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먹어? 말어!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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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기자와 건강 챙기기]

 

며칠 전 한 후배가 구충제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매년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 구충제를 복용합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철이 되자 구충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온 국민이 구충제를 먹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1970년대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80%를 넘었습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의 몸속에 회충이 살았던 때입니다. 당시 회충과 같은 토양매개성 기생충 감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농산물에 인분 비료를 사용했고, 인분에 있는 기생충 알이 농산물에 붙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회충 알이 있는 농산물은 유기농 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기생충 감염은 배추김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회충은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2~3개월이 걸립니다. 12월 김장 김치를 먹으면 이듬해 봄에 회충이 생깁니다. 또 여름에 겉절이를 만들어 먹고 가을쯤 회충이 생깁니다. 구충제는 알보다 성충에서 잘 작용합니다. 그래서 구충제를 봄과 가을에 먹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 사진=Pixabay

약 40년 지난 후인 2012년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2.6%로 떨어졌습니다. 과거 기생충 감염의 절반을 차지했던 회충 감염자는 2000년 한 명도 없었고, 현재 100명 중 0.05명 정도입니다. 인분 비료 대신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재래식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변하면서 기생충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2005년 김치 기생충 파동이 있었습니다. 중국산 김치와 일부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 겁니다. 그 기생충 알은 돼지 기생충 알이었습니다. 돼지 똥을 비료로 사용해서 돼지 회충 알이 배추에 묻은 것입니다. 돼지 회충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생선을 날것으로 먹거나 해외여행에서 먹은 음식을 통해 기생충에 감염됩니다. 기생충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구충제는 대개 토양매개성 기생충을 죽이는 약입니다. 그 외의 기생충에 대해서는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생충의 종류에 따라 약을 먹는 횟수와 기간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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