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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백조’가 전한 트럼프의 경고 메시지

[양욱의 안보브리핑] 북한 전역 타격 가능한 美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 가상훈련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1(Sat) 14:00:0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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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0일 야간 B-1B 랜서 초음속 전략폭격기 2대가 한반도를 찾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B-1B 편대는 KADIZ(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로 진입해, 동해에서 공대지 미사일 발사훈련을 가상으로 실시했다. 내륙 쪽으로 진입한 후에는, 우리 공군의 F-15K 편대가 이를 엄호해 서해까지 동행했다. B-1B 편대는 서해상에서 또다시 가상 미사일 발사훈련을 한 번 더 실시했다. 이번 비행은 9월23일 밤 B-1B 편대가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원산 인근까지 압박했던 것에 이은 또 다른 무력시위다.  10월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었기에 이번 비행은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면서 B-1B의 한반도 방문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이뤄지고 있다. 정기적인 폭격기 출현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무뎌질 정도다.

 

폭격기는 강대국의 특권이다. 인류 전쟁사에서 핵무기를 처음으로 투발한 것도 폭격기였다. 미국의 B-29 폭격기는 핵폭탄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자’로 역사에 기록됐다. 미국과 소련 간 핵 경쟁이 심화되던 냉전 초기엔 얼마나 우수한 폭격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핵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냉전 이후 특히 핵공격이 가능한 대형 장거리 폭격기를 보유한 국가는 세 손가락으로 꼽힌다.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뿐이다. 냉전 후에도 폭격기를 자주 활용해 온 것은 누가 뭐래도 미국이었다. 다만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핵폭격이나 융단폭격의 플랫폼이 아니라, JDAM(스마트정밀유도폭탄)과 같은 정밀무장을 투발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왔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례로 1991년 걸프전에서 미 공군은 남아 있던 구형 B-52 폭격기 80여 대를 동원해, 1600여 회에 걸쳐 2만5000톤의 폭탄을 퍼부었다. 이는 걸프전 당시 다국적군이 투하한 폭탄의 약 40%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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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한반도 유사시 출격 1순위

 

1999년 코소보 항공전에선 더욱 놀라운 기록이 세워졌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JDAM이 동시에 처음 실전에서 사용되는 무대였다. 79일간의 작전에서 B-2는 6대가 총 45회 출격해, JDAM을 656발이나 투하했다. 이때 B-2는 단 한 번의 출격으로 32개의 다른 표적을 모두 정밀 폭격하고 돌아간 사례도 있었다. 전투기는 편대를 투입해도 1회 비행에 1~2개의 목표를 타격하는 것이 한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효율성이다.

 

미국 폭격기 전력의 핵심은 B-1B 랜서다. 1986년에 실전배치가 시작된 B-1B는 약 100여 대가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62대가 운용 중이다.

 

B-1B는 마하1을 넘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폭격기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999년 코소보 항공전이나 9·11 테러 후 아프간전을 통해 B-1B는 폭격기의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리비아 공습이나 2014년 이후 시리아 공습에서도 주력에 선 것이 B-1B였다. 다시 말해 북한에 대한 공습이 있을 경우 주력 폭격기도 B-1B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B-1B는 최대 56톤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재래식 유도폭탄인 1톤짜리 GBU-31 JDAM을 무려 24발 장착한다. 우리 공군의 가장 강력한 전투기인 F-15K가 GBU-31을 2발 장착할 수 있으니, B-1B 한 대가 F-15K 12대 몫을 할 수 있다. B-1B에는 더욱 강력한 무장이 있다. 사거리 370km를 자랑하는 AGM-158 JASSM 순항미사일도 최대 24발까지 장착 가능하다. 2014년부터는 사거리가 925km로 증가된 JASSM-ER이 실전배치 중이다. B-1B로 굳이 북한의 영공이나 영해까지 들어가지 않고서도 충분히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9월23일 괌에서 출격한 B-1B 편대는 굳이 북한 영공 인근까지 날아갔다. 9월22일 태평양상에서 역대급 핵실험을 하겠다던 북한의 말 폭탄에 강력한 경고를 날리기 위해 비행한 것이다. 동해 NLL을 넘어 무려 2시간 동안 북한 동해상의 국제 공역을 비행한 것이다. 이날 비행의 의미는 남달랐다. 우선 21세기 들어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미 군용기가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가장 북쪽에 접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B-1B 편대는 원산에서 350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었는데 이는 JASSM 미사일의 사정권 안이었다. 둘째로 과거의 무력시위와는 달리 야간에 출격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 타격을 훈련했다는 말이다. 셋째로 미 공군에 의한 단독작전이었다. 과거 같으면 B-1B 편대가 날아오면 자위대 F-15J가 호위하다가 한반도에 들어서면 우리 공군의 F-15K가 호위했었다. 그러나 이날은 미 공군의 F-15C가 호위 임무에 나서 B-1B 편대가 북측 공해로 접근할 때 후방에서 지켜줬다. 심지어 북한의 공격으로 추락할 경우에 대비해 미 공군의 HH-60 전투탐색구난헬기도 대기하고 있었다. 즉 한국이나 일본의 동의가 없어도 충분히 단독으로 작전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한 셈이다.

 

10월10일의 출격에서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갔다. 비록 한반도 비행이지만 역시 JASSM의 사거리 안에 있는 목표들을 겨냥했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과 신포 잠수함 기지, 원산의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기지 등 20여 곳을 JASSM으로 파괴하는 절차를 훈련한 것이다. 실제 미사일은 쏘지 않았지만, 보여주기식으로 폭탄을 투하하고 간 것을 훨씬 넘는 실전적 의미가 있다. 게다가 B-1B 편대는 서해로 넘어가서도 같은 절차를 훈련했다. 그 표적 중에 김정은을 포함한 수뇌부가 거주하는 평양은 당연히 들어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의 바로 코앞인 서해상에서도 B-1B의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압박도 동시에 가했다.

 

또한 추석 연휴 기간 중에는 미 공군의 지상타격사령부 사령관인 로빈 랜드 중장이 군산의 미 공군기지에 무려 3일간이나 머물다 갔다. 지상타격사령부는 B-1B를 포함한 미 공군 폭격기 전력을 관장하는 사령부다. 미국이 군산에 B-1B를 전진배치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북한 상공 침범하지 않아도 폭격 가능

 

어느 때보다도 강경한 미군의 군사행동이 있었지만, 9월말의 비행에 대해 북한은 말 폭탄 이외에는 별다른 수를 꺼내지 못했다. 유엔에서 태평양 핵실험 발언을 쏟아낸 당사자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더 이상 핵위협을 꺼내진 못했다. 다만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항공기라도 자신들의 자위권 차원에서 격추할 수 있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꺼낸 게 전부였다.

 

그러나 북한의 공군력으로 공해상에서 원거리 정밀공격을 가하는 B-1B를 격추시킬 수는 없다. 결국 B-1B 출격은 북한이 대응하지 못할 미국의 비대칭 능력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방어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B-1B는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트럼프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 핵위협을 그치지 않으면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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