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시사저널

“보폭이 짧아지면 치매 의심해야”

[김철수의 진료 톡톡] ‘피질하혈관 치매’의 치료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8(Sun) 20:00:00 | 1459호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H교수는 구두를 신을 때 끈을 매기가 힘들다. 작년에 정년퇴직한 그는 오랫동안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매사를 꼼꼼하게 챙기는 습성이 몸에 밴 사람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움직임이 둔해지고 잘 넘어지기도 해 끈으로 단단히 조이는 신발을 주로 신지만 허리가 잘 구부러지지 않아 신발끈을 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걷는 모습도 부자연스러워지고 보폭도 짧아져 약간 뒤뚱거리는 모양새가 됐다. 말을 내뱉는 것도 힘들어 보이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많이 흘리며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A9%20%uC2DC%uC0AC%uC800%uB110%20%uD3EC%uD1A0


 

당귀로 어혈 없애는 치료 시행

 

매일 보는 사람들은 조금씩 서서히 나빠진 그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나 친인척들은 그의 상태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해 보니 뇌가 전반적으로 조금씩 쪼그라들었고, 이로 인해 뇌를 보호하는 물주머니 같은 뇌실이 조금 커진 모습이었다. 기억 중추인 해마도 쪼그라들면서 공간이 꽤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MRI 영상과는 달리 H교수의 기억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젊어서부터 워낙 머리가 좋은 편이었고 평소에 머리를 많이 사용해 기억과 관련되는 신경의 교통로가 잘 발달돼 있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소뇌는 약간 위축돼 있으며 백질의 여러 곳에 아주 작은 뇌경색 흔적들이 보이고 변성(변질)된 흔적들도 보였다. 검사상으로는 피질하경색 치매가 꽤 진행된 상태였다. 뇌의 안쪽 백질은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지나가는 곳이며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기저핵이 있는 부위다. 이곳이 나빠지면 파킨슨증후군이 생기거나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부드러운 동작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운동 기능이 떨어져 굼뜨거나 종종걸음을 하며 소변을 실수하기도 한다.

 

H교수는 걸음걸이가 느리긴 했지만 손을 떨지 않고 표정도 밝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에 비해 아직 파킨슨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였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긴 하지만 과음하지 않았다. 과체중도 아니고 당뇨도 없으며 고지혈증도 없고 평소 운동도 즐기는 편이다. 가끔 속이 니글거리거나 어지러울 때가 있고 가벼운 편두통이 지나갈 때도 있지만 불면으로 고생한 적은 없었다. 부모·형제 중에 중풍이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가 없으며 치매에 걸린 사람도 없었다. 유전적으로 치매와는 거리가 멀고, 혈관질환을 일으킬 만한 근거도 없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고 들자면 오랜 외국 생활이 맞지 않아 조금 힘들었던 것뿐이다.

 

H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피질하혈관 치매가 진행 중이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증상은 뚜렷하지 않지만 피질하혈관 치매 증상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당귀, 천궁, 도인 등으로 어혈을 없애고 반하 등으로 담을 제거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뇌 손상의 진행을 막고, 숙지황 등 약재로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혈액검사 결과가 좋으며, 굼뜨지 않고 움직임이 가벼워졌으며, 넘어지지도 않고 말도 조금 빨라졌다. 머리도 맑아지고 예전처럼 피곤하지 않으며, 기억력도 좋아졌는지 친구들 이름도 잘 떠오른다고 했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경제 2018.04.23 Mon
조양호 회장이 딸 사퇴시킨다?… “족벌경영 인식의 방증”
Health > LIFE 2018.04.23 Mon
한예슬이 의료사고라고 주장한 ‘지방종’은?
국제 > 연재 > 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 2018.04.23 Mon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못 말리는 일본 아줌마들’
정치 2018.04.23 Mon
“모든 功은 트럼프에게, 대신 한반도 평화를 얻어라”
정치 2018.04.23 Mon
‘北 최장기 억류’ 케네스 배 선교사 인터뷰
연재 > 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2018.04.23 Mon
줄도산 조선사들과 다른 길 간 세진중공업의 비결
정치 2018.04.23 Mon
“3차 남북 정상회담서 한반도 평화선언 나온다”
한반도 2018.04.23 Mon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김정은 압박 위한 고단수?
정치 > 연재 > 뉴스 브리핑 2018.04.23 Mon
[뉴스브리핑] ‘댓글조작 특검’…민주당의 고민
OPINION 2018.04.23 월
[시끌시끌 SNS] “택배 갑질 못 참는다, 세금 낭비 안돼”
정치 2018.04.23 월
말로만 ‘국민’ 개헌, 현실은 ‘국민 소외’ 개헌
한반도 > 연재 >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2018.04.23 월
정상국가 꿈꾸는 北, ‘리설주 여사’ 띄우기
LIFE > 연재 > Sports > 이영미의 생생토크 2018.04.22 일
메이저리그에 부는 오타니 쇼헤이 열풍
LIFE > Culture 2018.04.22 일
“새로운 치매 패러다임, 이제 치매는 상식이다”
LIFE > 연재 > Culture > 서영수의 Tea Road 2018.04.22 일
코카콜라 DNA를 바꾼 ‘어니스트 티’의 도전
LIFE > Sports 2018.04.22 일
‘서울-수원’ 슈퍼매치 역대 최저관중 미세먼지 사태에 미숙했다
LIFE > 연재 > Health > 유재욱의 생활건강 2018.04.22 일
누우면  근질거리는 다리  ‘하지불안증후군’
한반도 2018.04.21 토
“북한은 비핵화 대화 의사 표시했을 뿐, 핵 포기 아니다”
LIFE > Culture 2018.04.21 토
현실 공감 드라마로 ‘미생’을 부활시키다
LIFE > Culture 2018.04.21 토
손예진 “‘윤진아’ 통해 직장 여성들의 고충 느꼈다”
LIFE > 연재 > Health > 이경제의 불로장생 2018.04.21 토
3000km를 헤엄치는 장어의 힘, 보양의 원천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