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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의 방심, 상대의 안일함, 그리고 개의 공격성

[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개물림 사고 방지 위해 애견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 개선돼야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4(Sat)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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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의 일입니다. 제 반려견 ‘오봉이’와 함께 한강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흰 진돗개 한 마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 진돗개의 목엔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지만 끈으로 묶여 있진 않았습니다. 

 

저는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견주에게 “개끼리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줄을 묶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걸 떠나 한강공원 같은 공공 이용시설에서 개에게 목줄을 채워 다니는 것은 기본 예절이기도 하죠. 현행 동물보호법 등에 따르면 공공장소에 반려견을 동행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채워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횟수에 따라 최대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죠.

 

하지만 그 견주는 “우리 진돗개는 평생 누굴 문 적이 없는 순한 아이”라며 태연하게 개 이름을 부르며 지나가려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겁에 질린 오봉이가 바닥에 소변을 눴습니다. 순간, 진돗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오봉이를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오봉이와 커다란 진돗개 사이에 서서 달려드는 개를 몸으로 막았습니다. 제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 모든 소동 중에도 진돗개 주인은 “우리 개는 착한데, 당신이 예민하게 굴며 개를 자극한다”며 되레 제게 화를 냈습니다.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까지 나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거들자, 그는 그제서야 개를 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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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신의 개가 ‘단 한 번도 누구를 문 적이 없는 순한 아이’라던 그 견주의 말을 믿습니다. 적어도 견주 앞에서만큼은 순한 아이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개가 지금껏 누굴 문 적이 없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누구도 물지 않을 것’이란 건 다른 말입니다. ‘내 개는 괜찮다’는 견주의 안일함과 ‘이 개는 괜찮겠지’라는 상대의 방심, 개물림 사고는 늘 그렇게 발생합니다. 

 

최근 들어 개물림 사고가 뉴스 소재로 빈번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10월6일 집 안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한 살배기 아이를 물어 아이가 결국 숨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한밤중 집 밖에 나온 맹견 2마리가 주민들을 물어 다치게 했습니다. 맹견을 풀어놨다가 이웃주민이 개에 물려 다리를 절단해야하는 사고로 법원이 견주를 법정구속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고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 발생 건수는 2011년 245건에서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 2015년 1488건, 지난해 101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1000만 반려인구 시대의 그늘인 셈이죠. 

 

개물림 사고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등 해치거나, 다른 개를 물어 견주들 간 분쟁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서울의 한 애견호텔에서 대형견이 소형견을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행해 견주들끼리 싸움이 벌어진 것은 후자에 속합니다.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에, ‘펫티켓’을 강화한 규제 마련의 움직임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견종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개가 스스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면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내긴 합니다. 하지만, 특히 공격성향을 타고난 일부 견종도 있습니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종들이죠. 현행 동물보호법에 맹견으로 분류된 종은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등입니다. 

 

잇따른 맹견 사고로 맹견의 범위를 확대하고 견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 제2항에는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외에 입마개를 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적발이 될 경우에도 과태료보단 계도 차원에서 끝나는 경우가 더 많고요. 

 

이에 맹견 관리를 위한 관련법안도 발의됐습니다. 장제원 의원(자유한국당)은 맹견 소유자 등이 사육과 관리에 필요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개에 물려 사람이 사망하면 징역형을 포함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태규 의원(국민의당)도 맹견이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맹견 동반 외출시 안전장치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처분 규정을 상향조정 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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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만 관리한다고 사고가 방지될까요? 전문가들은 개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선 맹견, 그러니까 ‘개’에 대한 규제와 처벌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견주와 사회 전반적인 ‘펫티켓’에 인식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와 동물애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개에 대한 통제보다 사람에 대한 교육이 먼저라 주장합니다. 

 

‘우리 개는 괜찮다’는 견주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함부로 상대를 공격하지 않도록 사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개를 보면 쓰다듬거나 만지려는 태도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몸집이 작은 개라도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개를 대하는 문 미국의 동물전문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베넷은 “태어날 때부터 사나운 개는 없다”며 “잘못된 교육과 방치가 개의 사나운 본성을 깨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외국은 어떨까요? 동물보호법상엔 맹견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 일부에선 맹견들의 관리와 사육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맹견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합니다. 

 

영국의 경우 수의사, 동물보호단체, 애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맹견 여부를 판단합니다. 단순히 견종으로 맹견 여부를 가리는 게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진단을 통해 개별적 판단을 내리는 셈이죠. 미국과 덴마크는 공격성이 우려되는 견종을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맹견을 키울 수 있는 견주의 나이를 제한하는 곳도 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16세, 호주는 18세부터 맹견을 키울 수 있습니다. 맹견을 키우는 것 자체를 까다롭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영국은 아예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특별 통제견’으로 규정된 맹견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어 부상을 입힐 경우에는 최대 5년, 사망에 이를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이 견주에게 선고된다고 하네요. 싱가포르나 미국 일부 주에선 맹견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소유주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위해 10만달러(한화 약1억) 수준의 책임보험을 의무가입하게 합니다. 한국의 사정과 비교하면 엄격한 관리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질서유지와 사회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들, 우리 사회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더 성숙한 반려문화를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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