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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갑질 논란 기업 총수들, 국감 타깃

‘묻지마식’ 총수 호출 최소화 공감대 속 국감 증언대 못 피한 기업 총수는?

송응철 기자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8(Wed) 09:30:0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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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일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국감)의 막이 올랐다. 이번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처음이자, 9년 만의 정권교체로 여야가 뒤바뀐 가운데 진행되는 국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국감과 사뭇 다른 풍경이 엿보인다. 증인 명단에서 재벌기업 총수들 대부분이 제외된 대신, 최고경영자(CEO) 등 실무진이 상당수 증인석에 서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제기돼 온 ‘묻지마 식’ 총수 호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회는 국감 때마다 총수들을 대거 불러내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보다는 호통을 치거나 면박을 주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마녀사냥’ 내지는 ‘여론재판’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매년 국감 시즌이 되면 기업 대관(臺官) 인력들이 총수들의 증인 채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국감 출석을 막기 위한 ‘총력전’ 로비를 벌여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국회에서 재벌 총수 증인 신청과 관련한 ‘신중론’이 확산됐다. 사안의 직접 관계자가 아닌 이상 총수 호출을 최소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의원들의 증인 신청 남발을 막기 위한 ‘증인실명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 국감 증인 명단에서 총수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증인 채택을 피하지 못한 총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감몰아주기’나 ‘갑질’ 논란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핵심 기조인 ‘재벌개혁’ 관련 이슈에 얽혀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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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GS칼텍스·하림 총수, 증인 채택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부회장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그룹 경영권을 손에 쥔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된다. 대림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는 한편, 같은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한 대림H&L과 대림I&S를 합병시켜 덩치를 키웠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됐다. 문제는 이처럼 승계가 완료된 이후에도 대림코퍼레이션의 내부거래가 여전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의 내부거래액이 4475억원으로, 전체의 17.2%에 달했다.

 

이 부회장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4세 승계를 진행 중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에이플러스디와 켐텍이 그 핵심으로 지목되는 회사다. 에이플러스디는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동훈씨(45%)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지난해 총매출 44억1600만원 가운데 26.5%에 해당하는 9억500만원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엄연한 일감몰아주기법 위반 사례다. 에이플러스디는 특히 대림그룹의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글래드(GLAD)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사세가 대폭 확장될 여지가 크다. 켐텍은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대림산업 부사장(68.37%)과 그의 딸 주영씨(23.72%)의 회사다. 켐텍은 지난해 345억3700만원의 매출이 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그해 총매출(1415억9300만원)의 24.4%에 해당하는 규모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도 같은 문제로 정무위에 의해 증인대에 서게 됐다. GS그룹은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대표 기업으로 지적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6월 공개한 ‘201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사례 기업은 총 28곳으로, 이 중 절반인 14곳이 GS그룹 계열사였다. 보헌개발(내부거래율 97.73%)·GS아이티엠(78.84%)·승산(42.67%)·옥산유통(32.28%)·엔티타스(29.75%)·GS(25.35%)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GS그룹의 여러 총수 일가 구성원 중에서도 유독 허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GS칼텍스의 내부거래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GS칼텍스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6734억1000만원으로, 전년인 2015년(4868억4100만원)에 비해 38%가량 증가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하림이 축산계열화 사업자로서 사육농가들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경우다. 계열화 사업이란 대기업들이 농가와 계약을 통해 사육·도축·유통·판매를 일괄 운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 닭과 오리 등의 축산계열화 비율은 90%를 상회한다. 계열화 업체는 완벽한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사육농가 위에 군림하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림은 이런 지위를 이용, 사육농가를 상대로 갑질을 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림은 또 가금류 가공식품 업체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농가에 지급될 살처분 보상금 등을 정상적으로 정산하지 않고 편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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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출석 요구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9월말 환경부 종합감사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 올해 3월 희망퇴직 등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다. 하이트진로는 당시 30개월분 임금과 자녀 학자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자에게 30개월분의 임금과 자녀 학자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노사가 합의한 결과였다. 희망퇴직의 배경은 급격한 실적하락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6억원)은 지난해 동기(548억원)보다 86% 수준 급락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고, 노사 합의에 따라 진행된 희망퇴직을 국회가 문제 삼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박 회장은 2014년 4월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도로 라면 가격 담합 관련 증인으로 서게 됐다. 그러나 담합은 5년 전인 2012년의 일이다. 당시 공정위는 농심·오뚜기·한국야쿠르트·삼양식품 등 라면업체 4곳이 9년 넘게 라면 값을 담합했다며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오뚜기의 과징금 규모는 다른 업체에 비해 적은 수준이었던 데다, 2008년 이후 라면 값을 올리지도 않았다. 특히 담합건은 대법원이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소 판결을 내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국회가 유독 함 회장만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7월 함 회장을 청와대 기업인 만찬에 불러 치켜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박문덕 회장이나 함영준 회장과 달리,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되는 총수도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다. 그는 이번 국감의 주요 증인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탈세와 계열사 허위 신고 혐의와 관련해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고, 부실공사와 임대료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사실 복수의 여당 상임위원들에 의해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증인 출석을 피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이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 있음은 물론, 대한노인회 회장과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총재도 겸직하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이 이 회장의 출석을 반대한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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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등 ‘불출석’

 

현재로선 출석을 요구받은 기업 총수들이 실제 국감장에 나설지 여부를 장담키 어렵다. 그동안 출석 요구를 받은 총수들이 해외출장이나 지병 등을 이유로 불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각 위원회는 이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그 결과, 단순 회피로 판명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법률로는 총수들의 국감 불출석을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당한 이유’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데다, 고발하더라도 약식기소로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총수들의 불출석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증인으로 채택된 포털 업계의 양대 산맥 네이버의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이미 불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과방위는 이들에게 포털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질의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전 의장은 프랑스 출장을 이유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대신 국감장에 나가도록 할 계획이고, 김 의장도 이병선 부사장의 대리출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국감 시작 전 해외출장에 오른 상태다. 그는 국감 일정이 마무리되는 11월에야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도피성 외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이런 증인 출석 거부 행렬을 성토하며,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정말 특별한 출장 등이 아니면 인정할 수 없다”며 “증언할 수 없는 실력이면 차라리 사직해서 증언할 필요가 없는 자리로 갈 것을 권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3당 간사 간 합의를 통해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 확인감사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 소환하기로 했다”며 “확인감사에도 안 나오면 사법 당국에 고발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도 “대부분 증인들이 긴급하게 해외출장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며 고소·고발부터 동행명령 등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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