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단순 실수인가, 축소 수사인가
  • 전주=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3 19:45
  • 호수 14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장애인단체 사기 사건’ 검찰 수사 의지 약하다” 지적 많아

 

한낮 더위가 35도를 웃돌던 7월5일 오후 3시. 시사저널 취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전주지방검찰청을 찾았다. 시사저널이 8월22일 보도한 현직 목사와 전직 신부의 전주 장애인단체 사기 사건의 취재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시사저널이 처음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9월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최근엔 한 공공기관 이사장 내정자가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지검은 이미 6월 중순 피의자인 현직 여성 목사 이아무개씨와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를 기소했었다. 검찰이 수사를 끝내고 기소까지 이뤄진 사건임에도 검찰 쪽을 취재하려 했던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축소 수사 의혹이 계속 흘러나왔고, 실제로 기자가 취재한 것에 비해 검찰의 공소 제기가 빈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했던 바에 따르면 일단 횡령으로 인지해 시작했던 사건이 기소 때는 혐의가 사기로 뒤바뀌었다. 검찰이 어떤 판단에서 두 사람의 행위를 사기로 봤는지는 알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횡령과 사기를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사기는 상대적으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검찰이 사기로 판단한 액수도 크지 않았다.

 

전주지방검찰청 청사 © 사진=연합뉴스

 

검사, 진술서에 검사 서명 누락 사실도 몰라

 

검찰이 사건 보도자료를 전주 지역 언론에 배포하지 않은 것도 의아했다. 이 사건은 전주지검 특수부의 인지사건이었다. 통상적으로 특수부 인지사건은 기소가 이뤄진 후 지역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관례다. 물론 검찰이 모든 사건을 언론에 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장애인, 아동들에 대한 학대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됐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기부금을 계속 내고 있는 선의의 시민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적어도 기소 후에는 언론 보도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 사건 피해자들의 공통적 견해였다. 하지만 전주지검은 이 사건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이 사건을 나중에 접한 전주 지역 기자들도 이 부분에 공통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를 놓고도 검찰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문들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시사저널 취재를 사실상 거부했다. 서울에서 내려가 차장검사를 만나기 위해 청사 밖에서 1시간 가까이 대기했으나, 차장검사는 대면 취재를 거부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전화를 걸어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말고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공판 과정에서 검찰의 소극적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9월29일 오후 3시 전주지방법원 3호 법정. 이날 법정에서는 목사 이씨와 전직 신부 김씨의 3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은 두 사람의 혐의를 입증해 줄 수 있는 검찰 측 핵심증인인 전주 A어린이집 이아무개 원장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이 있었다. 이씨와 김씨는 부장검사 출신 김아무개 변호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 원장은 이씨와 함께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이씨가 입양한 아이 2명을 직접 키웠던 인물이었다. 검찰의 증인신문이 먼저 진행됐다. 공판검사는 수사 자료로 제출된 이씨 진술서에 있는 내용 몇 가지 정도를 확인하는 선에서 신문을 끝냈다. 문답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변호인 측 신문이 이어졌다. 이날 이 원장은 기소된 두 사람과 마주해 신문받는 것이 겁이 난다며 법원 측에 증인석에 가림막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변호인은 이 원장과 마주하고 신문하는 것이 허용됐다. 변호인은 거세게 이 원장을 몰아붙였고, 이 원장은 변호인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했다. 하지만 40분가량 20여 개 정도 이어진 질문 세례에 결국 이 원장은 울먹였다. 공판검사는 변호인의 이런 질문 세례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있었다. 변호인이 검찰 측에서 제출한 증거에 문제를 제기한 것. 검찰은 세 차례에 걸쳐 이 원장을 불러 참고인 진술을 받았는데, 이 원장의 진술조서 3곳에 검사의 날인이 빠져 있었다. 진술조서에 검사 날인이 빠져 있으니 법원이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공판검사는 조서에 날인이 빠져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변호인 신문에 맞서 추가신문도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원장은 이씨와 센터도 운영하고, 이씨의 입양된 아이들을 몇 년간 도맡아 키울 정도로 이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이 원장의 증언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증거였다.

 

검찰 관계자들은 핵심 증인의 진술조서에 검사 날인이 빠져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서 하나도 아니고 세 곳 모두에 검사 날인이 빠져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진술서에 날인이 빠져 있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한 증인이 세 차례에 걸쳐 진술한 내용에 날인이 빠진 경우는 드물다”며 “이럴 경우 검사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현직 여성 목사 이아무개씨가 대표이며,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가 센터장으로 있는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 시사저널 고성준

 

검찰 “검사 서명 누락은 명백한 실수”

 

이날 재판을 참관한 이들은 하나같이 검찰이 과연 이 사건에 대해 공소를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런 일들이 몇몇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뒤늦게 해명자료를 냈다. 전주지검은 10월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 회의를 거친 결과 해당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고, 재판에 일반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공판검사가 참여하는 것보다 수사검사가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됐다”며 “다음 재판부터 수사검사가 직접 재판에 참여해 공소유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3차 공판에서 진술조서에 수사검사 서명이 빠져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검찰은 “검사 서명이 빠진 부분은 명백한 실수”라고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