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문재인 사라지고 노무현·이명박 싸움만 남는다”
  • 안성모·유지만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7 14:15
  • 호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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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 정권 2인자’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양측 부딪치면 ‘문재인 패싱’ 일어날 수 있어”

 

‘적폐청산’의 칼끝이 박근혜 정권을 넘어서 이명박 정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달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는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이 될 전망이다. 이미 국정원 댓글팀의 조직적 움직임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부대가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에서 작성했다는 ‘블랙리스트’가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전 대통령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측은 이 사안을 즉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 쪽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이명박 정권 시절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를 10월13일 서울 광화문 늘푸른한국당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특임장관을 역임했던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강한 어조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 사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과 전면전이 될 수도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 시사저널 임준선

 

현 정권에서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세웠다. 그 중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난 적폐청산에 반대하지 않는다.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100% 동의한다. 적폐청산은 역대 모든 정권이 다 해 왔다. 정권이 바뀌면 항상 지난 정권의 비리와 부패를 들춰본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전 정권 인사들이 감옥에 많이 들어갔다.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정부 시절 산하기관의 권력 오남용을 조사하는 건 찬성이다. 그런데 이것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 지어 조사한다. 그건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의미다. 이는 관행상의 적폐청산도 아니고 미래로 가기 위한 적폐청산도 아니다. 원수 갚듯 움직이는 것이다. 자신들이 노무현 정권을 계승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 돌리는 것이다. 이는 정치보복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적폐나 마찬가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부정하는 것인가.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부터 측근이지 않았나.

 

“그것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얘기다. 개인 간에 친한 것과 업무는 다르다. 원 전 원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엉뚱한 인사라는 지적을 했다. 나도 당시에 비슷한 생각이 들어 이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내가 생각해 봐도 조금 이상하다’며 인사를 단행한 이유를 물어봤다. 내 말을 듣던 이 전 대통령은 웃으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국정원은 원래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라 국정원장을 잘못 앉히면 자기 멋대로 일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을 앉히면 권한 밖의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더라. 이 전 대통령도 원 전 원장을 앉히면 국정원이 이상한 장난을 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얘기를 들어보면 원 전 원장 재임 기간 동안 불법 댓글을 지시했다고 나온다. 그중 일부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을 하기 전부터 관행적으로 해 왔던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도청 사건으로 국정원장이 구속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것들을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하겠나. 댓글 단다고 보고할 것도 없고 댓글 달라고 지시할 것도 없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과 연결 짓는다면 내용상 맞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인가.

 

“이 전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정권 재창출을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에 댓글을 달라고 지시할 입장은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이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여당에서는 완전히 이 전 대통령으로 몰고 있다. 이것은 적폐청산이 아니라 적폐를 생산하는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이 가만히 있겠나. 한 정권을 5년간 담당했는데, 지난 정권의 모든 공과(功過)와 비리, 부패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이명박 정권 시절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겠나. 만약 이들이 “노무현 정권 때나 김대중 정권 때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반격하면 나라가 어찌 되겠나.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에 휘말린다. 전전 정권과 현 정권 간 싸움이 된다. 정작 청산해야 할 박근혜 정권은 어디로 가겠나. 국민들도 잡으라는 적폐는 잡지 않고 죽은 정권과 산 정권이 권력다툼이나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야당 진영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도 따져보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6개월 된 문재인 정권보다는 5년간 집권했던 사람들이 가진 자료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 또 일자리나 복지가 어찌 되고 민생은 어디로 가겠나. 만약 양측이 부딪치게 된다면 ‘문재인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 문재인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노무현과 이명박의 싸움만 남는다. 나라에 도움 될 것이 없다. 권력을 등에 업고 나쁜 짓을 하는 적폐를 청산한다면 찬성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서 지난 정권의 없는 적폐를 만들어서 잡아가는 것은 나라 전체를 진흙탕으로 몰아가는 짓이다.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정치를 할 줄 모르나 싶다. 박근혜 정권도 경험했으니 잘할 것이라 기대했다. 적어도 권력놀음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요동친다. 제왕적 대통령이다. 여당이 하는 짓을 보면 6·25 직후의 완장부대를 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은 자중하고 있는데 일부 극소수 의원들이 완장부대처럼 행동한다. 이 전 대통령 잡기에 광기 어릴 정도로 나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권도 반드시 반격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라진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왼쪽)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3월22일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 MB 진영이 반격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반격을 한다는 것인가.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전 대통령 주변 사람 중 청와대에 있었거나 장·차관을 역임했던 이들은 자신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낀 전 정권의 잘못된 관행을 공개할 수 있다. 이것들은 적폐가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면 노무현 정권의 공은 없어지고 과만 드러날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김대중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이미 경계가 무너져버리지 않았나. 현재 문재인 정권의 방식대로라면 충분히 반격이 가능하다.”

