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이재명이 ‘설전’ 벌이는 이유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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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같은데 방법은 다른 ‘버스 준공영제’와 ‘청년정책’

 

경기도와 성남시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청년정책으로 타오른 마찰의 불씨는 버스 준공영제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날선 발언을 주고받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남 지사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경기도가 추진하려는 준공영제는 정확히 ‘수익금 공동 관리형 공영제’로, 버스업체의 수입을 도가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대신 노선 조정이나 버스 대수 증가 등 관리 권한은 도가 갖는다. 제도의 도입 배경에 대해 남 지사는 지난해 6월 “다수의 도민들이 서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복지 정책 두고 맞붙은 남경필 지사-이재명 시장

 

준공영제의 적용 대상은 경기도를 다니는 모든 광역버스다. 제도가 시행되면 시·군이 갖고 있던 광역버스 면허권을 장기적으로 도가 갖게 된다. 예산은 매년 약 829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시·군과 각각 절반씩 예산을 부담하도록 계획을 짰다. 

 

그러자 고양시와 성남시가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 시장은 9월22일 성남시의회에서 준공영제에 대해 “세금으로 특정 업자의 배만 불리는 ‘버스판 4대강’”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기사 확보의 어려움 △버스업체 임원진 연봉만 늘어날 가능성 △일반 버스를 제외해 차별대우 발생 △비용 분석에 필요한 시스템 미구축 등을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일방적 졸속 추진’이란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광역버스를 운행 중인 도내 24개 시·군 가운데 고양시․성남시를 제외한 22곳은 준공영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10월20일 자신과 같이 더불어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시장·군수 15명에게 ‘준공영제를 반대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 시장은 아예 ‘버스 완전공영제’를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가 제안한 ‘버스 준공영제’… “정치 계산 그만두라”

 

결국 갈등이 폭발했다. 경기도는 10월22일 대변인 명의로 “이재명 시장의 독선과 오만이 도를 넘었다”면서 “이 시대가 거부하는 제왕적 권력의 모습 그대로다”라고 논평을 냈다. 이에 성남시도 같은 날 대변인 명의로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독선과 오만 등의 정치공세만 난무한다”고 맞불을 놨다. 이어 “정치 계산 그만두고 정책 고민 해달라”며 꼬집었다. 이 시장은 10월23일 열린 경기도 시장·군수 협의회 회의에서도 ‘준공영제 반대’를 의제로 내놓았다.  

 

청년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도 남 지사와 이 시장의 생각은 엇갈렸다. 수혜 대상이 청년이란 점은 같았지만, 그 접근법은 달랐다. 

 

먼저 경기도의 정책 ‘일하는 청년 시리즈’는 크게 3가지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사업인 ‘연금 포인트’는 10년 동안 자산을 1억원까지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1인당 최대 36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두 번째 사업 ‘마이스터 통장’은 2년간 월 30만원씩, 총 72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지 포인트’ 사업은 문화생활이나 자기계발 등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연 120만원어치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 사업의 지원 대상은 경기도에 사는 만 18~34세 청년으로, 도내 중소기업에서 주 36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단 월급이 250만원을 넘으면(마이스터 통장 사업은 200만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법적 검토를 통해 청년 시리즈의 시행을 허락했다. 정책이 계획대로 내년부터 시작되면 연 1484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지원 대상의 조건은 더 느슨하다. 성남에 3년 이상 살아온 만 24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에겐 1년 동안 총 100만원어치의 지역 상품권이 지급된다. 해당 정책은 박근혜 정부(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돼오고 있다. 총 예산은 연 113억원 정도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월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성남시가 시작한 ‘청년정책’… “법 절차 따르라”

 

이 와중에 칼을 먼저 꺼내든 쪽은 남 지사다. 경기도는 지난해 1월 청년배당을 포함한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사업과 관련, 성남시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사회보장기본법 등을 어겼고, 상위 지자체인 경기도의 예산안 재의 요구마저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해가 바뀌고, 정권도 바뀌었다. 이 시장은 올 9월2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의 제소는 성남시 복지정책을 무력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요구에 따른 ‘자해성 대리제소’였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10월17일 이 시장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입수했다는 청와대 문서를 언급했다. 여기엔 ‘성남시가 무상복지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시장은 제소 취하를 거듭 요구했다.

 

남 지사는 반박했다. 그는 10월17일 페이스북에 “성남시 제소건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거나 요건에 맞게 정책을 수정하면 깨끗하게 해결되는 일”이라고 적었다. 또 10월19일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문제(제소건)가 지속되면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대법원에 변론기일(재판날짜) 지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심의 향배는 이 시장 쪽으로 기울었다. 내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시장이 차기 경기지사 적합도 1위를 기록했기 때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월20~21일 이틀 동안 경기도 내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이 시장이 43.1%를 기록했다. 2위인 남 지사는 11.2%에 그쳤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8월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정당발전위원회’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추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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