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9월8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CFN IN italy 2017’에 출연했다. 이 행사는 안드레아 보첼리·크리스 보티·엘턴 존·안토니오 반데라스·샤론 스톤 등 세계적인 엔터테이너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자선 프로그램이다. 이런 대형 행사에 초청받았다는 것은 조수미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케 한다. 현재 경남 창원시는 ‘조수미 예술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한창이다. 조수미 부모의 고향인 창원에 들어설 조수미 예술학교는 특목고로 운영된다.

 

조수미에 이어 문화예술인 부문 2위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 유시민(9.9%)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 작가는 JT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썰전》과 tvN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대중과의 친밀도를 한층 높였다. 《썰전》에서 촌철살인의 논평을 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면, 《알쓸신잡》에서는 가수 유희열, 소설가 김영하, 정재승 KAIST 교수, 음식평론가 황교익 등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여행지·음식과 관련해 해박한 지식을 한껏 뽐냈다. 현실정치 은퇴를 선언한 뒤 전업 작가로 변신한 유 작가는 올 들어 《국가란 무엇인가》(개정판)와 《청춘의 독서》(개정판) 등을 펴내면서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유 작가와 함께 《알쓸신잡》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도 이번 조사에서 12위에 올랐다. 김 작가는 방송 외에도 올해 자신의 대표작 《살인자의 기억법》이 영화화된 후 관객 수 2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3위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9.6%)이 차지했다. 도 장관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내와의 사별 등을 다룬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 출신의 도 장관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20대 총선 때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성공에 힘입어 tvN으로 자리를 옮긴 뒤, 《꽃보다 청춘》《꽃보다 할배》《삼시세끼》《신서유기》《윤식당》《알쓸신잡》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예능계 신(新)권력’으로 부상한 나영석 CJ E&M PD(9.1%)가 4위에 올랐다. 나 PD가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나영석 사단’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나 PD의 선전(善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다.

 

2015년과 2016년 8위에 이름을 올렸던 영화감독 봉준호(7.9%)는 올해 5위로 소폭 뛰어올랐다. 이는 올 6월말 영화 《옥자》 개봉에 힘입은 바 크다.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옥자》는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당시 옥자는 일반 영화처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라는 이유로 프랑스극장협회의 반발을 샀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옥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단관극장과 예술영화관에서만 상영됐다.

 


 

3년 연속 1위 정명훈, 6위…류승완 첫 10위권

 

6위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지휘자 정명훈이 차지했다. 지목률은 7.8%를 기록해 지난해(15.8%)의 딱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는 최근 국내 활동이 뜸한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7위를 차지한 소설가 이외수(5.8%) 역시 지난 5년간 꾸준히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2위와 3위에 올랐던 소설가 조정래(4.0%)와 영화감독 박찬욱(5.0%)은 올해엔 각각 9위와 8위에 올랐다. 영화감독 류승완(4.0%)은 공동 9위로 올해 처음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10위권 밖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영화감독 장훈(11위·3.4%)과 MBC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태호 PD(공동 17위·1.9%) 등이다. 장 감독은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 감독을 맡았다. 김 PD는 현재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MBC 노조 총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5위에 올랐던 한강 작가는 올해 16위로 내려왔다. 또한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7위에서 15위로 8계단 내려갔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출신 발레리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 역시 지난해 6위에서 올해 19위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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