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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무관심에 겨레 자생식물은 고사 위기

[탐사기획-겨레 자생식물(1)] 암 치료제 등 식물종 유전자 가능성 무궁무진…겨레 자생식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ㅣ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0(Fri) 09:00:0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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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세계는 지금 식물종의 유전자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과 미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과 구미는 이미 200년 전부터 식물종 유전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국의 자생식물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한국, 동남아 등 동양 자생식물과 북미 및 남미의 열대성 식물 등을 입수해 유전자 특성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유전자 원산지국에 역수출하는 기민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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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선 이미 자생식물 유전자 확보 전쟁

 

우리나라는 반대다.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무시한 산림 훼손과 벌목을 하지 않는 녹화 위주의 산림정책으로 우리 자생식물은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유전자원이 우수한 200여 종의 품종 상당수가 이미 해외로 반출된 상태다. 이들 유전자원은 새로운 품종으로 둔갑해 우리에게 역수입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끄러운 일로 치부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늦어질 경우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식물을 오히려 우리가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수입·육종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우리나라가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했고,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와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예산 반영을 통해 식물종 유전자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식물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자생식물에 관한 한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 할 수 있는 국립식물원 설립과 식물원법 제정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우리 자생식물의 귀중함을 일깨우고, 연구와 교육, 휴식, 정서 함양,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서라도 각 자치단체와 국립공원별로 식물원 설립 추진이 가시화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들과 산에 널려 있는 우리 자생식물은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자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생식물을 활용, 암 치료제를 비롯한 각종 치료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만 봐도 그렇다. 식물 유전자의 가치는 이처럼 잠재적인 효용성이 무궁무진한 데다,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가치는 더욱 많아 우리 자생식물의 보전과 연구 활동 강화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최근 세계는 생물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물 다양성 문제에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명 과정의 원천이며, 인류의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생물자원이 생물 다양성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 다양성은 동·식물을 망라한 생물종 간의 상호작용으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인류에 위협적인 요인에 대한 회복능력과 안정적인 생산성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식물 다양성 확보는 식량은 물론, 약품 등 신물질 생산과 농업, 유전공학, 의학, 공업, 생명산업 등과 같은 인류의 삶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류의 과학기술도 생명 다양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아가 인류의 복지 역시 생물 다양성, 특히 식물 다양성의 활로가 지구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식물에 대한 연구와 조사활동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경우 1만2000종의 생물이 번식하고 있으며, 동일한 면적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중 식물의 경우 3000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목복류와 초본류를 포함한 3000여 종의 풍부한 식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식물 조사활동과 보전 및 활용을 위한 당국의 연구활동 및 지원 현황은 보잘것없다는 게 식물학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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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로열티 주고 자생식물 해외서 역수입

 

최근 무분별한 산림 개발과 녹화정책에만 신경 쓴 탓에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일부 식물학자들이 현지답사를 통한 식물 조사나 보전·육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분포한 3000여 종의 식물 중 절반가량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선진국으로 유출된 상태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스킴라일락을 비롯, 전체 유출 식물의 20%가량은 현지에서 재배·육성돼 우리나라로 고가에 역수입되거나 상품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택주 용인 한택식물원 원장은 “지구상에서 자생지가 우리나라밖에 없는 구상나무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다양하게 개량돼 각 가정의 정원수나 크리스마스 트리용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무 이름과 모양조차 잘 모르는 우리에게는 충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해 우리도 이제는 식물 다양성을 살리고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종합적인 보전·육성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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