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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범죄를 변명해 주는 언어, 이제 그만!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4(Tue) 11:30:00 |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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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범행동기가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것임이 밝혀졌다는 뉴스가 포털을 도배했다. 있어서는 안 될 범죄인데, 이 뉴스를 보며 저런 인면수심의, 하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 범죄 자체의 악함과 별개로 뉴스를 보며 자꾸만 불편해지는 대목이 있었다. 그러다 ‘성적 욕구’라는 말 뒤에 ‘해소’라는 말을 붙이는 걸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진담 섞인 농담을 들었다. 동감했다.

 

살인범 이영학은 ‘성적 욕구를 해소’ 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말이 자기 행위의 변명이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범행동기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당화돼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돼 있지 않다면 등장하지 않을 이야기다. ‘해소’뿐 아니라 ‘성적 욕구’라는 말도 수상쩍다. 욕구가 아니라 욕망이라고 좀 더 깊은 층위에서 발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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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욕망이 존중되는 이유는 그것이 생의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에로스이기 때문이지, 성기를 마찰해 정액을 뿜어내는 행위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성적 욕구 해소라는 말에는 어딘가 그런 얄팍함이 있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남근기(생식기)에 고착된 사고를 연상시킨다. 여섯 살짜리 정신세계다. 이런 느낌의 언어가 성인남성들의 언어생활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다니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프로이트는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인 성욕은 억압되거나 승화된다고 했다. 어디에도 해소라는 말이 지닌 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는 없다. 어린 시절의 성욕은 부정한 것으로 인식돼 억압되고, 과도한 성욕은 다른 방향 에너지로 길을 바꾸어 승화됨으로써 위대한 업적을 낳는다. 충족되기도 하고 불만도 남지만, 이 불만은 다시 승화의 계기가 된다.

 

그리고 프로이트 시대에 말은 안 했지만, 여성의 성적 욕망도 중요하다. 성적 욕구 해소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 해소의 행위에 여성 주체를 등장시켜 남성을 도구 삼아 해소해야 한다고 하는 말로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성적 욕구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하면 그냥 동물이다. 인간은 성 에너지를 승화를 통해 인간성을 드높이는 데 쓰기 때문에 인간이다. 왜 우리 문화는 남성을 동물로 만들고 여성을 도구로 만드는 일에 반성이 없을까.

 

이런 무반성적인 사고방식이 잘못 구성된 언어를 타고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것도 염려할 대목이다. 언어가 지닌 강력한 힘은 문화를 바꾼다. 잘못 사용된 언어는 문화를 타락시키는 것이고.

 

페이스북에 이런 불편함을 토로했더니 한 남자 페친이 ‘성 심리는 개방할수록 발달을 한다고 하네요. 성적 욕구가 아닌 성적 욕망을, 해소가 아닌 드러내는 훈련을, 남성들끼리 몰래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과 대화로, 문화적인 현상으로 퍼뜨리는 남성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성을 성행위에서 해방시켜 자아가 타자를 만나게 하고 자신을 열어 보이게 하는 에너지로 이해하는 깊이가 생겨났으면 한다. 일단 제대로 된 말부터 사용해 보자. 성욕은,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승화하는 것이라고. 특히 언론의 언어사용이 보다 성 평등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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