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家 10·20대 3세들로의 지분 승계 ‘현재 진행형’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2 13:49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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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 (30) KCC그룹] ‘형제경영’ 이어오는 2세 3형제, 계열분리 나서나

 

KCC그룹은 범(汎)현대가(家)로 통한다. 창업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냇동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연(血緣)을 떼놓고 보면, KCC를 범현대가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대부분의 범현대가 그룹들과 달리, KCC는 처음부터 독자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맨땅에서 지금의 KCC를 일궈낸 것이다. 물론 KCC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움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CC를 지금처럼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 정상영 명예회장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정상영 명예회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경영 승계는 그의 세 아들들로 이어졌다. 장남인 정몽진 KCC 회장(58)과 차남 정몽익 KCC 사장(56),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54)이 ‘형제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아들들에 대한 지분 승계도 대부분 마무리 지은 상태다. 현재 지주사 격인 KCC의 최대주주는 정몽진 회장(18.11%)이다. 정몽익 사장과 정몽열 사장도 각각 8.8%와 5.28%를 가지고 있다. 삼형제의 KCC 지분율만 놓고 보면, ‘장자(長子) 우선주의’ 원칙이 적용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제들은 KCC 외에 주력 계열사들의 지분도 고루 나눠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하기 위해 2세들 지분 조정

 

정몽익 사장의 경우, 차량용 유리 생산업체인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25%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KCC와 일본 아사히글라스의 합작을 통해 2000년 설립된 코리아오토글라스는 범현대가 기업인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몽열 사장은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KCC건설 지분 29.99%를 가지고 있다. KCC(36.03%)에 이은 2대 주주다. 정몽진 회장도 앞서 KCC자원개발 지분 38.6%를 보유해 왔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15년 KCC에 합병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계열사의 2세 지분율이 모두 30% 미만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2% 혹은 액수가 200억원 이상일 경우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그동안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또 이 과정에서 나온 자금은 2세들의 경영승계 자금 등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명 ‘일감몰아주기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관행에는 어떻게든 시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코리아오토글라스는 그룹 내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계열사였다. 매년 매출의 40%가량이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코리아오토글라스는 2015년 상장을 통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동 최대주주이던 KCC(40%)와 일본 아사히글라스(40%)가 지분 20.1%씩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정몽익 사장은 자신의 지분율 20%를 유지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 요건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율’도 30%로 올라가면서 규제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상장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KCC건설도 한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앞서 정몽열 사장(24.81%)과 정상영 명예회장(5.68%)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49%였고, 내부거래액도 상당 규모였기 때문이다. KCC건설은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했다. 정 명예회장이 2012년 보유 지분 0.5%를 매각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29.99%로 낮아진 것이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5.18%)을 지난해 5월 정몽열 사장에게 증여했다. 정몽진 회장이 KCC자원개발을 KCC에 합병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KCC자원개발은 앞서 매년 80%에 가까운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며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처럼 삼형제가 주요 계열사를 삼분하고 있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보니, KCC그룹 안팎에서는 그동안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계열분리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다. 둘째인 정몽익 사장의 ‘기반’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말 코리아오토글라스의 상장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KCC·코리아오토글라스·KCC건설 등 삼형제가 그룹 내 주요 상장사를 하나씩 지배하게 되면서 독자경영 기반이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 시사저널 미술팀

 

3세 지분 승계에 케이퓨처파트너스 주목

 

특히 지난해 말 코리아오토글라스가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하면서 계열분리설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코리아오토글라스는 콘크리트 제조판매와 조경·토건공사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삼부건설공업 인수를 통해 사업구조 다각화와 수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를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해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형제들이 향후 계열분리에 나서게 될 경우 정몽익 사장과 정몽열 사장이 보유한 KCC 지분이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각각 코리아오토글라스와 KCC건설 지분과 교환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가(家)는 아직 3세 승계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2세들이 경영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데다, 3세들 가운데 누구도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KCC그룹에선 이미 3세 후계 움직임이 감지돼 왔다. 2006년부터 당시 미성년이던 3세들에 대한 지분 증여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장자 우선주의’가 지켜졌다. 정몽진 회장의 장남 명선씨(24)의 KCC 지분율이 0.47%로 가장 높고, 정몽익 사장의 장남 제선씨(20)가 0.26%, 정몽열 사장의 장남 도선씨(23)가 0.17%로 그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정몽익 사장의 차남 한선군(11)은 올해 8월 정상영 KCC 명예회장으로부터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0.25%를 증여받았다.

 

여기에 최근엔 3세 승계와 관련해 주목받는 회사도 등장했다. 2015년 11월 설립된 케이퓨처파트너스가 그것이다. 이 회사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공항국제업무단지 내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현재 2세 정몽진(21.74%)·몽익(15.22%)·몽열(4.35%) 형제와 이들의 자녀인 3세 정재림(28·15.22%)·명선(15.22%)·선우(27·4.35%)·수윤(23·6.52%)·도선(5.43%)·다인(22·5.43%)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퓨처파트너스와 KCC는 그동안 미국 카지노 업체인 MTGA(Mohegan Tribal Gaming Authority)와 함께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해 왔다. 현재 관할 당국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사업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카지노업은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는 알짜사업이다. 개발사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케이퓨처파트너스와 KCC는 매년 상당한 수준의 배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올린 수익을 KCC가 3세들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또 개발사업을 통해 기업가치가 상승한 케이퓨처파트너스를 KCC에 흡수 합병시켜 3세들이 KCC 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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