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면회, 영상통화나 카톡은 처음이지?
  • 이재윤 기자 (liehann@naver.com)
  • 승인 2017.09.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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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들 병문안 개선, 보호자 1명 면회 제한

 

 대구에 거주하는 이태형씨는 몇 달 전 담도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형님의 갑작스러운 재입원 소식에 황급히 영남대학교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한 이 씨는 서둘러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갔다.  

 

 

대형병원들의 면회시간 제한에 출입을 못하게 된 방문객들이 입구에서 직원들에게 항의를 하거나,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는 더이상 없다!


친척의 수술 소식을 듣고 지방에서 급하게 올라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을 붙들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는 할아버지도, “1년 전부터 계도 기간을 거쳤으니 협조해 달라”고 설명하는 직원도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병원 측에선 1년의 계도 기간을 거쳤다고 설명하지만, 일상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방문객들에게 갑작스러운 ‘면회 시간 제한’은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병원 관계자는 “당장은 방문객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겠지만, 점차 정착이 되면 환자의 안정적인 치료와 감염 예방 등 의료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대국민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환자와 방문객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영남대학교병원은 9월부터 전 병동 입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고 병문안객을 통제하고 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고 환자들의 안정과 빠른 치유를 위해, 평일 오후 6시~8시, 주말·공휴일 오전 10시~12시, 오후 6시~8시에만 병문안을 허용하고 있다. 


병원으로부터 보호자 출입증을 발급받은 보호자 1인만 상시적으로 병동 출입이 가능하며, 면회 시간에 방문하는 면회객들은 반드시 출입기록에 인적사항을 작성해야 한다. 이는 메르스 사태 당시, 기존의 무분별한 방문 면회로 인해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이후 역학 조사의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조치이다.

 

 

우편엽서, 전보에서 영상통화, 카톡으로!

 

이러한 병원의 면회 제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4년 2월 16일자 동아일보의 ‘서울대병원 환자 면회 오후 6~9시로 제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 병원은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진료 편의를 위해 환자 면회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줄여 3시간 동안만 실시키로 했다’고 전하며, ‘병원측은 팩스나 우편엽서, 전보를 이용한 위로문 전달 창구를 마련키로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병문안, 시간이 안 되면 영상통화, 그것도 안 되면 카톡으로 병문안’이라 적힌 2017년 영남대학교병원 배너광고판 안내문을 보며 새삼 달라진 일상의 풍경에 웃음이 났다.


전화를 받고 내려온 형수에게 간단히 형님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던 이태형 씨는 “병원에서 면회를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 시간대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주차 문제나 주변 교통혼잡 같은 문제는 없을까 걱정”이라며 병원을 나섰다. 


병원 관계자의 말처럼 시행 초기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환자들이나 방문객들이 기꺼이 그 불편을 감수할 수 있도록 병원 역시 진료 체계나 의료 시스템, 주차 등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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