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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스몸비’(스마트폰+좀비)

거북목 증후군부터 팝콘 브레인까지…10대 청소년 10명 중 3명 ‘스몸비’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Thu) 10:21:25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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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몸비(smombie).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 포함)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사람을 좀비에 빗댄 말이다.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은 스마트폰은 편리한 생활 도구로 자리 잡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흉기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육교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에 발이 끼여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장소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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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목 증후군

 

스마트폰 사용과 밀접한 질환이 거북목 증후군(일자목 증후군)이다. 7개의 뼈로 구성된 목은 하중과 충격을 견디기 위해 C자 형태를 갖추고 있다. 옆에서 봤을 때 귀와 어깨가 일직선이 되는 위치가 목의 안정적인 자세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데, 이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면 거북이처럼 목이 어깨보다 앞으로 나온다. 또 목뼈가 일자 형태로 변형된다. 앞으로 내민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목덜미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목 디스크에 큰 압박이 가해진다. 목 디스크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면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목과 어깻죽지가 뻐근하고 욱신거리다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통증이 팔과 머리까지 뻗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목 디스크 환자 수는 2010년 약 11만 명에서 2015년 약 13만 명으로 20%가량 늘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범위가 확대되면서 노인층도 거북목 증후군에 시달린다. 한 노인은 최근 오른쪽 어깻죽지가 욱신거려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환자의 팔과 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목 디스크 탈출증의 전형적인 양상을 발견했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 할머니는 컴퓨터로 작업하지 않고, TV를 비스듬히 누워서 보지도 않는다. 손녀가 두어 달 전 사준 스마트폰을 보느라 계속 고개를 숙인 자세가 문제였다”며 “일자목이 되면 목의 움직임은 30%가량 줄어들고 목 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이 높게는 90%까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손목터널증후군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사용하다 보면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가락으로 내려가는 신경 통로가 여러 원인에 의해 좁아지거나 압박을 받아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증상이다. 신경이 손상돼 주로 엄지손가락과 둘째·셋째 손가락에 통증이 발생하고 감각에 이상이 생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만 저리지만 점차 손바닥과 팔까지 저리는 것이 특징이다. 잠잘 때 통증이 심해져서 잠을 설치며, 손과 팔을 주물러야 통증이 가라앉기를 반복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우선 손목 사용을 줄여야 한다. 좀 심하다 싶으면 병원에서 약물치료, 물리치료, 체외충격파나 인대 강화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노영학 이대목동병원 수부외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일정 기간 부목으로 고정하거나 경구 소염제와 물리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만

 

스마트폰의 출현과 맞물려 인간의 신체활동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365mc병원 비만클리닉은 2015년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운동량이 부족하고 비만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병원 연구팀은 20~30대 124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실태와 비만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사용량이 하루 1~3시간인 그룹, 3~5시간인 그룹, 5~7시간인 그룹의 비만율은 각각 19%, 29%, 38%로 나타났다. 또 각 그룹에서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하루 30분 미만) 비율은 각각 22%, 44%, 57%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을수록 비만하고, 뚱뚱할수록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결론이다.

