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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꽃’, 국정감사 문 열리다

10월12일부터 20일 간 진행…첫날부터 여야 ‘기 싸움’ 팽팽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2(Thu) 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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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도 곳곳에 쌓인 문서더미와 층마다 가득한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인산인해는 국회 최대 행사인 국정감사가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기간이자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국감 준비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은 기나긴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연일 국회 불을 밝혔다. 국정감사 첫날인 10월12일 이른 오전부터 국회 복도에선 “이틀 밤을 꼬박 샜다”는 피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인적이 없는 복도 구석에서 조는 직원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이번 국정감사는 10월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진행되며, 16개 상임위에서 총 70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정부부처 장・차관과 10대 그룹 핵심 경영진을 비롯해 각 상임위에서 신청한 증인들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부터 처음 시행되는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증인을 채택할 때 이를 신청한 국회의원의 이름도 함께 공개하는 제도)’로 인해, 해마다 되풀이돼 온 불필요한 ‘무더기 증인’ 채택 관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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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이번 국감은 여야 간 ‘적폐 청산’ 전쟁으로 예고돼 왔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의 적폐를 청산할 마지막 국감이라며 별러온 여당과, 현 정부를 비롯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적폐까지 모조리 밝혀내겠다는 야당 간 대결로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첫날인 12일에는 법제사법위·정무위·국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외교통상위·보건복지위 등 12개 상임위가 국회·세종정부청사·대법원 등에서 각각 국감을 진행했다. 오전부터 상임위에선 현재 여야 간 충돌 지점에 놓인 각종 현안들에 대한 상임위원들의 날카로운 질의와 발언이 쏟아졌다.  

 

우선 한미동맹과 북한 핵문제 등으로 이번 국감에서 가장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던 외통위 국정감사장에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정부의 외교·안보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대북제재에 대한 시늉만 하고 있으며, ‘코리아 패싱’ 심지어 대통령까지 ‘패싱’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은 강 장관을 향해 “외교부 장관이 뭐하는 자리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강 장관과 한차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질의에 강 장관은 “경과나 내용 모두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며 기존 입장을 다시금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대법원에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의 오전 중 최대 화두는 단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였다.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리스트에 대해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 대한 ‘현장조사’를 제안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존재를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린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대한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추가조사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법권 침해 우려를 표하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첫 국정감사를 받았다. 이날 과방위 국정감사에선 오전 내내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거대 포털사이트가 실시하는 뉴스 제공의 정확성과 중립성 논란이 화두였다. 네이버가 이틀에 한번 꼴로 잘못 올린 기사를 삭제한다는 점과, 얼마 전 붙잡힌 네이버 검색 조작 일당에 대해 네이버 측이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근거로 거론됐다. 또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증인 불출석 의사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신상진 과방위원장은 “일방적으로 국회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하는 행태는 앞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사이버사령부는 사실상 댓글 사령부로 전락해 정권 나팔수 역할을 했다”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국회에서 진행된 산자위 감사장에선 자료 제출 및 증인 채택 건을 두고 시작부터 여야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위원회 간사들의 중립성을 의심하며 이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또한 산자부가 전날 밤 10시 이후에야 자료를 무더기로 제출했다며 ‘국감 방해 행위’라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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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시작 전 일각에선 정부 출범 첫해이기 때문에 올해 국감은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리라던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남은 국감 기간 내내 여야 간 여느 때보다 치열한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 출범 첫해 열린 국감을 돌아봐도 오히려 여야는 더욱 전방위로 부딪혔다. 박근혜 정부 첫 국감이 열린 2013년은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NLL 대화록’과 ‘댓글공작’ 논란이 쟁점화 돼 국감 파행과 정회가 속출했다. 이전 이명박 정부 역시 2008년 첫 국감에서 언론장악과 쌀 직불금 문제 등으로 의원들 간 다툼이 오가는 등 마지막 날까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다.

 

이번 국감 역시 이후 여당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전반과 보수정권 시절 방송장악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는 한편, 야당에서도 노무현 정권 시절 각종 자료들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여, 양측 간 기 싸움은 향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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