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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도장 찍으라는 카탈루냐 vs 버티는 스페인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는 까닭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2(Mon) 17: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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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라스팔마스의 프리메라리가 경기는 마치 팀내 연습경기처럼 치러졌다. 메시가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넣었지만 그 어떤 환호도 없었다. 관중석이 텅 빈 채 세계 최고의 클럽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이날 FC바르셀로나는 운동장 문을 잠가야 했다. 카탈루냐 자치주에 속한 FC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에 경기를 연기해달라고 프리메라리가 사무국 측에 요청했지만 이내 거절당했다. 독립 지지파들은 만약 축구 경기가 예정대로 벌어질 경우 그라운드에 난입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선택한 게 ‘무관중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카탈루냐의 독립’이란 스페인 내부의 문제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15세기에 지어진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정부청사에서는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카탈루냐 주지사가 10월1일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결정하는 서류에 서명했다. “카탈루냐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는 건 카탈루냐가 매번 내거는 숙제였다. 스페인 정부는 당연히 이를 ‘반민주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막았다. 투표일인 10월1일, 투표소 일부는 스페인 경찰이 급습해 투표를 기다리는 행렬을 끌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스페인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압에 나서면서 카탈루냐 주정부는 “약 760명의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약 1000만명이 사용하는 카탈루냐어(語)는 스페인어보다 프랑스어에 가깝다.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의 북동부에 위치해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1701년부터 14년 동안 치른 ‘스페인 왕위 전쟁’ 때는 프랑스로의 편입을 희망했던 곳이다. 카탈루냐가 자랑하는 FC바르셀로나의 홈경기에서는 경기 시간을 알리는 타이머가 17분14초를 알리면 관중들이 ‘독립’을 외친다. 1714년 9월11일 스페인 왕위 전쟁에서 카탈루냐가 패배한 데서 유래된 독립콜이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감안하면 카탈루냐가 프랑스와 좀 더 유사하다는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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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유 “현행 헌법 틀 안에서 카탈루냐는 없다”

 

그들의 독립 시도가 꽤 오랫동안 계속된 일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들만의 방송국을 여러 개 갖고 있고, 2005년에는 우리네 ‘.kr’과 같은 ‘.cat’라는 카탈루냐만의 도메인을 갖고 있다. 

 

지금 카탈루냐는 자치주다. 하지만 이제 자치 대신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카탈루냐의 독립 문제는 스페인의 미래상과 맞닿아있다. ‘좀 더 통일된 스페인 vs 좀 더 분권적인 스페인’ 중 어떤 게 미래 스페인의 모습으로 적합한지를 택하는 문제다. 왜냐하면 지금 독립 문제를 부각시킨 최대의 정치적 요인은 현 국민당 정부의 중앙집권적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스페인 국민당의 전신인 국민연합(AP)은 헌법을 만들 때 다원적 스페인을 인정한 헌법 제2조 에 유일하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던 정치 세력이다. 그런 국민당은 2011년 정권을 되찾았고, 당 대표였던 마리아노 라호이는 지금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라호이는 총리에 오른 뒤 “자치주는 민족 혹은 국가가 될 수 없다. 스페인만이 유일한 국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점이 카탈루냐 등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카탈루냐의 자치헌장 개정 문제였다. 2005년 카탈루냐 주의회에서 채택된 새로운 자치헌장은 카탈루냐를 ‘국가(nation)’로 정의하고 행정면에서 카탈루냐어를 우선하며 주정부가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 분야에서는 스페인 정부의 행정기관에 직접 참여할 권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스페인 의회 심의에서 이런 표현과 주장들은 대부분 삭제되거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다른 단어들로 대체됐다.

 

2006년 자치헌장 초안은 카탈루냐의 것과는 매우 다르게 유순하게 수정돼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누더기가 된 자치헌장이었다. 카탈루냐 내부에서는 “너무 양보를 많이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래도 이 수정안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결국 승인됐다. 하지만 국민당은 이런 심의 과정에 여전히 불만을 가졌고, 카탈루냐의 자치헌장을 마드리드의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그리고 2010년 6월 일부 위헌 판결이 나왔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고 생각한 자치헌장마저도 위헌 판결이 나자 카탈루냐는 충격을 받았고, 현행 헌법에서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자치’ 대신 본격적으 로 ‘독립’을 주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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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유 “세금 많이 내도 혜택은 덜 봐”

 

국민당 정부의 비관용적인 자세에 더해 경제적인 긴장감은 양측의 사이를 악화시키는 배경이다. 2008년 리먼 사태는 유럽 중에서 특히 남부 유럽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여기에는 스페인도 속했다. 카탈루냐도 피해를 입었다. 기업이 도산했고 실업자가 증가했다. 자료에 따르면, 위기의 시작부터 2013년까지 카탈루냐 민간에서 사라진 일자리 개수는 약 56만개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스페인에서 부유했던 카탈루냐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카탈루냐 자치주에는 약 4000개의 다국적 기업이 들어와 있고, 자치주의 GDP는 약 2200억 유로(약 300조원)에 달한다. 스페인 GDP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런 경제적 토대를 보고 스페인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들어왔다. 

 

카탈루냐는 과거부터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의 경제적 불균형에 불만이 있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카탈루냐가 스페인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은 스페인 정부로부터 받는 분배금보다 매우 많았다. 그 차이가 연평균 120억~160억 유로(약 16조원~21조7000억원)에 달했다.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중앙정부가 경제적으로도 우리 걸 뺏어 간다는 인식은 카탈루냐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번 주민투표를 카탈루냐의 ‘재정 자주권 되찾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은 까닭이다. 스페인의 바스크 지역은 중앙정부와 약정을 맺고 지역 관할의 세금을 각 주가 징수해 일부를 중앙 정부에 납부한다. 반면 카탈루냐는 스페인 정부 다른 15개 주와 함께 일반적인 세제에 포함돼 있다. 국가가 징수해 그것을 각 자치주에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카탈루냐 자치주는 이 분배 방법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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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한다면? “양쪽 모두 일단 경제적 위기 도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10월1일 주민투표의 잠정집계 결과 찬성률이 90%라고 밝혔다.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가 나오면 독립을 선포하겠다는 게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입장이다.

 

만약 정말로 카탈루냐가 독립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장 가시적으로 예견되는 건 경제적 난관이다. 카탈루냐 경영자 연합회 측은 투표 전 “만약 스페인에서 독립할 경우 카탈루냐의 GDP는 16~20% 후퇴하고 실업률은 42%까지 상승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실업률 42%라는 숫자는 너무 과한 수치일 수 있다. 하지만 루이스 데긴도스 스페인 경제장관 역시 “카탈루냐 GDP가 25~30% 후퇴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데긴도스 장관은 전문 경제 관료로 스페인의 경제 위기를 불러왔던 리먼브라더스의 유럽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정치인의 눈이 아닌 투자자로서의 관점에서 경제를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카탈루냐의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인 컬럼 윌리엄스는 경제 위기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카탈루냐가 독립할 경우) 그곳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은 유럽연합(EU) 시장에서 분리되지 않기 위해 스페인 쪽으로 이전할지 모른다. 물론 카탈루냐가 분리하면 스페인 측도 고통 받는다. 막대한 세수와 GDP를 잃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양쪽 모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예견된 고통을 견딜 각오가 돼 있는지는 앞으로 일주일이 중요하다. 독립을 강행할지, 자치권 확대를 두고 협상할지가 결정된다. 다만 둘 사이 갈등의 골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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