불면증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은 불면증을 유발한다. 밤에는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멜라토닌)이 분비되는데, 스마트폰의 청색광을 오래 쐬면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된다. 수면 시간이 줄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깊게 잠들지 못해 수면의 질이 낮아지는 것이다. 또 잠들기 전에는 두뇌 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뇌가 각성상태를 유지하므로 숙면을 이루기 어렵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 교수는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전자기기 사용을 될 수 있으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꼭 사용해야 한다면 스마트폰의 청색광을 막는 애플리케이션이나 보호필름 등을 사용해 빛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안구건조증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동안 눈을 깜박거리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안구건조증에 걸릴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쓸 때 의도적으로 눈을 깜박거릴 필요가 있다. 고경호 안경사는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볼 때 오랫동안 눈을 깜박거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스마트폰을 한 번 응시할 때 10초까지는 눈물층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이상 지속하면 눈 건조감과 피로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할수록 안구건조증 유병률은 높아진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시야가 뿌옇게 보이고, 각막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정태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피로한 눈은 작업능률을 떨어뜨리며 눈 이외의 두통, 어지러움, 근육통 같은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작은 글자 또는 동영상을 보는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눈의 이상 증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은 전국 중·고등학생 734명을 대상으로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과 시야 흐림, 충혈, 염증 등 7가지 안구 자각증상의 관련성을 살폈다. 그 결과, 하루 2시간 미만 사용자보다 2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7개 안구 이상 증상 중 3~4개에 해당할 가능성이 약 1.7배, 5개 이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약 2.2배로 나타났다. 박수경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근거리 작업이나 눈부심 등으로 동공 근육이 긴장한다. 이는 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소년의 눈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2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팝콘 브레인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10분이 멀다 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도 설거지나 청소를 게을리한다면 팝콘 브레인을 의심할 만하다. 업무가 바쁜데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 접속을 반복하는 것도 대표적인 팝콘 브레인 증상이다. 팝콘 브레인이란 섭씨 약 200도의 고온에서 팝콘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를 의미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현실에는 무감각해진 뇌라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이 용어는 데이비드 레비 미국 워싱턴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2011년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사용한 후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방송에서 “뇌는 강한 자극을 계속 받으면 단순하고 평범한 것에 흥미를 잃는다”고 말했다.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반복할 때 심해진다. 특히 장소와 시간의 구애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스마트폰은 즉각적이고 자극적이다. 검색하면 원하는 정보가 바로 나타나고, 그 내용도 자극적이다. 이런 자극에 익숙해지면 현실은 밍밍하게 느껴진다. 이를 증명한 연구가 있다. 사람에게 깜빡이는 불빛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도록 했다. 일반인은 적당한 속도로 반응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 사람은 너무 빠르거나 늦게 반응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뇌는 불빛이나 소리처럼 강도가 약한 자극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CNN이 제안한 팝콘 브레인 예방법은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다. 하루에 1~2시간 등 자신에게 필요한 사용 시간을 정해 두고 그때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등 미리 정해 둔 목적으로만 인터넷을 사용한다. 사용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현실 생활에 집중한다. 또 장시간 인터넷 작업이 필요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쉬면서 창문 너머를 바라보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빨라진 뇌 회전을 다소나마 늦출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

 

마약, 알코올, 카페인, 도박이 과거의 중독 물질이라면 지금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가 새로운 중독 물질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휴대할 수 있으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용하는 ‘생활 중독 물질’인 셈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최근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폰 중독자는 뇌 조절능력이 떨어져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이 평상시에도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스마트폰 중독자 25명과 정상 사용자 27명을 대상으로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따른 뇌기능 활성화 정도를 MRI(자기공명영상)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을 MRI 장치에 6〜7분 누워 있게 한 다음, 모니터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번갈아 보여줬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정상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려는 실험이다. 그 결과, 스마트폰 중독자는 화난 얼굴이 제시된 후의 반응 정도가 정상 사용자보다 떨어졌다. 특히 MRI 영상에서 갈등의 탐지와 조절에 관련된 뇌 부위(배외측전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의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인 점이 관찰됐다. 또 스마트폰 중독자는 상대방의 표정 변화가 생길 때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뇌 부위(좌측 상측두구와 우측 측두-두정 접합 영역)의 활성도도 떨어지는 특징을 보였다. 기쁨에서 분노로 정서가 변경되는 상황에서 뇌의 인지조절이 더 많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중독자는 이럴 때 인지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자가 약 400만 명(2015년 기준)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2013년 약 188만 명에서 2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청소년 10명 중 3명 ‘스몸비’

 

국민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잠재적 위험군)은 심각한 수준이다. ‘과의존’이란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국회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가운데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13년 25.5%에서 2016년 30.6%로 늘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사람을 스몸비(스마트폰+좀비)로 볼 때,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몸비인 셈이다. 이 비율은 성인에서도 같은 기간에 8.9%에서 16.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어린이의 과의존 위험군은 2015년 12.4%에서 2016년 17.9%로 오름세이며, 지난해 처음 조사한 고령층에서도 11.7%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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