 

 

전면전을 펼친다는 건가.

 

“전면전이 된다고 해도 겁날 게 없다. 이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을 할 것도 아니지 않나. 붙어봤자 손해 볼 것이 없다. 잡아가더라도 얼마나 징역을 살겠나. 길어야 2~3년이다. 이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로서는 겁날 것이 없고 손해 볼 것도 없으니 정치적 보복을 각오하고 덤빌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문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한 얘기가 있나.

 

“이 전 대통령도 사람이다. 자신이 한 일에서 잘한 부분은 평가되지 않으니 기분이 어떻겠나. 문재인 정권의 방식으로 나서면 정치적 싸움이 된다.”

 

 

이명박 정권 당시 핵심인사들의 모임이 지금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하던데.

 

“국무위원 모임과 청와대 비서실 모임, 국회의원 모임 등 크게 세 그룹이 있다. 드러나게 만나진 않지만 유기적으로 필요하면 본다. 불만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다시 장·차관 할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정치한다면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개인적 비리가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압박한다면 이명박 정권에서 일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 된다. 문건 보고 및 지시 여부로 당시 대통령을 잡아간다면 MB 정권 사람들이 가만있지 못한다. 자존심 문제다. 보고나 지시 여부는 밑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4대강이나 자원외교 문제는 정책적인 문제다. 문건을 만들고 지시했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나 하나로 MB 정권 심판을 끝내라고 했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MB 정권 2인자 소리 들었으니까. 정치적으로 잡아가려면 나를 잡아가라고 한 것이다.”

 

 

‘4자방’을 다시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4대강은 박근혜 정권에서도 뒤졌던 사안이다. 우리가 4대강 사업 했는데 다음 정권이 4대강에 흘러들어오는 각 지천이나 하천을 정비했다면 4대강 수질은 좋아졌을 것이란 반론이 있다. 정책의 문제는 논란이 있다. 핵심은 4대강 토목공사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냐는 점이다. 4년간 박근혜 정권이 많이 뒤졌지만 나온 것이 없다.”

 

 

이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얘기도 나온다.

 

“내가 이명박 정부에서 오래 일했다. 돈 100만~200만원은 쉽게 숨길 수 있다. 하지만 돈 몇 십억원이 오고 가면 금융거래내역이 남는다. 그 돈 다 어디 가겠나. 그 돈은 금융자산 조사하면 다 나온다. 떠도는 말일 뿐이다. 해외비자금이라는 게 현금 몇 백이 아니고 억 단위 넘어서면 움직이기가 불가능해진다. 일전에 이 전 대통령을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털어놔보자고 했다. 걸릴 게 있냐고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난 걸릴 게 없는데 이 대표는 걸릴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나도 없다고 하니까 ‘나 아니면 당신인데 우리 둘이 깨끗하면 깨끗한 거지 뭐’라고 말하고 끝냈다.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과정에서 30조원을 숨겨놨다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 이 전 대통령은 돈 문제에 상당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다시 정치할 것도 아니지 않나. 쓸 수도 없는 돈이다. 전 정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이 없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진영이 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대통합을 촉발할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보수진영 중 극우로 분류되는 박근혜 진영은 무너졌다. 이제 중도실용적인 건전한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진영이 남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상으로 돌아갔던 이명박 정권 사람들을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오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이 중도실용주의 정책을 펼쳐온 이명박 라인만 무너뜨리면 대한민국 보수중도 세력을 다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한다면 큰 오판이다. 그럴수록 더 뭉친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이 단합할 수 있는, 범보수대통합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물밑에서 많이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종교계, 법조계, 언론계를 가리지 않고 양심적이고 중도실용적인 보수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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