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Talk] 쪼개지면 돈 번다? 하드포크가 밀어올린 비트코인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6 16: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트코인캐시에서 얻은 자산 증식 경험, 비트코인 가치 올린 듯

 

비트코인이 5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안정적인 6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때 690만원까지 오르며 700만원을 돌파할 뻔 했을 정도로 상승 기세가 무섭습니다. 500만원대에서 600만원대로 치솟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입니다. 

 

과거와 비교해 이번 폭등이 다른 점은 안정적으로 600만원대를 굳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시적으로 600만원대를 찍고 다시 내려오는 게 아니라, 10월13일 600만원대에 도달한 뒤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1비트코인 가격은 641만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이 최고 가격을 찍고 있을 때 다른 알트코인(이더리움, 대시 등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가상화폐의 등락 패턴을 보면 리더 격인 비트코인이 오르면 다른 것들도 오르고, 비트코인이 떨어지면 나머지도 떨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모양새가 달랐습니다. 비트코인이 10~15%씩 급상승할 때 이더리움은 2% 올랐을 뿐이고 리플은 오히려 2%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후에 라이트코인은 급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의 상승과 시간차가 있었기에 과거 추세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비트코인이 600만원대를 돌파했다. 과거와 비교해 다른 점은 다른 코인과 연계하지 않은, 혼자만의 폭등이라는 점이다. © 사진=Pixabay

 

덤으로 얻을지 모를 코인이 폭등의 배경?

 

특히 9월 중순, 중국이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를 금지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추세를 완전히 뒤집었고 그것도 모자라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비트코인의 회복력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다만 혼자 급상승했다는 건 호재가 있다는 건데, 무엇이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가격 변동의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관투자자가 주연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의 많은 은행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CNBC 등 주요 경제 미디어들은 기존 증시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하나의 키워드는 반복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비트코인의 폭등을 언급할 때 포인트가 되는 단어는 ‘하드포크’입니다. 하드포크는 2017년 8월1일, 비트코인이 분열했을 때 등장한 단어입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8월1일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캐시’가 떨어져 나왔습니다. 8월1일 이전, 당시 300만원 초반인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보유 수량만큼 비트코인캐시를 공짜로 얻었습니다. 비트코인을 1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트코인캐시를 덤으로 1개 얻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비트코인캐시는 초반에 120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1코인의 가격이 30만원대입니다. 어쨌든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은 덤으로 얻은 비트코인캐시 덕에 약 10~40% 정도의 자산을 공짜로 얻었습니다. 이런 경험에서 나온 기대감이 비트코인 폭등의 배경에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래 예정된 하드포크는 11월입니다. 그리고 11월 하드포크는 오래된 얘기입니다. 8월1일 비트코인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절충안 두 가지 중 하나가 시행됐고, 나머지 안은 11월에 적용됩니다. 당시 8월에 절충안을 거부한 세력이 분리해서 나온 게 비트코인캐시입니다. 11월에도 불만을 갖고 있는 쪽에서 하드포크를 할 수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만 11월의 하드포크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이미 여름부터 알고 있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급등을 설명하긴 좀 부족해 보입니다.

 

 

앞으로 계속될 지 모를 비트코인의 쪼개짐

 

오히려 10월25일(수)에 예정된 하드포크가 급등에 반영된 건 아닌가라는 설이 나옵니다. 홍콩의 채굴기업인 ‘LightningAsic’이 주도한 그룹에서는 10월25일 하드포크를 통해 ‘비트코인골드’를 등장시킬 계획입니다. 비트코인의 알고리즘을 바꿔 GPU에서도 채굴할 수 있는 걸 표방하고 있는데, 좀 더 쉽게 누구나 채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하드포크에 대한 좋은 기억 탓에 또 다시 횡재를 노리고 사람들이 비트코인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를 대로 오를 비트코인이 폭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캐시 때와는 달리,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골드 거래를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하드포크는 10월과 11월로 끝날 일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가장 큰 블록체인이며 확장성이 가장 큰 가상화폐입니다. 게다가 견고함도 갖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이 이더리움 클래식으로 쪼개질 때 그 가격은 절반으로 추락했지만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캐시로 하드포크가 이뤄질 때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하드포크의 주요 표적이 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개발 정책과 방향성이 서로 달라 생긴 하드포크였지만 이제는 하드포크, 그 자체가 목적이 돼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