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권오현’ 첫 성적표, 애플에 달렸다
  •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23 16:55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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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장에 김기남·전동수·진교영 등 거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부품사업 부문장을 맡아왔다.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은 메모리반도체·시스템LSI사업부·파운드리사업부 등 반도체사업을 총괄 책임지는 자리다. 여기에 권 부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겸직해 왔다. 권 부회장의 빈자리를 한시도 비워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부문보다도 인선이 급한 상황이다.

 

시장 전망을 종합하면, 3분기에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디스플레이를 합하면 부품사업 비중만 77% 안팎이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주로 스마트폰과 가전에 몰린다. 실상 삼성을 먹여 살리는 건 D램과 낸드플래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이다. 이 때문에 DS 부문장 교체는 업계뿐 아니라, 재계 전체의 관심사다. 현재 차기 DS 부문장 후보로는 반도체총괄인 김기남 사장, 의료기기사업부장 전동수 사장,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 등이 꼽힌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은 1958년생인 김기남 사장이다. 다만 세대교체론이 화두가 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왼쪽부터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 전동수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누가 후임자가 되건 첫 성적표에는 ‘A’가 찍혀 있을 공산이 크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탄생한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여전한 탓이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D램은 하반기 공급 부족 우려에 따라 선행 구매 수요가 있어 전반적으로 수요 견조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전망은 이미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3조6000억원)과 큰 차이 없는 규모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4조3400억원이었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4분기에 메모리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환경이 차기 DS 부문장을 도와주 는 셈이다.

 

4분기만 쪼개서 살펴보면 키(key)는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벌 애플이 쥐고 있다. 아이폰X 출시에 맞춰 부품사업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역대 최대치인 3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 역시 아이폰X 출시 지연과 무관치 않다. 기대를 모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분기보다 50% 가까이 영업이익이 증발해 버린 탓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X에 중소형 OLED를 공급한다. 부품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애플에 당초 예상보다 물량이 덜 나갔다. 라인은 이미 가동됐기 때문에 감가상각 등 관련 비용이 다 추가됐다. 또 애플이 요구하는 스펙이 매우 깐깐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덕분에 4분기 실적이 굉장히 큰 폭으로 좋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예상대로 되면 차기 DS 부문장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만 2조원대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실적은 지난 2분기에 기록한 1조7100억원이었다. 반도체가 3분기 수준을 유지하면 부품에서만 12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에 있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최대 경쟁자이자 반도체 시장 최대 고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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