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보석’ 조지아 트빌리시 누비는 ‘미니버스’가 궁금해?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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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시민들의 ‘발’ 미니버스 독점 운영, 데이비드 아사니제 트빌리시 미니버스 대표

 

조지아(Georgia)는 아직까지 많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익숙한 국가는 아니다. 어쩌면 아직 ‘그루지야’란 이름으로 더 낯익을지도 모른다. 1991년까지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중 하나였던 조지아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코카서스(캅카스) 3국’을 이룬다.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터키, 서쪽으로는 흑해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캅카스 산맥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지리상으로는 아시아로 분류되지만, 문화적, 종교적, 역사적으로 서아시아보다는 동유럽에 더 가깝다. 

 

트빌리시 미니버스의 외관(위)과 내부 모습 © 사진=트빌리시 미니버스 제공

유럽의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지아는 이미 유명한 여행지다. ‘코카서스의 보석’이란 별칭이 붙어 있는데, 그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유서 깊고 독특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아르메니아 건축과 더불어 비잔틴 양식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조지아의 건축문화는 오늘날 많은 수도원·교회 등의 대형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지아 트빌리시에 가면 어디서든 노란 미니버스를 볼 수 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미니버스’다. 현지어로 ‘미크로부스’라고 발음하는 16인승 승합차다. 트빌리시엔 미니버스 말고도 전철과 공영 일반버스가 있지만, 150만의 트빌리시 시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바로 이 미니버스다. 

 

 

현재 트빌리시 시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니버스 운행 노선은 184개로, 하루 이용객이 35만4000명에 달한다. 1회 이용금액은 노선에 따라 0.30라리(한화 약130원)에서 2.00라리(한화 약890원) 수준이다. 

 

일반 버스보다 차폭이 적어 좁은 골목길과 산길이 많은 트빌리시 시내를 이동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과 유사하게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교통카드만 사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트빌리시 시민들 뿐 아니라 조지아를 찾는 관광객들도 즐겨 이용할 수 있다. 

 

데이비드 아사니제 트빌리시 미니버스사(社) 대표는 트빌리시 시내에서 운행하는 2024대의 미니버스를 독점적으로 소유․운영한다. 400만달러(한화 약 45억) 수준의 월매출을 자랑하는 트빌리시 미니버스사는 2011년부터 향후 20년간의 트빌리시 시내 미니버스에 대한 독점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트빌리시에서 미니버스 사용이 얼마나 일상화돼있는지 생각해보면 실로 대단한 ‘스펙’이다. 

 

10월19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시사저널을 만난 아사니제 대표는 “선진적 시스템을 갖춘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꼭 체험해보고 돌아가고 싶다”며 향후 한국과의 교류에 대한 의지를 표했다. 그는 공공외교 전문기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사장 이시형)의 ‘KF 경제계 유력인사 초청사업’의 일환으로 10월15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아사니제 조지아 트빌리시 미니버스 대표와 10월1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 사진=시사저널 박정훈

 

 

한국은 첫 방문이라고 들었다.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한국이란 나라를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최신 기술과 제품들을 통해 이미 한국을 접해오고 있었다. 한국에 대한 저의 이미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저희 집안의 가전제품이 대부분이 한국 제품인데, 쓰는데 아무 불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모는 차도 현대차다.(웃음) 

 

그럼에도 처음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 10~20년 후 미래에 와있는 느낌을 받았다. 오해는 마시라. 제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니까. 공항에서 본 모든 것들, 제품과 서비스, 시설 등이 최신식이었으며 깨끗하고 잘 관리되고 있었다. 

 

 

한국의 대중교통 체계에 대해 말할 줄 알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일정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한국의 버스를 타본 적이 있나?

 

아직 못 타봤다. 일정이 빠듯해 경험하지 못했다. 내일 자유 시간이 있는데 그때 꼭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보려고 한다. 비교해보고 차이를 직접 느끼고 싶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한국의 곳곳은 매우 관리가 잘 돼 있고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중교통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빌리시도 대중교통 체계가 잘 마련돼있다고 들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노란색 미니버스’는 트빌리시의 자랑이자 상징인데.

 

트빌리시에서 지하철과 일반버스는 공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외로 운행하는 미니버스는 다른 업체에서 운영한다. 시내를 운행하는 미니버스는 단 한 개 업체에 독점적 운영권을 제공하는데, 운이 좋게도 저희 회사가 2011년 입찰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20년간 단독 운영하게 됐다. 노란색으로 차체를 칠한 것은 시와의 계약조건 중 하나였다. 

 

신용카드, 현금, 교통카드 등을 사용해 누구라도 미니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이용자 편의를 위해 공간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iOS, 안드로이드 등으로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아사니제 대표와 김인환 주조지아 한국대사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배너를 부착한 트빌리시 미니버스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데이비드 아사니제 제공

 

20년간 독점 운영이라니, 대단한 조건이다. 어떻게 운영권을 따냈나. 비결이 있나.

 

비결이랄게 있나. 입찰 당시 저희 업체가 내세운 응찰 조건이 좋았던 것 같다. 저희는 전 차종을 신차로 구입, 운영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었다. 

 

노후화된 중고차 문제는 트빌리시 뿐만 아니라 조지아의 오랜 문제였다. 조지아는 자동차세도 낮고, 자동차 매매 가격도 낮아 차량이 매우 많다. 인구 3인당 차량 1대를 보유한 셈이다. 문제는 차량의 80%가 유럽에서 넘어온 노후화된 중고차량이란 점이다. 그렇다보니 배기가스로 인한 오염 수준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업체가 제시한 조건이 유리했던 것 같다. 

 

실제로 미니버스 운영자로 선정된 뒤 포드(Ford)사에서 신차로만 2500대를 일괄 구입했다. 당시 6000만 달러(한화 약680억) 정도가 들었다. 

 

 

미니버스는 트빌리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일반 버스에 비해 수용량이 적은데, 이토록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이유는 뭔가.

 

조지아 대부분의 지역은 산악지대다. 트빌리시 역시 그렇다. 도시라고 해도 거리의 폭이 좁으며 경사도 많다. 커다란 일반 버스 운행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 미니버스는 운행에 용이하단 이점이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조금 슬픈 역사적 배경과 관계가 있다. 소련이 붕괴된 뒤 여느 독립 연방공화국들과 마찬가지로 조지아 정부도 재정적 곤란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일반 대형 버스보다 조금 값싼 미니버스를 구입해 운영하는 것이 전통이 됐다. 미니버스는 트빌리시 뿐만 아니라 조지아, 나아가 구 소비에트 연방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조지아는 이제 소련으로부터 독립한지도 오래됐고, 일반버스를 구입할 여력을 충분히 갖췄지만, 이런 전통과 앞서 언급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미니버스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조지아란 나라가 낯선 한국 독자들이 많다. 조지아 자랑을 하신다면.

 

제가 지인이나 외국인 친구에게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조지아에 오기까지 거리가 멀고 비행기 요금이 들겠지만, 일단 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한번 와라. 조지아는 역사와 전통이 깊어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무엇보다 와인이 맛있다. 조지아 와인은 30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매년 200만 병 이상 수출되는 수출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유럽 어느 지역보다 치안이 안전하단 점도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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