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 개발 실패 사실 숨겼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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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군단무인기 낙뢰 시험 통과 못한 사실 8개월 은폐 의혹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차기군단무인기 연구개발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한 채 개발을 강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률로 정한 안전 기준에 대한 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이 10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DD가 연구개발을 맡은 차기군단무인기는 현재 사업이 중단됐다.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에 관한 법률’(감항인증)에 정해 놓은 인증항목 중 낙뢰 보호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항(堪航)인증은 군용기의 비행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2009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ADD가 2016년 1월2일 작성한 내부보고서인《차기군단 정찰용 UAV 비행체 간접낙뢰 시험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 항목의 53.3%가 실패했다. 

 

ADD는 낙뢰 시험을 내부적으로 시행한 후 이에 대한 결과를 8개월 가량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ADD는 지난해 8월 낙뢰시험을 내부적으로 진행했지만 시험 결과가 실패로 나오자 8개월 가량 상부인 방위사업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방사청 사업팀이 자체 조사 후 발견해 추궁하자 그제야 실패 사실을 시인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 전시한 차기 군단급 무인기 모형. © 사진=연합뉴스

 

김종대 의원 “마구잡이로 진행한 사업”

 

차기군단무인기 사업은 총 90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방위사업이다. 올해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한 후 2019년 이후 양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이 계획이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ADD 측은 감항인증 항목을 모두 준수하면 무인기 사업 시기가 최대 51개월 가량 지연되고 예산도 218억원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낙뢰 보호 기준을 임시 또는 영구히 면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ADD는 감항인증이 법률로 정한 제도이긴 하지만 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ROC)에 포함돼 있지 않고, 낙뢰가 예상될 때에는 운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스스로 정해 놓은 기준을 철회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차기군단무인기의 연구개발 실패는 적의 위협만 생각할 뿐, 우리의 개발 능력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진행한 사업의 전형적 말로”라며 “비행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강행되는 무인기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침묵과 은폐로 일관한 책임자에 중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연구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대해 강하게 지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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